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오늘 글이에요.

사는 것을 단순화시켰더니, 연휴 때 더 하잔하다. 그런 기분에 이 시를 읽게 되었다.
저문 강에 삽을 씻고/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1978년>
삽질은 자신의 몸을 구부리고 낮춰야 하는 일이다. 삽질은 한 삽에 한 삽을 더해야 하는 묵묵하고 막막한 일이다. 흙 한 삽, 모래 한 삽, 석탄 한 삽, 시멘트 한 삽이 모여야 밥이 되고 집이 되고 길이 되고 마을이 되고 무덤이 된다.
삽질의 정수(精髓)란 그 우직함과 그 정직함에 있다. 그 정직함을 배반할 때 삽은 무기가 되기도 한다. 농민이든 노동자든, 노동의 본질이 삽질에 있는 것이다.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것과 저무는 것은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답니다. 흐르고 저무는 것에 내 아픔을 다 씻고, 연휴가 끝나면 “썩은 물에/달이 뜨듯이”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고, 또 그 흐름에 나를 맡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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