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운동가 하는 일은 비판적 성찰, 해답 찾기가 아닌 새로운 물음 묻기를 통한 세계 개입 그리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서의 정의, 평화, 평등, 연대의 가치를 더 확장하고 실천하기 위한 비판적 저항이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던 간에 고정하려 하는 것과 제한하려 하는 것, 절대적인 것의 위험성과 불확실성을 성찰해야 한다. 이런 비판적 저항은 다음과 인문학의 기초에서 이루어진다.
* 세상의 모든 권위와 권력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유하기. 한나 아렌트는 비판적 사유는 나 자신과의 대화이고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고독'이라고 말했다.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보다 내면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이성적으로 사유하기. 이를 위해 자신을 말과 글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 물음 묻기, 즉 질문하기. 좋은 질문과 나쁜 질문이 있다. 좋은 질문은 질문 받는 사람을 생각하게 만들고 내 안에 또 다른 세계를 찾게 만든다. 나쁜 질문은 "예 혹은 아니오"로 단정 짓게 만드는, 생각이 필요하지 않은 질문이다. 답을 내릴 때 기억해야 할 세 가지가 중요하다. (1) 모든 답은 잠정성을 갖는다. (2) 모든 답은 부분성을 갖는다. (3) 모든 답은 특정한 정황 속에 매여 있다.
이를 통해 키워진 인문 정신은 확실성을 내려놓고 불확실성에서 사유를 시작하는 것이다. 끊임 없는 불안감을 끌어 안고 살아야 하는 수고가 있다 할지라도. 고정된 정답보다 새로운 질문 묻기를 하는 것이다. 상투성에 저항하고 자명성에 물음표를 붙이는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김누리 교수의 책은 좋은 인문 정신을 키워주는 책이다. 여기서 이성적으로 사유하려면, 다음의 "지식견해(한근태)"가 이루어져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넘어간다. '지식견해'란 즉 '지(知)·식(識)·견(見)·해(解)'로 표현하고 싶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그걸 글로 쓰면서, 자신만의 의견을 갖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 지(知) 단계: 아는 것이다. 여기서 안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표현할 수 없다면 진정으로 아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하는 일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 식(識) 단계: 여기서는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는 것이다. 글쓰기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시킬 수 없다. 글은 아무나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아는 것이 있어야 하고, 그 다음으로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한다. 머릿속에서 대강 정리가 된 생각은 글을 쓰면서 개념이 점차 확실해 진다.
* 견(見) 단계: 볼 견이지만, 의견(意見)의 견이다. 자신의 의견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 의견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배움의 결과로 얻어지는 식견(識見)이라는 말도 있다. 지식이 있어야 견해가 생긴다. 지식이 없는 의견은 자기 만의 의견일 가능성이 높다. 사람은 자기 의견이 있어야 독립적이고 주체적이 된다.
* 해(解)의 단계: 문제를 푼다는 말이다. 성숙의 가장 큰 성과는 문제 해결 능력의 향상이다. 배우고 공부하면 복잡한 문제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세상의 어떤 문제라도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지난 8월 18일부터 사유를 이어오고 있는 '자기 착취' 사회에서, 내 안의 '노예 감독관'은 '물리적 권위'에서 '윤리적 권위'로, 다시 '익명의 권위'로 발전한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멀리 돌았다. 이 모든 권위가 만들어 내는 억입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한 비판력은 인문학의 힘을 통해 커진다. 인문학은 모든 권위로부터 해방된 자유인이 되게하는 학문이다. 김누리 교수에 의하면, 자유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지배적인 사상은 지배계급의 사상'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인문학적 사유 능력을 키워, 과연 이 사회가 인간을 어떤 식으로 착취하고, 어떤 식으로 지배하는지에 대해 토론을 해야 한다. 바로 이러한 이식을 폭넓게 공유하고 있어야 우리는 현대의 '총체적 지배'로부터 해방을 모색하는 성숙한 민주시민이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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