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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민주주의를 하려면 구성원 하나하나가 '강한 자아'를 가진 성숙한 시민이 되어야 한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3월 2일)

게임은 끝났다. 다만 어서 3월 9일이 지나, 시끄러운 소음을 듣고 싶지 않을 뿐이다. “정권 교체가 국민 열망”이라고?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왜? 무슨 정권? “국민” 그만 팔아야 한다. 제정신인 “국민”이라면 속지 않는다. 조선일보의 분탕질과 여론 왜곡과 흑색선전, 날뛰는 파렴치한 정치검사 놈의 더러운 악다구니 소음들을 빨리 끝냈으면 한다. 3·9 대선이 딱 일주일 남았다. 최후의 승자는 오리무중이다. 단일화가 극적으로 이뤄지든, 무산되든 양강 구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왔다. 대선에 시동이 걸린 작년 이후 선거가 주는 감동 하나없이 대선 날 밤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감동의 이유는 여럿 있다. 먼저 민주화 이후 7차례 대선이 보여 준 역동성, 스케일이 이번 대선엔 없다. 거기에 침을 뱉고 싶을 만큼 혐오와 증오로 얼룩진 역대급 네거티브 선거였다. 대선이 5년에 한 번 있는 축제라는 데 관중의 수준을 낮춘 허접한 축제였다. 그래서 부정적인 순간들밖에 기억에 안 남는 대선이다.

‘선거는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꽃’이라는 정치학의 고전적인 명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제왕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대통령 권한이 막강한 한국에서 5년마다 돌아오는 대선의 의미는 단순한 정치적 이벤트 이상이다. 대선은 지난 5년 집권세력을 평가하는 의미도 크지만 정치·경제·사회 문제에 대해 각 정당들이 어떤 해법을 제시하는지를 집중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기회다. 갈수록 복잡다기한 현실과 방대한 정책을 이해하는 데 유권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서 선거보도의 역할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정책 이해에 대한 언론의 전문성, 언론의 정치적 중립성 유지는 선거보도의 금과옥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한탄스럽다. 이번 대선은 ‘어느 후보(정당)가 더 혐오스러운가를 경쟁하는 대결’이라는 세간의 조롱처럼 거대 정당들이 윤리·도덕적 흠결이 큰 후보들을 내세웠고 정치적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한 거대 정당들의 공방은 전례 없이 거칠다. 정치권의 네거티브 전략이 기승을 부릴수록 언론은 공약에 함축된 정당들의 정책 비전을 소개하고 검증에 집중하면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언론은 오히려 정치권의 무차별적인 의혹제기와 정략공세에 편승하고 있다. 언론의 정책 검증보도가 양적으로도 부족하고 내용적으로도 파편적이라는 지적은 선거 때마다 나오지만 이번에도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일부 언론의 노골적인 정파성은 이번에도 선을 넘고 있다. 공정선거의 감시자가 아니라 선거의 행위자로 뛰고 있다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이를 어찌해야 하나? 회의적이다.

그래 매우 원론적인 이야기를 공유한다. 민주주의를 하려면 구성원 하나하나가 '강한 자아'를 가진 성숙한 시민이 되어야 한다. 건강하고 강한 자아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이대남'들에게 강한 자아가 형성되도록 질 좋은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 남성들이 너무 공부를 안 한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돈'과 관련된 분야에는 올인하지만, 커리어 계발이나 인문 교양 분야에는 세대를 불문하고 남성들이 없다. 여성들이 더 많고 똑똑하다.

아도르노는 "민주주의의 최대의 적은 '약한 자아'라 말했다. 그러니까 약한 자아를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는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내 평소 지론이 '위대한 사회는 위대한 개인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하려면 구성원 하나하나가 '강한 자아'를 가진 성숙한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강한 자아'는 주체적이고 자유롭고 독립적인 자아를 말한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 우리는 학생들을 '강한 자아'를 가진 학생들로 키워야 한다.

