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1월 13일)
자신의 책상에 놓인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팻말이 허언이 돼 버린 지 오래된 사람이 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그의 위선과 거짓을 우리는 다 꿰뚫어 보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통령의 모습을 생생히 마주하고 있다. 왜냐하면, 정치인이 아니라 일반인도 통상 말을 바꾸면 사과를 하거나 설명이라도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과정이 없다. '언행불일치'가 그만큼 일상화되고 습관처럼 굳어졌다는 얘기다. 그러니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아랫사람들은 언제 어떻게 그의 말이 바뀔지 모르니 누구도 나서려 하지 않는다. 나라 돌아가는 꼴은 뒤죽박죽이고, 총선이 끝나면 나라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오늘 공유하는 사진 속 같다.
그가 취임 20개월 동안 쏟아낸 거짓말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당무관여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손사래를 치고는 뒤로는 여당 대표를 연거푸 쫓아냈다. 입만 열면 "자유민주주의"를 외치지만 민주화 이후 요즘처럼 언론이 탄압받는 시대는 없다. 역대급 정실 인사를 해놓고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했던 궤변이 요즘의 인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거짓이 무서운 것은 처음에는 작은 거짓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작은 거짓을 뒷받침하는 작은 거짓들이 보태 진다. 그 다음에는 그런 거짓에서 비롯된 부끄러움을 덮기 위해 생각의 흐름을 왜곡한다. 그 왜곡된 생각의 결과를 감추기 위해 더 많은 거짓이 동원된다. 필요할 때마다 거짓을 행하면서 거짓은 이제 습관이 된다. 거짓이 '무의식적인' 믿음과 행동으로 굳어지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우리는 이를 '자기 기만'이라 한다. '자기 기만'은 '스스로를 속인다'는 뜻이다. 양심에서 벗어나는 일을 무의식 중에 행하거나 의식하면서 강행하는 경우이다. 자기 기만을 피하는 길이 그저 잠시 앉아 살피는 일인데도, 우리는 떠밀려 살아온 관성을 제어할 용기를 못 내고 있다. 기만이라는 덫에 걸리는 사냥감은 대개 탐욕일 경우가 많다. 나의 탐욕과 집단의 탐욕을 바라보고, 해체하고, 인정하는 시간은 고통스럽지만, 새우가 껍질을 벗고 성장하는 시간처럼 인간도 진정한 어른으로 탈피하는 시간이 자신을 되돌아보며, 자기기만에서 벗어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거짓이 성공을 거두면 그 후에는 교만과 우월 의식이 따라온다. 사실 거짓으로 이룬 성공은 진정한 성공이 아니라서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모두 속임수에 넘어간 것처럼 보이면 '나를 제외하고 모두 멍청하다'라는 교만과 우월 의식에 빠지게 된다. '모두 어리석어서 나에게 속아 넘어간다. 따라서 나는 원하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옥은 나중에 닥친다. 거짓으로 개인과 현실, 혹은 사회와 현실 간의 관계가 무너질 때 지옥이 찾아온다. 그러니 진실을 보고 진실을 말하여야 한다. 진실은 삶의 깊고 깊은 원천에서 끊임없이 샘 솟는다. 그래서 우리가 삶의 필연적인 비극에 맞닥뜨리더라도 영혼이 위축되거나 소멸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자기 분열적 행태는 총선을 앞두고 극한으로 치닫는다. 서민을 위한다며 부자들 세금을 못 줄여줘 안달하고, 건전 재정 한다면서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과학을 지원하겠다며 과학예산을 깎고, 청소년을 돌보겠다면서 청소년 예산을 깎았다. 시장 경제를 강조하면서 기업들의 팔을 비틀고 겁박하기 일쑤다. 이전 정부를 포퓰리즘 정부라고 비난하더니 이제 아예 내놓고 포퓰리즘을 자랑하는 꼴이다. 자신의 사익이나 검찰 출신 패거리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거짓말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충재) 오늘 공유하는 시처럼, 왜 "헛것을 따라다니는" 지 모르겠다.
