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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돈키호테 이야기

"돈키호테는 인간의 ‘첫 벽돌’을 움켜쥐고 일반화된 자신(stasis)을 넘어서서(ex) 고유하고도 특별한 각성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 높은 자가 되었다. 돈키호테를 뺀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그를 미쳤다고 했다. 돈키호테는 우선 주위의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쾌락을 나누던 취미인 사냥을 끊었다. 살아봐서 알지만, 친구들과 공유하던 취미를 혼자만 끊는 것도 어지간해서는 힘들다. 친구들로부터 미친놈이라는 소리까지 들을 각오를 해야만 겨우 가능하다.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가 미치기 위해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생각과 취미를 공유하던 친구들을 끊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 발짝 더 나아가 가진 땅을 팔아 책을 샀다. 책을 읽기 위해 땅을 팔고 사냥을 끊는 일이 미치지 않고 가능하겠는가. 책으로 단련한 지적 탄력이 가장 강력하다. 읽는 양이 많아지고 탄력이 커지면, 경계를 넘고, 다시 또 넘고 하다가 결국 황홀경에 빠져 미친다. 결국 자신만의 세계로 진입하여 자신 만의 고유한 영토를 갖게 된다. 핵심은 주변의 시선이나 박수나 평가 등등을 과감히 무시하고, 자신 만의 세계로 스스로를 유폐 시키는 일이다." (최진석, 새말새몸짓 이사장)

"돈키호테는 ‘우리'에서 자신을 탈출 시켜 완전 고립을 완수한다. "유폐된 자가 자신만의 세계에서 자신의 눈으로 자신 만을 바라보게 되면 황홀경에 빠져 미치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풍차라고 하지만, 그에게는 거인이다. 모두가 양떼라고 하지만, 그에게는 군대다. 모두가 다 순례자라고 하는데도 그에게는 악당이다. 돈키호테의 종자인 산초 판사도 그것들과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미친 돈키호테는 승패를 미리 가늠하려고 애쓸 정도로 자잘하지 않다. 이길 수 없거나 닿을 수 없다고 미리 판단하여 물러서는 좀팽이는 아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도 그냥 하고, 닿지 않은 별이라도 그냥 따러 나설 뿐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 빠지고, 책에 미쳐 전답을 처분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할 수 없다. 황홀경에 빠진 자들만 불가능에 도전한다. 꿈을 꾼다. 계산이나 견적이 분명한 것들은 꿈이 아니다. 그런 것들은 모두 다 그럴 듯해 보이는 계획일 뿐이다. 불가능의 냄새가 나지 않는 것, 즉 명료하게 해석되거나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꿈이 아니다. 꿈이 바로 모험이고, 모험이 '건너 가기'이며, 건너가는 자가 진짜 인간이다. 돈키호테는 이렇게 해서 진짜 인간에 등극한다." (최진석, 새말새몸짓 이사장)

돈키호테는 “미쳐 살다가 정신 들어 죽었다.” 혼자로 미쳐 살면서 자기만의 언어를 구사하다가, 제 정신으로 돌아와 누구나 사용하는 정상적인 언어를 구사하면서 죽는다. 비정상으로 살 때는 자기였는데, 정상으로 돌아와서는 우리 가운데 한 명이 되었다. 미쳤을 때는 풍차에도 덤볐으나, 정상으로 돌아와서는 고작 흔해 빠진 유언과 고해나 준비하는 자잘한 인간이 되어버렸다. 크고 굵게 살다가 좀팽이로 죽었다. 그렇다면 세상을 향해 돈키호테가 하고 싶었던 단 한 마디의 말은 무엇일까? ‘돈키호테’ 안에서 다 버리고 단 한 줄의 문장만 남긴다면 무엇을 남길까? 나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이 문장을 고른다. “쪼그라진 심장부터 쫙 펴십시오. 그러면 나쁜 운수도 부수어 버립니다.” 우선 쪼그라진 심장부터 쫙 펴자! 좀팽이처럼 자잘해 지지 말고, 크고 굵게 살자. (최진석, 새말새몸짓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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