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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원래 기대가 높을수록 실망도 커지는 법이다.

2739.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6월 3일)

어제 이야기를 이어간다. 다른 인간 존재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그 사람이 지금 어떤 삶을 경험하고 하였는지, 경험하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누구의 삶도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없다. 당신의 삶도, 나의 삶도. 80억 명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오늘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연민을 가져야 한다. 그들의 영혼이 뼈와 만나는 저 안쪽에서 어떤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는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저마다의 가슴에는 있다. 류시화 시인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다. 왜 우리는 사람에 대해서도 각자의 등에 붙어 있는 투명한 스티커를 알아보지 못한 채 성급히 판단하는가? 다음과 같은 예들을 들어 주었다. "일자리를 잃었어요." "병과 싸우고 있어요." "이혼의 상처로 아파요."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어요." 등등.

 

우리 모두는 보이지 않는 스티커를 등에 붙인 고독한 전사이다.  그 등은 어떤 책에도 담을 수 없는 이야기를 지고 다닌다. 따라서 우리는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참고' 친절해야 한다.  그래 일상에서 타인에 대한 '판단 중지"를 해보자는 거다. 스캇 펙(Scott Peck) '괄호로 묶기"라 했다. 새로운 행동을 취하는 것, 이전에 행동하던 것과 달리 행동하는 것은 모험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나 자신 안에 그를 위한 공간을 만들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이 자리를 만드는 것이 바로 "괄호로 묶기"라며, 그를 위해서는 자신의 확대와 결국에 자기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교에서는, '판단 보류의 영성'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은 '판단은 보류하고, 사랑은 빨라 하자'는 것이다. '함부로 남을 평가하지 말자'는 말이다. '판단 보류', 나도 이것을 실천하려고 늘 애쓴다. 그러나 우리는 보이는 부분만 가지고 쉽게 다른 사람을 판단한다.  "사람이 다 비슷비슷한 데, 잘나면 얼마나 잘났을까. 인간이 한 세상 사는 동안 서로 연민하며 사는 것 밖에 없다." (이해인 수녀님) 우리는 아무리 능력이 많아도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인정해주는 겸손, 자기의 약점을 항상 자랑할 수 있는 겸손을 가져야 한다.  이 보류하는 마음이 없으면 자꾸 실수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사람들은 모두 다 비슷비슷하다. "참 너도 노력하는데 뜻대로 잘 안 되지"라며 연민의 정을 갖는 는 거다. 잘난 사람을 만나면, "네가 잘나면 얼마나 잘 낫냐" 며 당당해 하는 거다.

 

그리고 판단 중지하고 진심으로 들어주고 다른 사람에게 온전하게 집중하는 것은 사랑의 표현이다. 그건 진심으로 듣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괄호로 묶는 훈련이기도 하다. 나는 '판단 중지'라 말한다. 그것은 가능한 한 말하는 사람의 내면 세계를 그의 입장이 돼서 경험하기 위해, 자신의 편견, 판단 기준, 욕구들을 일시적으로 포기하거나 제쳐 두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합일은 실제로 우리 자신을 확장하고 확대하는 것이어야 이러한 경험을 통해 늘 새로운 지식은 획득 된다. 더욱이 진심으로 듣는 것은 "괄호로 묶기", 즉 자신을 제쳐주는 것이므로 이것은 또한 다른 사람을 일시적으로 완전히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받아 들여지고 있음을 느끼고 듣는 이에게 마음 속에 간직했던 것을 개방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다. 이렇게 됨으로써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고, 사랑의 2인 춤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6월에 쓰는 편지"이다.

 

 

6월에 쓰는 편지/허후남

 

내 아이의 손바닥만큼 자란

6월의 진초록 감나무 잎사귀에

잎맥처럼 세세한 사연들 낱낱이 적어

그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지독하고도 쓸쓸한 이 그리움은

일찍이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잘도 피어나던 분꽃

그 까만 씨앗처럼 박힌

그대의 주소 때문입니다

 

짧은 여름 밤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초저녁별의

이야기와

갈참나무 숲에서 떠도는 바람의 잔기침과

지루한 한낮의 들꽃 이야기들 일랑

부디 새벽의 이슬처럼 읽어 주십시오

 

절반의 계절을 담아

밑도 끝도 없는 사연 보내느니

아직도 그대

변함없이 그곳에 계시는지요

 