산다는 것은 '나는 누구인가?"를 질문하며 그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나는 누구인가?'를 질문하다 보면, '남들이 말하는 나(3인칭으로서의 나)'와 '내 자신(1인칭으로서의 나)인 나'가 있다. 잘 보면, 나는 우연히 던져진 역사적이며, 사회적인 환경을 통해 내가 되었다. 그 나는 진짜 내가 아니라, 사람들이 나라는 인간을 통해 투영한 '그들의 나'이다. 타인이라는 거울에 비친 나이다. 존 듀이에 의하면, "자아는 이미 만들어진 완성품이 아니라, 끊임없이 행위와 선택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나 자신, 자아라는 '아트만(고대 인도인들이 자아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산스크리트어)'은 두 가지 전혀 다른 의미가 숨어있다.
(1) 하나는 소문자 아트만(atman)으로 '경험적 자아'라 한다. '나'라는 개별적 인간의 경험에 의해 형성되어 타인과 구별되는 존재로서 자아(自我)이다. 그런 자아는 습지(濕紙)와 같아 운명적으로 혹은 우연히 만나는 먹물의 색깔에 물든다. 윤홍식은 이걸 '에고'라 한다. 이 에고는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가 무한 세계의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고 유일한 세계, 더 나아가 진리를 머금은 유일한 세계라고 우긴다. 이 에고는 허공에서 나부끼는 풍선처럼 비바람에 이리저리 정신없이 흔들린다. 배철현 교수는 그런 사람을 "무식하다"고 말한다. 무식한 사람의 특징은 경험에 의해 정복당한 소문자 '아트만'은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가 무한한 세계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않고, 유일한 세계, 더 나아가 진리를 머금은 유일한 세계라고 우긴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에 거짓을 말한다. 거짓은 대체로 나쁘지만, 이것이 가장 최악이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을 속이면서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거나, 다른 사람을 이기기 위해서 자신의 모습을 거짓으로 포장하고, 그 거짓된 모습을 자신의 진짜 모습이라고 믿고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아를 버리고 만들어진 자아, 남을 유혹하기 위해 가공된 자아를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남 앞에서 연기하고, 1등이 되고 싶어 하고, 자기 자신을 내보이고 주목 받고 싶어 한다. 어떻게 보면 추악한 것인데, 우리는 이를 아주 진지하게 다룬다. 더도 덜도 말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필요하다.
(2) 그 길은 나 자신을 포장하겠다는 자아와 결별하는 거다. 그것은, 대문자 아트만(Atman)으로 삼라만상의 근원인 '브라흐만(Brahman)'과 일치하는, '초월적인 자아'를 찾는 거다. 윤홍식은 그걸 '참나'라고 한다. 그 '참나'를 찾으려면 인간의 '경험적 자아'는 '초월적인 자아'에 의해 정복당해, 친구가 되어야 한다. 그 말은 자아가 추구하려는 최선의 단계인 우주와 합일된 자아가 일상의 자아, 경험적 자아를 정복하여 깨어난 자아로 합일되는 상태이다. 배철현 교수에 의하면, 만일 내가 초월적 자아에 의해 정복당하면, 나는 그 자아와 친구가 되어 승화의 길로 들어 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경험적 자아에 사로잡히면 나는 타락의 길로 들어선다고 한다. 잘 사는 삶이란 경험적 자아를 가만히 보고 취사선택하여, 초월적 자아와 합일을 시도하는 과정이다.
헛것을 따라다니다/김형영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고 산다.
내가 꽃인데
꽃을 찾아다니는가 하면,
내가 바람인데
한 발짝도 나를 떠나지 못하고
스스로 울안에 갇혀 산다.
내가 만물과 함께 주인인데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한평생도 모자란 듯 기웃거리다가
나를 바로 보지 못하고
나는 나를 떠나 떠돌아다닌다.
내가 나무이고
내가 꽃이고
내가 향기인데
끝내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고
헛것을 따라다니다
그만 헛것이 되어 떠돌아다닌다.
나 없는 내가 되어 떠돌아다닌다.
다른 글들은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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