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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시대고민

6년 전에 쓴 글인데, 더 나빠지고 있다.

"쓸모 없는" 교육을 위하여

'쓸데 없는' 짓이라고 여기는 일을 하는 것도 삶의 균형을 위해 필요하다. 너무 효율이니 효용이니 하며 쓸모있는 일만 하여야 한다고 교육받아와서 쓸모 없는 일을 했을 때 필요없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오늘 '술' 푸고 싶다. 슬픈 이 사회의 자화상 앞에서.

세상은 꼭 소용있는 일만 한다고 잘 사는 것은 아니다. 나만의 이익을 위해 얌체처럼 산다고 잘사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바보처럼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것도 결코 손해만 보는 일이 아니다.

교육에서도, 중요하지만 그리고 당장의 스펙이나 성공에 도움을 주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나 학습들이 많다. 교육의 현장에고 효용성만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적 이념이 너무 퍼져있어 문제이다.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고전 소설을 읽으라고 하면, 첫 질문은 과연 그것이 시험 범위에 들어가는지에 대한 여부이고, 두 번째는 "이게 우리 인생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이다. 목적의식이 뚜렷해야 하며, 목적 없는 "쓸모없는 것들"을 가차없이 퇴출시켜야 한다고 가르친 신자유주의적 교육시스템이 만들어 낸 산물이다.

이 나라의 교육 문법이 만들어 낸 것이다. 대학은 더 좋은 직장으로의 취업을 준비하는 곳이고, 고등학교는 더 좋은 대학으로의 입학을 준비하는 곳이며, 중학교는 더 좋은 대학에 많이 입학시키는 고등학교로 갈 준비를 하는 곳이며, 초등학교는, 그리고 유치원은...

이런 목적론적 교육문법이 수많은 관료 대표 "나향욱"과 검사 대표 "진경준-우병우-홍만표" 그리고 재계 대표 "이건희" 등의 우리 사회 1%를 만들어내었다고 본다.

원래 문화의 시작은 쓸모 없는 것들에 대한 집착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런 가운데, 예를 들어 필자가 와인 문화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특히 교회다니는 사람들과 권위적인 인물들 중심으로 '쓸데 없는', 그러니까 목적에 위배되는 이야기라고 무시한다. 사는 게 뭔데. 뭐가 중한디.

학술의 시작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하는 궁금증에서부터 시작 되었다. 그런데 우리 교육 문법은 질문을 하기보다는 정답찾기에 바쁘다. 그런 각도에서 우리 교육 문법은 인문학을 쓸데 없는 학문이라고 무시한다. 나도 그래서 10여년의 프랑스 유학을 하며 인문학을 공부했는, 배운 것을 가르칠 기회를 못갖고, 이런 글을 쓰며 존재이유를 찾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을 통해서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었고, 워런 버핏이 '풍부한 독서'를 통해서 훌륭한 투자가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면서, 교육관료들은,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인문학을 쓸모 없는 것이라고 무시한다. 왜 그럴까? 1차적인 답은 '나향욱"류의 교육관료들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사교육 시장과 만들어 내는 '카르텔'이 돈만 보고,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것이 두 번째 답이라고 섣부르게 생각한다.

교육은 그 어떤 목적이 되면 즐겁지 못하다. 학교에서 받은 모든 교육의 경험들이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어야 한다. 더 성숙한 인간, 단지 짐승성으로부터 벗어난 인간에서부터 높은 영성지수를 가진 성인까지 되려는 노력이 교육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도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이 더운 여름에도 놀지 못하고 학원을 맴돈다. 부모들도 휴가를 가지 못하고, 아이들과 함께 학원가를 빙빙돈다. 내 주위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고3 엄마'이다. 그게 뭐냐? 내 딸도 고등학생일 때 비싼 과외를 시켰지만, 지금은 초콜랫을 잘 만들고, 그걸 만들 때 행복해하는 것 같다. 뭐 딸에게 투자하고, 딸이 노력한 모든 공부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 과했고 지금보니 그렇게 안했어도 되었을 것같다.

이렇게 아이들을 놀리지 않고, 배려하지 않은 우리의 교육문법이 공감하지 못하는 시민으로 키웠고, 손톱 밑의 가시가 아니면 타인의 고통이나 공동체적 분노에 무관심한 사람들로 키웠다. 세월호, 국정원, 부패리스트 등 우리 공동체의 사건에 둔감하다. 아니면 반짝 관심을 갖다 이내 잊어버린다. 일상의 삶에, 나와 내 가족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로 우리가 이루어가야 할 공동체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하지 않는다. 이 공동체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하는데......

나만 행복하면 무얼하나, 내 아이만 취업하면 무얼하나, 공동체가 무너지면 다 무너지는 것인데......

이런 말을 하는 나는 보다 나은 공동체를 위해 한 일이 뭐가 있는가? 이 글을 읽은 이들에게 미안하다.

그래도 다시 비판적 사유를 하며 세계를 읽는 것이다. 행동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