김 누리교수도 같은 주장을 했다. 특히 독일에서의 성교육을 예로 들었다. 이 주장을 이해하려면 프로이드의 이론을 알아야 한다. 프로이드에 따르면, 자아, 즉 에고(ego)는 수퍼에고(super ego)와 리비도(libido) 혹은 이드(Id) 사이에 있는 존재이다. 사회적 규범이나 도덕을 의미하는 슈퍼 에고와 본능과 충동의 세계인 리비도 혹은 이드 사이에서 흔들리고 동요하는 불안한 존재가 바로 에고, 자아이다. 그런데 자아, 즉 에고가 형성되는 시기는 곧 리비도가 발현되는 시기이다. 바로 이때 인간은 처음으로 리비도와 슈퍼 에고 사이에서 분열된 에고를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리비도는 자연적인 현상이므로 인간이 일정한 나이가 되면 이런 생물학적 충동을 느끼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거다. 성의 본능에 대해 억압적인 사회일수록 슈퍼 에고가 리비도를 윤리적으로 공격하고 '악마 화'한다. 쉽게 말해, 성적 본능을 사회적으로 억압하고, 윤리적으로 나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다. 문제는 리비도를 공격하면 리비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에고가 점점 더 강한 죄의식을 내면 화한다는 것이다. 이 죄의식이 정치적인 의미를 갖는다. 내 안에 살아 있는 것을 악으로 공격하면, 인간의 자아는 죄의식을 내면 화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깊은 죄의식을 내면 화한 인간일수록 권력에 굴종 적인 인간이 된다는 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성 정치학'이 탄생한다. 죄의식을 지닌 자아는 '약한 자아'이다. 따라서 '강한 자아'의 문제는 심리학의 문제에서 정치학의 문제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강한 자아'는 성교육과 깊은 관련을 갖는다. 성적 본능을 다루는 방식이 자아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요약하면 인간의 성을 억압하면 할수록 그 개인은 권력에 굴종 적인 인간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권위주의 성격' 이론이라 한다.

다시 요약하면, 민주주의는 '강한 자아'를 가진 개인을 전제로 하는데, 그런 개인은 권위주의적 성격을 극복한 개인이어야 한다. 그런 개인은 바로 올바른 자아 교육, 즉 성교육을 통해서 길러진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권위주의적 성격 이론에 따르면, 성교육은 가장 중요한 민주주의 교육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은 성교육을 강조한다. 그러니 독일에서의 성교육은 가장 중요한 정치교육으로 여긴다는 말이 이해된다.

다시 말하지만, 자아를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고 죄의식을 내면 화하면, '리플리 증후군'같은 반 사회적 인격장애자 또는 권위주의 적인 성격의 인간이 된다. 그 뿐만 아니라, 그런 인간은 자아가 약하다. 죄의식에 짓눌린 그런 약한 자아는 부당한 권력이 압박할 때 이에 맞설 내적 자아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 허구 세계로 도피하는 것인 줄 모른다. 다시 말하면, 성에 대한 억압이 자아를 약화 시키고, 약화된 자아는 권력에 굴종한다. 여기서 독일의 성교육 첫 번째 목표가 '성을 윤리적으로 비판하는 않는다'는 것, 즉 성을 악마 화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라는 말을 나는 이해하겠다. 학교에서 성은 생명과 관련된 문제이고, 동시에 인권과 관계된 민감한 영역이기 때문에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결코 윤리적으로 악마 화하지는 않는다.

단추의 세계/이재훈

편안한 밤은 없었다
늘 음모였으며 더러운 말들만 자욱했다
주변엔 쓸 수 없는 모자들뿐이었다
지하철의 아침은 사내의 숙취와
여자들의 향수 냄새로 자욱했다
누구나 자신을 옥죄다가 결국 냄새를 풍긴다
까맣게 반짝이는 매듭이고 싶었다
이를테면 작은 구멍들의 세계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경험의 규모이지만
그들에겐 공장도 있고 사장도 있고
유통도 있고 수선도 있고 판매도 있으며
더욱 놀랍게도 철학도 있는 세계
규칙적으로 타인의 목을 조르고
가슴을 가리고 속옷을 가렸다
저 바깥으로부터 가장 완고하고 은밀하게
당신을 가릴 수 있었다
히틀러도 니체도 프로이트도 모두
작은 구멍을 잊을까 노심초사했다
단지 작은 구멍들의 세계
옷 색깔에 적당히 맞춰
고고하게 숨 쉬는 존재
자리를 잘못 잡으면 버려지기도 하는 존재
우리 어머니께서 아끼시던 존재
오늘의 당신의 가장 은밀한 곳에서
신을 가리키는 충실한 존재
러저리 매달고 다니는 빛나는 세계가
발밑으로 툭 떨어진다

글이 길어질 것 같아, 여기서 멈춘다. 나머지 이어지는 글이 궁금하시면, 나의 블로그로 따라 오시기 바란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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