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그리스 정신

그리스 로마 신화가 바탕을 이루는 헬레니즘은 인간중심주의, 현실주의 그리고 합리주의가 특징이다. 우리는 이걸 '그리스 정신'이라고 한다. 이 그리스 정신이 인문정신의 고향이기도 하다. 어쩌다 연세대 김상근 교수의 유튜브 강의를 듣고, 나는 이제 고대 그리스 정신을 잘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스 정신을 알려면, 그는 다음과 같이 네 명의 인물과 함께 살펴 보라고 했다.
1. 문학가 호메로스가 말하는 삶과 인간과 세상에 대한 긍정적 찬미: 살아서 행복을 누리는 인생이 죽음보다 고귀하다.
2. 철학가 소크라테스의 사유 방법: 숙고(熟考)하지 않는 삶은 가치가 없다.
3. 철학가 플라톤의 이데아 세계 추구: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4. 정치가 알렉산드로스의 꿈: 인류의 문명을 위한 갈망과 사랑을 통해 이웃에 대한 관심을 실천해야 한다.

오늘 아침은 호메로스를 통하여, 고대 그리스가 우리에게 남긴 인문학적 유산인 세상과 인간에 대한 긍정과 생(生)의 찬미를 이야기 한다. 내일은 소크라테스, 그 다음은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에로스 론 그리고 정치가 알렉산드로스의 꿈을 통해 인문학의 원형인 그리스 정신에 대해 이야기 할 생각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간에 대해, 인간의 삶에 대해 그리고 주어진 생명에 대해 긍정하는 태도를 취했다. 호메로스의 작품을 보면,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는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 두개의 작품을 남겼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고대 이집트를 통해 문명을 전수받았다. 분명히 "빛은 동방으로 부터" 왔다. 그런데 '동방의 빛'은 죽음의 그림자였다.  이집트인들에게는 삶보다 죽음이 더 중요했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런 이집트 문명을 생(生)의 찬미와 인간과 삶에 대한 긍정으로 바꾸었다.  『오딧세이아』에서, 아킬레우스는 저승 세계의 강력한 통치자로 군림하는 자신을 위로하는 오디세우스에게 "죽은 이들의 통치자가 되느니 산 사람의 머슴이 되는 게 낫다'고 토로하는 장면이 이를 잘 보여주었다. 우리의 속담,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이야기이다. 그 이유는 지중해 연안에 출몰하던 페니키아인들, 즉 해상 세력의 영향으로 본다.

고대 그리스의 작품들을 보아도 우리는 삶과 인생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를 읽을 수 있다. 정교한 고대 그리스의 작품을 보고, 단순히 조각한 장인들의 솜씨가 뛰어나다고 읽으면 안 된다. 그 작품 속에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 사랑과 욕망에 대한 성찰이 있었음을 우리는 감지해야 한다.

이러한 그리스 정신을 잘 이해한 작가가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이다. 나도 그의 소설을 아주 좋아한다. 고대 그리스 정신을 잘 모르는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이상하다'고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과 행동에서 삶을 긍정하고 인생을 찬미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조르바에게 인생은 한바탕 추는 춤이다. 그에게 춤이란 무엇인지 묻자, 그는 일단 술 한잔 마시라고 권한다. 그리고 함께 들이킨 다음, 자신이 나가서 춤을 출 테니 보라고 한다. 춤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춤을 추는 것이다. 생각이 아니라, 행동을, 관념 속의 인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춤추고 있는 자기 인생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이게 인생을 긍정하고 삶을 찬미하는 그리스인의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