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장자는 '길은 다녀서 생기는 것(도행지이성, 道行之而成)'이라 했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젠 유성온천을 즐겼다. 사람들은 먼 곳에서 '일삼아' 온천욕을 즐기러 온다. 난 가까이 살면서 온천욕을 잘 즐기지 않는다. 그리고 탕 안에 오래 있지 못한다. 그래 일찍 나와 호텔 커피숍에서 혼자 하잔한 오후를 즐기다 김규동 시인의 시를 읽게 되었다.

길은 두 가지가 있다. 따라 가는 길과 새로 만들며 나아가는 길. 이미 만들어진 길을 따라 가는 것은 쉽고, 편하다. 그러나 없는 길을 내가 만들어가면서, 나아가는 길은 불안하고, 불편하고, 무섭고, 힘들다. 그러나 그런 길은 희망이다. 새로운 길을 나아갈 때, 희망이 없다면 나아갈 동력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자는 '길은 다녀서 생기는 것(도행지이성, 道行之而成)'이라 했다. 희망을 갖고 없는 길을 걸어가면 길은 생긴다. 새로 나아갈 길이 생겼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 "가는 데까지 가거라/가다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쉬다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이지". 그래 어젠 잘 쉬었다. 이젠 남은 한 해 잘 마무리 하고, 내년부턴 새 길을 걸으리라.

해는 기울고/김규동

-운명

기쁨도
슬픔도
가거라

폭풍이 몰아친다
오, 폭풍이 몰아친다
이 넋의 고요

-인연

사랑이 식기전에
가야 하는 것을

낙엽 지면
찬 서리 내리는 것을

-당부

가는 데 까지 가거라
가다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

쉬다 보면
보이리
길이

#인운동가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시하나 #김규동 #와인비스트로뱅샾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