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오늘 글이에요.
박수소리 시대정신
모처럼 오늘 오후는 바람이 있어 선선하다. 대전문화연대와 둔산도서관이 함께 주관하는 <길위의 인문학> "그리스비극 함께 읽기"에서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를 읽었다.
1. 안티고네는 아버지(겸 오빠) 오이디푸스의 손을 이끌고 그가 죽음을 맞아하는 날까지 고난에 찬 방랑의 세월을 보내준다. 왕녀 신분임에도 궁정에 머무르지 않고 '나이가 차도록 시집도 가지 않은 채, 동냥음식으로 장님 아버지를 돌보아'주는 효녀로서, 이 때 안티고네의 정신은 세상의 온갖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함을 보여주었다.
2. 안티고네는 실정법을 어겼다. 이 문제는 단순히 '신성한 법'과 '왕의 법, 신과 인간 사이의 갈등과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비극은 아니다. 오히려 개인이 자신의 양심을 따를 권리와 권력이 부여한 실정법 사이에는 항상 본질적인 긴장이 내재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3, 죽은 사람이 영혼의 안식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매장을 하여야 한다. 새로운 통치자로서 엄명을 통해 국가기강을 잡고 크레온 자신의 권위를 확립하려는 목적으로 오빠의 시체를 매장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죽은 자의 인격적 존엄성이 시민의 공적 의무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안티고네는 생각했다.
4. 왕의 권력 앞에서 주눅 들지 않는 '연약한' 안티고네의 당당함이 숭고하다. 신성한 법을 지키려고 결정한 순간, 왕의 법 자체는 아무런 위협도 줄 수 없다. 죽음을 선택한 인간을 어떻게 죽음의 벌로 굴종시킬 수 있는가?
5. 크레온의 모습에서 나는 이런 것들을 본다. 인간에게는 결코 강제해서는 안 되는 법을 강제로 시행하는 순간, 권력은 엄청난 저주를 받을 것이라는 경고를 보여준다. 소포클레스는 권력의 오만을 불행한 가족사에 제한했지만, 역사는 폭력과 혁명으로 영원할 것만 같았던 권력자들의 권력과 명예가 얼마나 허망하게 사라졌는가를 보여준다. 독재자 크레온은 그토록 갈망하던 왕국을 얻었지만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잃는다. 안티고네는 참혹한 죽음 속에서도 당당히 살아있고, 크레온은 화려한 삶속에서도 차갑게 죽어버린 신세가 된다.
6. 불의를 고발한 이가 죄인이 되는 악법은 법이 아니다. 우리는 악법을 고치고 저항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정의를 존중하는 민주주의이다.
7. 실정법이 냉혹하게 적용되는 법조문을 우선시한다면, 자연법은 인간의 자유로운 양심과 이성을 우선시한다. 민주주의 국가는 자연법의 힘에 의해 법조문을 자연법에 맞게 고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독재국가의 권위적인 사회는 법조문에 아직 없다는 이유로 자연법을 가볍게 짓뭉개는 사회이다. <시민 불복종>을 쓴 소로는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하며, 그래서 우리는 법을 존중하기보다는 먼저 정의를 존중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회정의가 없는 질서보다는 차라리 무질서를 택하겠다고 까뮈는 말했다.
8. 우리 시대의 안티고네는 "양심과 이성에 따른 행동이 실정법에 의해 억압되고 통제될 수 있다." "자연법은 실정법에 비해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있다."고 한다면 저항하여야 한다.
9. 당신의 권력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권력이 부당하다'고 비판하는 것이 안티고네의 생각이다. 그녀는 백성의 도리가 아니라 단지 인간의 도리를 지킨 것이다.
10. 안티고네에 대한 철학자들의 해석: 헤겔은 사사로운 육친의 정에 얽매여 지엄한 국법을 능멸한 패륜아, 페미니스트들은 안티고네의 투쟁을 가부장의 권력에 맞선 여성의 투쟁으로 해석한다.
11. 안티고네는 '그 누가'가 되어 나에게 복종하라는 위대한 왕들 앞에서, 딸들은 그누구도 아닌, '그저 사람'이 되겠다고 하는 선언이다.
12. 안티고네가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보다 더 혹독한 대중의 침묵, 틀린 걸 알면서도 못 본 척하는 무관심이다. 안티고네가 원하는 것은 권력자를 대체할 강력한 보호자가 아니라, 당신의 선택이 옳다고 믿어줄 동지들의 따뜻한 손길이다. 안티고네는 생명보다 중요한 권력이란, 사랑보다 위대한 권력이란 없다는 것을, 슬기로운 체념이란, 아름다운 타협이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안티고네의 말: "나는 서로 미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사랑하려고 태어났어요." (523절)
모든 사진 구글에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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