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리는 와인을 우리의 인생과 비교할 수 있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운동가의 인문일기

매주 토요일은 와인 이야기를 하는 날인데, 하루 종일 외부 강의가 있어서 오늘 아침에 공유한다. 어제 오후는 천년의 고도인 공주 공산성에서 달빛이 비추는 가운데, "와인 인문학" 강의를 했다. 사진이 그 거다.

강의 속에서 강조했던 것은 가장 맛이 좋은 와인은 포도품종이나 양조기술보다 함께 마시는 앞사람이라고 강조했고, 나에 와인 마이시기는 괴로움을 사고, 외로움을 파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통 와인을 많이 마시거나 매일 마시면 몸이 괴롭고 힘들다. 그러나 우리는 그 괴로움보다 외로움이 더 힘들기 때문에 와인을 마신다. 외로움을 주고 괴로움을 받는 정직한 거래가 와인 마시기이다. 그리고 와인을 마시다 보면, 와인 맛의 10%는 와인을 빚은 사람의 몫이고, 나머지 90%는 마주 앉은 사람이다. 우리는 알코올에 취하는 게 아니라, 마주 앉은 사람에 취한다. 내 입에서 나오는 아무 말이라도 과장된 반응을 보여주는 내 앞에 앉은 사람에게 우리는 취한다. 앞 사람은 내 외로움을 홀짝홀짝 다 받아 마시고는, 허허 웃는다. 그러면 나는 그 앞 사람의 맑은 표정에 취한다.

그리고 우리는 와인을 우리의 인생과 비교할 수 있다. 첫째, 와인은 살아 있는 생물이다. 사람처럼 나고 자라고 또 병 속에서 숨을 쉬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다 마신 와인 한 병을 ‘시체(Un Cadavre)’라고 부른다. 둘째로는 와인에도 인생의 역경이 있다.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뒤 달콤한 열매를 맺는 것이 인생에서 승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마지막으로 와인에는 기다림의 미학이 있다. 실제로 와인은 절정의 순간을 위하여 숙성을 통해 감질나게 기다리는 설렘이 있다. 와인은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하여 인내하는 과정이 우리의 인생과 너무 닮았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며, 한 여름의 더위를 잊었다. 관중들은 모기와 사투하며 끝까지 경청해 주었다. 그리고 내 복합문화공간 뱅샾62에 와서 또 새벽까지 와인을 기울이며 삶을 이야기했다. 서울에서 찾아와 준 친구 에바와 세종 연수 친구에게 감사하다. 그 외, 새로 만난 친구, 더위를 뚫고 찾아 온 친구들에게 이 시를 바친다.

서로 결을 받아들이면, 같음과 다름이 함께 할 수 없는 세상이 아니라 서로 개입하여 넘나들고 매만지면서 가늠하고 이해하는 세상이 된다. 서로 결을 헤아리며 살고 싶다. 시인의 모래처럼 마음이 지붕 고치듯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세상의 모든 고통과 번민, 소요와 분쟁은 사라질지라도 모를 일이지만, 세상을 바꿀 수 없으니 내 마음을 바꾸는 것만이 정답이다. 사람에 대한 아픔은 사람으로 잊는 것이 가장 낫다. 사람에 대한 섣부른 기대는 사람 결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로 대신할 수 있다. 사람 결을 만드는 사람들을 둘러 본다.

결/이사라

세상에는
아름다운 사람이 많다

깃털 같은 마음으로
사막에 집을 짓는 건축가도 있다.
눈빛 속에 사람을 심는 예술가도 있다.

태어나서 무엇을 그렇게 생각하는지
어디든 지붕만 얹으면 살아나는 것이 집이라며

물이 물결을 만들 듯이
나무가 나뭇결을 만들 듯이
결이 보일 때까지 느긋하게 살면서
사람 결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지붕 고치듯 마음만 고치면
몇 백 년을 훌쩍 넘긴 마음도 가질 수 있다.

다른 글들은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_인문운동연구소 #사진하나_시하나 #이사라 #복합와인문화공방_뱅샾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