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세상이 거짓말처럼 트로트 열풍에 빠져 있다. 하지만 이 열풍은 어딘가 수상하다. 좋은 노래들이 쏟아져 나와 생긴 본질적 흐름이 아니라 ‘음악의 예능화'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빨리 휘발될 위험이 크다. 이 열풍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건 괴롭다. 가사는 너무 뻔하고 퇴행적이어서, 어떤 건 듣기에도 민망하다. 멜로디엔 미학적 수고의 흔적이 보이지 않고, 편곡은 열 곡이 한 곡인 듯 기계적 패턴을 반복해왔다. 그리고 교태 섞인 꺾기를 가창의 표준으로 삼아, 무대에서 품위를 밀어내 왔다. 그 결과 점잖은 주류 음악에서 밀려나 행사용 음악으로 전락했다. 어느 음악학자는 트로트의 미덕이 솔직함이라 했다. 솔직함은 삶을 대면하는 솔직한 태도여야 하지, 감정을 여과없이 쏟아내는 미학적 방기여선 안될 것이다. (이주엽, 작사가)
지금의 성인 가요들은 그 책임을 방치한 채, 민망한 직설을 솔직함으로 포장하고 있다. 노래가 격조를 잃으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대중의 것이 된다. 좋은 노래 한 구절이 가슴에 오래 머물 때, 수용자 내면의 태도가 바뀌고 삶이 고양된다. 글도 마찬가지이다. 그만큼 삶의 이야기가 근사해 진다.
근사한(그럴듯하게 괜찮은)이라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삶이 근사해 야지 않나? 반대로 저급한 노래에 삶이 포위될 때, 삶의 감각 역시 볼품없이 쪼그라든다. 가수들은 행사용 자의식을 버리고, 그 옛날 좋은 선배들이 그랬듯 다시 음악가적 자의식들을 장착하기 바란다. 무대에서 객석의 눈치를 살피지 말고, 자신과 진지하게 대면하고 몰입하는 순간들을 만나기 바란다. 그 순간 서민들의 애환은 아름답게 고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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