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1월 19일)
어제는 천지가 개벽한 판교라는 신도시에 다녀왔다. 꿈 많던 시절, 프랑스 아미엥이라는 소도시에서 만났던 친구를 보러 갔던 거다. 5시에 만났지만, 할 말이 얼마나 많았던지, 8시 반에 토로나-19로 영업을 중단하여야 한다고 해 나올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 2년 만에 센트럴시티 호남선 터미널에 갔는데, 거기도 딴 세상이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좋다. 여기서는 내가 좋아하는 "생장수장(生長收藏)"를 경험하며 살기 때문이다. 만물의 일년 생성(生成)은 생겨나고, 자라고, 거두어, 깊이 들어가는 생장수장(生長收藏)의 원리에 따른다. 이를 예쁘게 표현하면, "쥐리락, 펴리락"이다. 봄에 만물이 새싹을 잘 틔우고, 건강하게 생겨나려면, 그 전년 가을부터 열매를 잘 거두어 깊이 수장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장(收藏)이 잘 되어야 생장(生長)이 좋고, 생장이 좋으면 수장이 좋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모든 일은 먼저 쥐고 펴야 한다. 소리도 마찬가지이다. 먼저 호흡을 잘 쥐고 장악해야, 소리가 잘 펼쳐진다. 판소리 명창 배일동 선생의 페북에서 만난 이야기이다. 지금은 쥘 시간이다. 왜냐하면 겨울이니까. 오늘도 일정을 최소화하고, '습정양졸'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습정양졸'은 정약용(丁若鏞·1762~1836)이 이승훈(李承薰·1756~1801)에게 보낸 답장에 나오는 말이다. “요즘 고요함을 익히고 졸렬함을 기르니(習靜養拙), 세간의 천만 가지 즐겁고 득의한 일이 모두 내 몸에 ‘안심하기(安心下氣)’ 네 글자가 있는 것만 못한 줄을 알겠습니다. 마음이 진실로 편안하고, 기운이 차분히 내려가자, 눈앞에 부딪히는 일들이 내 분수에 속한 일이 아님이 없더군요. 분하고 시기하며 강퍅하고 흉포하던 감정도 점점 사그라듭니다. 눈은 이 때문에 밝아지고, 눈썹이 펴지며, 입술에 미소가 머금어집니다. 피가 잘 돌고 사지도 편안하지요. 이른바 여의치 않은 일이 있더라도 모두 기뻐서 즐거워할 만합니다."
다시 '생장수장'이란 말로 되돌아 온다. 그 말에 따르면, 올해 지금의 열매가 내 년 봄의 씨앗이 된다. 그래 만물은 저리도 서둘러 양분을 알뜰살뜰 쥐고서 추운 겨울을 잘 견디고 있다. 지금은 '수'를 지나, '장'을 준비할 시간이다. 장을 준비 한다는 말은 '쥘 때'와 '펼 때'를 안다는 말이다.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은 원숭이를 사로잡는 기막힌 기법을 알고있다. 나무 밑 둥에다 손이 간신이 들어갈 정도로 작은 구멍을 파고, 그 속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땅콩이나 밤 등을 넣어 두는 것이 원숭이 생포 작전의 전부라고 한다. 냄새를 맡은 원숭이는 슬그머니 다가가 구멍 속에 손을 집어 넣고는 그 속에 든 먹이를 한웅 큼 쥐지만, 손을 움켜진 상태에서는 구멍에서 손을 빼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손을 펴서 먹을 음식을 포기하기만 하면 쉽게 멍에서 손을 빼낼 수가 있어 잡히지 않을 것이지만, 원숭이는 그걸 포기하지 않고 쩔쩔 매다가 그만 자신의 몸전체를 인간에게 헌납하고 마는 것이다. '쥘 줄'만 알고 '펼 줄'을 몰라 자기 욕심의 회생양이 되는 것이 어디 원숭이 뿐일까? 세상사의 모든 비극이 '쥘 때'와 '펼 때'를 알지 못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들을 수록 쉽지 않음을 느끼면서 다시 한 번 우리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손에 쥐고 놓지 않고 있나? 돈, 명예, 권력. 손을 펴면 우리가 욕심 때문에 쥐고 있는 것이 너무나 많음을 비로소 알게 된다. 우리도 자신을 뒤돌아 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져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털없는 원숭이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방심하는 사이에, 글이 길어진다. 여기서 멈춘다. 나머지 이어지는 글이 궁금하시면, 나의 블로그로 따라 오시기 바란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오늘 아침 사진은 김지유라는 친구 보내준 거다. 그래 시도 <저녁달>을 택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이야기는 토요일날 다시 한다. 내일은 다른 이야기를 할 게 있다.
저녁달/박철
길고 추운 시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요.
자연의 다른 생명들도 모두 분주합니다.
소리가 없어도
보이지 않아도
저마다 무언가를 다지고 있어요.
그런 모두가 안녕하기를.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_인문운동연구소 #사진하나_시하나 #홍해리 #복합와인문화공방_뱅샾62 #생장수장 #천화동인 #이어령의_마지막_수업
사진 김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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