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11월 6일)
세월이 빠름을 이야기 할 때마다, 나는 장자가 말했다는 "백구과극(白駒過隙)" 이야기를 한다. 그는 우리의 삶을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사람이 사는 시간이라는 것은 마치 흰 망아지가 벽의 갈라진 틈새를 내달리며 지나치는 순간 정도다. 홀연할 따름이다!"(『장자』 외편 "지북유")고 했다. 이를 간단히 우리는 "백구과극"이라 한다. 우리의 삶이 "마치 흰 망아지가 벽의 틈새를 지나치는 순간"이라는 '백구과극'이 실감나는 아침이다. 세월이 빠르다. 그 덥던 여름이 어제 같은데, 벌써 아침 저녁으로는 춥기 때문이다. 그래 아침에 맨발 걷기에 나가기가 싫다. 오늘은 시간애서 오후에 황토길을 걸으러 갈 생각이다.
오늘 아침은, 지난 4일에 이어, <나를 깨우는 하루 한 문장 50일 고전 읽기>라는 부제의 <<어른의 새벽>> 읽기 다섯 번째 이야기를 한다. 주제가 "지금이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순간이다"이다. 저자는 위에서 내가 말한, 장자의 이야기를 다르게 읽었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인간의 삶은 흰 망아지가 벽의 갈라진 틈새를 언뜻 지나가는 것처럼, 순식간에 가버린다"고 하며, 얼핏 우리 삶의 허무로 읽는다. 그러니 '하는 것(有爲)'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지 않는 것(無爲)'으로 태도를 바꾸는 것이 슬기롭게 살아가는 방법처럼 들린다는 거다. 물론 무위는 "무위자연(無爲自然)"과 통하는 마음의 태도일 것이다. 계절의 순환과 풀의 자라남에는 사람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그냥 두어도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이다. 이와 같은 '무위', '아무 것도 하지 않음', 무심함으로 이 세계이 변화에 대처한다는 노자의 '무위'라 본다.
장자가 인간의 삶이 짧다고 말한 것은, 그러나 아무 노력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괴롭게 살지 말라고 위로하는 것으로 읽는다. 지금 겪고 있는 큰 일도 지나고 보면 띠끌보다 작은 일이 될 것이고, 아무리 고단한 삶을 살고 있더라도 금방 다 지나갈 것이라는 위안을 주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는 거다.
다 지나간다. 그것도 빠르게. 여기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문장이 소환된다. 라틴어로는 hoc quoque transibit(호크 쿼케 트란시비트)라 읽는다. 이를 영어로 하면 이렇다. This too shall pass away. 히브리어로는 '감 쩨 야아보르'라 한다. 최고의 부와 권력을 누린 고대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은 오만해 빠진 자신의 신하에게 이런 부탁을 한다. "왕인 내가 가지고 있는 않는 것이 딱 하나 있다. 이 세상에 그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마술 반지가 있었다. 그 반지는 슬픈 사람을 기쁘게 하고, 기쁜 사람을 슬프게 하는 반지이다. 6개월의 시간을 줄 테니 구해 오너라." 6개월이 거의 다 되어도 그 반지를 찾지 못한 신하는 막판에 한 노인으로부터 반지를 하나를 얻는다. 그 반지에는 히브리어로 '감 쩨 야아보르'의 첫 세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 말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뜻이라고 한다. 솔로몬은 자신이 가진 모든 권력, 재산 그리고 지혜까지도 덧없는 인생의 한 부분이며, 언젠가는 흙으로 사라지리라는 사실을 깨달었다. 그것도 빠르게.
아브라함 링컨의 좌우명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 했다. 그는 너무 많은 고통스러운 일을 당하고 실패를 맛본 후에 그의 좌우명을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 !’로 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아브라함 링컨에게는 수없이 많은 실패와 고난이 있었다. 너무도 가난하여 7살 때 산골로 이사하느라고 초등학교를 1년밖에 다니지 못했고 9살 때 어머니가 사망하였다. 9살 때부터 남의 집 점원으로 일을 했고 뱃사공 노릇도 하였고, 19살 때는 가장 사랑하던 누나가 사망하였다. 22살 때 돈 한 푼 모으지 못하고 직장에서 해고당하기도 하였으며, 23살 때 빚을 얻어 친구와 작은 가게를 하나 얻어 동업을 했는데, 26살 때 친구가 죽어서 큰 빚을 혼자 떠맡아 30살이 되어서야 그 빚을 다 갚았다.