 

얼마 전에 읽은 마티아스 뇔케는 자신의 책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에는 "핸디캡의 원칙"이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탁월함을 드러내고 증명해 보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꽤 많다. 모든 게 자기 홍보인 시대다. 불꽃 튀는 경쟁 속에서 칭찬받고 인정받으려면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했으며, 얼마나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는지 설명해야 한다는 강박이 팽배하다. 그러니 과감히 그 나팔의 행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적인 힘'을 작고 있다는 신호를 보여주는 거다.  그런 사람은 분명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겸손한 능력자'이다. 이것이 '핸디캡의 원칙'이다. 다른 사람에게 아첨하며 특별한 인상을 주지 않아도 된다. 뽐내거나 화려한 겉치레를 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그런 것들 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우리는 더 빛날 수 있다는 거다.

 

원래 기대가 높을수록 실망도 커지는 법이다.  높은 기대를 능가하는 뭔가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저 그런 수준에 그치면 기대는 쉽게 충족되지 않는다. 그래서 기대가 높다는 것은 사실 그리 좋은 신호가 아니다. 그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기대를 뛰어넘는 '전략적 비관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나를 소모하는 일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높은 목표를 정해둔 사람은 압박감에서 자유롭기가 힘들다. 반면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은 부수적인 압박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이들은 평온하다. 그러니 부담감을 덜 느끼면서 현재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러니 너무 많은 약속을 남발하거나 장담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절제를 우리는 '전략적 비관주의 태도'라 부른다.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은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노력을 안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이들은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면서 더 차분하고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인다. 이 분야의 연구를 한 사람이 줄리 노럼(Julie Norem, 웰즐리대 심리학과 교수)이다. 그의 말을 들어 본다. "이런 경향이 있는 사람들은 실패의 두려움을 장악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소평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은 '기대 이상을 해내는 더 큰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거다. 만일 어떤 일이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성사되었다면, 아주 많은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이란 뇌의 보상 시스템으로, 우리가 행복감을 느낄 때 나오는 호르몬이다. 그러나 '당연히 이뤄질 것'이라고 확고하게 예측하면, 우리의 뇌는 신속하게 그 일이 처리되었다고 인식하고 다른 일로 넘어간다.

 

과소평가는 이런 메커니즘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 조용하고 묵묵히 있던 내가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해냈고, 그럼에도 자신이 겸손한 자세로 스스로를 낮춘다면, 그 결과는 놀라울 것이다. 나에게 공감하고, 신뢰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성공을 향해 내달리기만 하는 사람들과는 다르다.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책의 저자 마티아스 뇔케에 의하면, 성공은 몇 가지 심각한 단점 혹은 부작용을 다음과 같이 유발한다고 했다.

  1. 물질적 성공은 사람의 인격에 그다지 긍정적인 작용을 하지 않는다. 애석하게도 여러 연구들에 의하면, 더 많은 권력을 갖게 되거나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이 우월하다고 느낄 때, 그들은 주변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 예의를 다하지 않고, 타인을 도울 의사도 없다. 막강한 위치에 오를수록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고, 거짓말하고, 속이는 데 거리낌이 없어진다는 거다. 그러나 겸손은 허공이 아니라, 현실에 발을 붙인 채 스스로 중심을 잡고 단단히 서 있으려는 노력이다. 겸손은 성공을 큰 소리로 떠들지 않는 것이며, 성공에 함몰되는 부류에 속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그들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2. 성공하면 그 이유가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 반대로 실패하면 그 원인이 자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착각을 한다. 성공이 자신을 과대평가하게 만들고 눈을 멀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성공의 보상을 스스로 상실하지 않으려면 겸손이 필요하다. 겸손한 사람들은 성공을 이루는 순간 즉시 반대 조치를 취한다. 과대평가하지 않고 소박하게 행동하며, 두드러지는 것들과 거리를 둔다. 그리고 그런 겸손한 마음은 '나는 운이 좋았고, 아주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나의 성공에 기여한 다른 사람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 성공은 혼자의 것이 아니다.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마음, 그게 진짜 성공이다. 겸손으로 발을 땅에 딛고 있는 사람은 허공에 떠서 내달리는 성공지상주의자들이 누리지 못하는 일상을 소박하고 평화롭게 거닐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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