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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수처작주

무슨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하기 싫다고 괴로워하지 말고 스스로 그 상황의 주인이 되어 보는 것이다. 원래는 '어디서나 어떠한 경우에도 얽매이지 않아 주체적이고 자유 자재함'으로 설명된다.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는 것이 자유와 행복의 길이다. 능동적이고 긍정적으로 일을 대하고 처리해 나가면서 즐거워하는 것이 행복이다. 자유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기 보다 해야 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수처작주의 마음을 가지려면, 비교 분별의 마음을 비워야 한다. 내가 이런 일까ㅏ지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비우고, 그래도 이런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 된다. 모든 것이 변하는 것이니, 집착을 버리고 유연해지는 것이 수처작주의 시작이다. 미음을 비우고(분별심과 집착), 삶을 놀이로 만들면, 자유롭고, 즐겁고 행복해진다. 그때부터 수처작주의 삶이 시작된다.

단비가 단 것은 잠시 스쳐 지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오래 잡고 있으면 괴로움이다. 지금 길이 없다면 고요히 앉아 자신을 보라. 모든 길은 자신을 통한다. 그 길이 수처작주의 삶이다.

시적으로 표현하면, "바람에게 길을 물으니 네 멋대로 가라 한다." (허허당 스님) 스스로 자기 삶에 확신을 잦지 못하고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왔기에 시간이 지나고 어른이 될수록 우리는 내면의 복잡성에 얽히게 되는 것이다. 수처작주라는 말은 임제 스님이 한 말이다. '수처작주 입처개진' -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고, 서있는 그 곳이 진리의 세계'이다는 말이다. 이 말은 곧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는 말이다. 주인이 되지 못할 자리에는 안 가는 것이다. 그러나 더 큰 의미가 있다. "네 삶의 주인이 되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가기 싫은데는 안 가는 거다. 네 멋대로 하는 것이다. "누가 나를 구제해주길, 위로해주길, 이끌어주길 바라지 마라. 그대는 이미 스스로 일어날 힘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허허당) 그러니 수처작주를 실천하면, 우리는 모두 삶의 주인공이 되어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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