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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인문 산책 2

새로운 상상의 지평을 열어주는 서먹함이 고전의 특징이다. 서먹함(낯이 설거나 친하지 아니하여 어색함)의 반대가 익숙함이다. 생각의 무덤을 우리는 텍스트(Text)라고 부른다. 텍스트의 무덤을 우리는 컨텍스트(context)라고 부른다. 컨텍스트(맥락 또는 문맥)는 어떤 텍스트를 그 일부로 포함하되, 그 일부를 넘어서 있는 상대적으로 넓고 깊은 의미의 공간이다. 죽은 생각이 텍스트에서 부활하는 모습을 보려면 컨텍스트를 찾아야 한다. 즉 과거에 이미 죽은 생각은 텍스트에 묻혀 있고 그 텍스트의 위상을 알려면 과거의 역사적 조건과 담론의 장이라는 보다 넓은 컨텍스트로 나아가야 한다. 공들여 역사적 컨텍스트를 구성하는 데 성공했을 때에 비로소 고전 속에 죽어 있는 생각들은 서먹하게 온다. 고전이 담고 있는 생각은 현대의 맥락과 사뭇 다른 토양에서 자라난 것이기에 서먹하고, 그 서먹함이 우리를 타성의 늪으로부터 일으켜 세우고, 새로운 상상의 지평을 열어준다.

이 서먹함을 즐기기 위해서는 서둘러 고전의 메시지라는 목적지에 도달하려고 하지 말고, 그 목적지에 이르는 컨텍스트의 경관을 꼼꼼히 감상해야 한다. 컨텍스트가 주는 경관을 주시하며 생각의 무덤 사이를 헤매다 보면 인간의 근본문제와 고군분투했던 과거의 흔적이 역사적 맥락이라는 매개를 거쳐 서먹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그 순간이 오래전 죽었던 생각이 부활하는 사상사적 모멘트이다. 고전이 만병통치약이 되진 않지만, 고전을 읽다 보면, 우리는 텍스트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삶과 세계는 하나의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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