4년 동안 좋아하며 따라 다니던 처녀가 그의 나이 28살 때 자기를 버리고 다른 남자한테 시집을 가버렸고, 30살 때 겨우 한 처녀와 만나서 약혼을 했는데 갑자기 그 약혼자가 또 사망하였다. 33살 때 키가 자기 허리 쯤에 차고 욕을 아주 잘하고 열등감이 아주 많은 여자와 결혼을 하였는데 날마다 싸웠다. 지방 하원의원에 세 번이나 출마하였는데 세 번 다 낙선하였다. 41살 때 4살 난 아들이 사망하였고, 43살 때 또 1살 난 아들이 사망하였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45살 때 상원의원으로 출마했는데 낙선하고 49살 때 부통령으로 출마했는데 낙선했으며 51살 때 또 상원의원으로 출마했는데 또 낙선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믿음으로 꿈을 버리지 아니하고, 결코 환경에 굴복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53살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세계 대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인류역사상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아브라함 링컨이 뽑혔다. 그는 절망할 수밖에 없는 많은 고난 속에서도 절망하지 아니하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는 희망으로 꿋꿋이 이겼다. 어떤 모습의 삶이 이상적이고 올바른 것이라고 단정할 수 는 없지만, 어떤 상황 속에서 지나치게 좌절하지 말자는 거다.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삶이 있지만 더없이 짧기 때문에 각자의 시간 안에서 나름대로 즐겁고 꾸준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한 인간의 수명은 아무리 길다고 해도 삶은 언제나 너무 짧다. 우리는 금방 죽는다. 금방 죽는다는 사실에 대한 체득은 언뜻 생각하면, 모든 것을 소멸시키고 포기해 버리려 할 것 같지만, 정반대로 내게 두려움 대신 순간을 영원으로 확장하려는 강한 의지를 준다. 순간을 영원으로 확장한다. 순간에 대한 체득은 필연적으로 영원성에 대한 갈망을 낳게 한다.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그것을 흔들어서 무한 확장하려는 예술적인 높이의 도전으로 이끌어 준다. 죽음에 대한 체득이 삶을 튼실하게 북돋운다.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바람직한 일보다는 자기가 바라고 좋아하는 일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야 일상에서 덜 찌질 해지고, 나 자신을 번잡하고 부산스러운 곳에 두는 일을 그나마 조금 일 수 있게 된다. 급한 일보다는 중요한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또 한 편, 장자는 아침 나절에 피어서 그믐달과 초승달을 모르는 버섯이나 봄과 가을을 모르는 귀뚜라미를 생각해 보면 인간의 삶은 또한 충분히 길다고 말한다. 짧게 산다고 해도 버섯은 제 할 일을 하고, 귀뚜라미는 우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오래 사는 나무라고 해서 그 시간만큼의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을까? 의미란 시간의 길고 짧음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살아가는 태도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재미와 달리 의미는 자연에는 없다. 의미라는 차원은 우리 인간에게만 존재한다. 박테리아의 단세포와 달리 다 세포인 동물과 인간은 의식을 한다. 동물과 인간이 다른 것은 동물은 주지적 의식을 하지만, 인간은 자기 주지적 의식을 한다는 거다. 그리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다. 아직도 재미만 추구한다면 아직도 어른이 못된 거다. 여기서 의식의 구성 요소는 지각, 개념 그리고 의미이다. 그리고 의식은 이전의 기억이 있어야 한다. 이전의 기억 상태로 앎이 일어나는데, 그걸 우리는 의식이라 한다. 기억이 없으면 의식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 그 기억을 위해 우리는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삶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의미를 찾으려면 지각과 개념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 우리의 지각은 실재를 보지 않는다. 물론 실재는 존재한다. 그러나 인간은 실재를 보지 못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다양한 시간과 공간의 조합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세계는 다층적이다. 그래서 우주에 동시는 없다. 순간 하나밖에 없다. 두 개의 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국부적 순서와 지역적 현재 밖에 없다. 그래 우리들에게는 '지금-여기'가 중요한 것이다. 그 순간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세계는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상세계의 등장으로 '현재'의 개념이 매우 중요 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새로운 지각의 확장, 더 나아가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배움을 통해 그 세계로 진입해야 한다. 새로운 지각을 열어야 한다. 이때 의미가 시작된다. 문제는 새로운 지각을 하려면, 내 삶을 다르게 살아야 한다. 차이를 보여야 한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의미란 시간의 길고 짧음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살아가는 태도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라는 말이다. 글이 길어진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내일로 미룬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는 김언의 <지금>이다. 이 시를 소개한 주영헌 시인은 다음과 같이 멋진 덧붙임을 했다. "화자의 말처럼 지금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변하기 때문에 지금 그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결과론적으로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미루기만 한다면, 내가 원하는 미래는 실현되지 않습니다. 지금이 흘러가 버릴 지금이 아닌, 나에게 의미 있는 지금, 의미 있는 과거로 만드는 것은 나의 의지입니다. 지금이 그 순간입니다. 지금은 이 순간입니다. 만약 마음속에 무엇인가를 품고 있다면,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것을 말하십시오. 지금 말하십시오. 지금을 없는 것으로 만들지 마십시오."
지금/김언
지금 말하라. 나중에 말하면 달라진다. 예전에 말하던 것도 달라진다. 지금 말하라. 지금 무엇을 말하는지. 어떻게 말하고 왜 말하는지. 이유도 경위도 없는 지금을 말하라. 지금은 기준이다. 지금이 변하고 있다. 변하기 전에 말하라. 변하면서 말하고 변한 다음에도 말하라. 지금을 말하라. 지금이 아니면 지금이라도 말하라. 지금은 변한다. 지금이 절대적이다. 그것을 말하라. 지금이 되어버린 지금이. 지금이 될 수 없는 지금을 말하라. 지금이 그 순간이다. 지금은 이 순간이다. 그것을 말하라. 지금 말하라.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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