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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혼자 울면 외롭지만 함께 울면 견뎌지는 게 삶이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난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다. 그런데 나의 팬인 소설가 백영옥의 글에서 읽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면,  망한 사람 앞에 두고 망해서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열변을 토하는 감독에게 배우가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그 대사를 적어본다.

"인간은요. 평생을 망가질까 봐 두려워하면서 살아요. 전 그랬던 것 같아요. 처음엔 감독님이 망해서 정말 좋았는데, 망한 감독님이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더 좋았어요. 망해도 괜찮은 거구나.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구나. 안심이 됐어요…. 전혀 불행해 보이지가 않아요. 절대로. 그래서 좋아요. 날 안심시켜줘서."

사는 것이 고통스러울 때는 나만 힘든 게 아니다. 다 같이 힘든 사람들이 소주를 나눠 마시며 고통을 n 분의 1로 나누다 보면,  우리는 그 세월을 견딘다. 망한 사람을 만나면,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라고 안심한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위로 받을 때는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볼 때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타인의 고통과 비교하며 자신의 '다행'을 인식하는 게 사람이기 때문이다. 혼자 울면 외롭지만 함께 울면 견뎌지는 게 삶이다.

그땐 컵라면이 나를 많이 위로했다. 지금은 먹지 않는다. 컵라면, 미안!

컵라면/정민욱

구불구불 구겨진 삶들이
모여 사는 세상
한때 열정을 부어 끓이면 젊음이
식어버린 시간 속에서
바삭 굳어있다
잠들지 못한 생각들이

건져 올린 시간 속에서
굳어버린 삶에
옮기지 못한 상념
끝내 놓지 못한 체념
버리지 못한 미련
스프로 털어 넣으면
뜨거운 삶의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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