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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빈 배/장자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세계는 변한다. 그 사실을 누구나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변화를 정면으로 응시하려 하지 않고, 변화가 자신의 일로 다가 올 때, 우리들은 그 변화를 피한다. 왜냐하면 내가 쓸쓸해 지기 싫어서, 내 계급이 변하니까, 내 소신이 밀려나니까, 내가 믿는 이념이 흔들리니까. 우리는 '모든 것이 변한다'는 원칙 속에 자마 놓기 싫어한다. 자신이 믿는 이념 속에서 벗어나는 것은 마치 죽음과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기업이 원하는 인재의 양상도 바꾸고 있다.* 기본적인 소양과 호기심이 충분하다면, 전문성은 필요할 때 습득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 우리 대학도 교육문법이 바뀌어야 한다. 특정한 하나의 분야에 대한 전문성보다 인문학적인 기본적 소양, 열림 마음과 인간과 세계에 대한 긍정적 시선과 호기심과 용기 등이 중요한 시대이다.

그런 '인문정신'을 아는 사람들은 익숙함으로 부터 결별하고, 정면으로 그 익숙함에 맞서 갈등 구조를 생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달라지는 일을 변화라 한다. 문제는 모든 변화는 갈등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달라지는 곳은 항상 갈등이 나온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갈등에서 힘이 나온다는 흥미로운 일이다.

자신의 튼튼한 전문가적 입지에서 한쪽 발을 뗀 다음, 천천히 아직 정해지지 않은 빛을 향해 무게 중심을 이동하는 데서 갈등은 시작된다. 모두 튼튼한 입지에 내린 뿌리를 뽑지 않고 거기서 안정되고 편안하고 따뜻할 때, 그런 사람들은 갈등의 구조로 나아간다. 혼자서 나아간다. 친구들이 배신자라고 해도, 쓸쓸하게 혼자 떠난다.

장자가 그런 사람이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나는 차라리 진흙탕에서 스스로 즐거워할지 언정 통치자에게 얽매이지 않겠습니다. 죽을 때까지 벼슬하지 않고 내 뜻대로 지내다 갈 생각입니다." 그래 난, 인문운동가로서, 장자를 좋아한다. 오늘 아침은 "'꽉 찬' 빈 배"를 꿈꾸며, 장자의 <허주(虛舟, 빈 배> 이야기를 시처럼 번역하여 공유한다.

빈 배/장자

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빈 배가 그의 배와 부딪치면
그가 아무리 성질이 나쁜 사람일지라도 그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배는 빈 배이니까.

그러나 배 안에 사람이 있으면 그는 그 사람에게 피하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래도 듣지 못하면 그는 다시 소리칠 것이고 마침내는 욕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나 그 배가 비어 있다면 그는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그대 자신의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그대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상처 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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