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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그냥 받아 먹는 글은 곧 잊혀지고, 내 삶의 변화에 사용되지 않는다.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 아침부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를 두 개의 버전으로 공유했다. 나는 10여 개의 단체 카톡이 있다. 내가 만든 것은 아니고, 아침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를 썼더니 초대를 받은 것이다. 어차피 쓴 글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 것은 인문운동가로서 하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동안 귤과 사과 증을 먹다 보니, 귤은 그냥 껍질을 벗기기만 하나, 수고스럽지 않아 귤이 고마운 줄 모른다. 사과는 내가 직접 깎아 먹는 수고를 하니 더 맛있었다. 거기서 통찰을 얻었다. 글도 필요에 의해 찾아 읽어야 맛있다. 그냥 받아 먹는 글은 곧 잊혀지고, 내 삶의 변화에 사용되지 않는다.

모든 SNS로 오는 모든 메시지를 읽지 않지만, 감(感)을 작동시켜 한 두 개의 글을 읽는다. 개인적으로 링크한 기사는 안 여는 경향인데, 며칠 전에는 박태웅이라는 분의 기사 제목이 끌려 열었다가, 그 글을 여러 번 읽었다. 평소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매우 일치하는 글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부터 여러 번에 걸쳐 함께 공유한다. 멋진 담론들이다. 그 중 오늘은 또 다른 두 가지만 공유한다.

하나는 협상하는 사회를 위해, 학교나 가정애서 아이들에게 딜(Deal)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Deal을 몰라 진영 싸움을 한다고 본다. 세상에는 상대가 있다는 것, 혼자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것, 주고받아야 한다는 것을 어릴 적부터 생활로 익히게 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기본을 회복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 어릴 때부터 변화구와 같은 기술을 빨리 사용해 상대를 제압하면, 다시 말해 기술로 접근하면 본능적으로 하는 동작이 사라진다. 무리하니 부상도 온다. 150㎞ 이상 던지려면 기본적 운동능력이 필요하다.

자세한 이야기는 시를 한 편 공유한 다음에 이어가겠다. 시도 일부만 공유한다. 좋다고 감이 오면 찾아 보시라. 아니면 적어도 제 블로그를 찾아 오시라. 요즈음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 머리가 무겁다. 나 혼자 고민하는 것이다. 세상이 코너워크를 하며 돌다 보니, 진짜와 가짜가 구별된다. 나부터 정신 차리고 싶다. 경주에서도 코너워크 할 때 순위가 바뀌는 것처럼, 포스트 코로나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다. 우리는 산업화, 정보화로 이어지는 직진 코스를 달렸다. 그러다가 코로나라는 코너를 우리 모두 돌고 있는 중이다. 이 코너를 돌고 나면 생명화의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생명이 가장 중요한 테제가 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앞으로 반 생명적인 것들은 절대 발을 붙일 수 없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좀체 자기 삶에 대한 확신이 들지않는다. 이게 맞나 싶다 가도 금세 의심이 생긴다. 그래 나는 고전을 많이 읽는다. 요즈음은 <장자> 원문을 대조하며 천천히 읽고, 리-라이팅하고 있다. 그러나 빨리 봄이 와, 주말 농장에 나가고 싶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상추 크는 것을 "무심히 바라보는 것이 꾀 중에서는 제일"이기 때문이다. 시의 제 1연을 공유하지 않는다. 원하면, 시집을 사든지, 적어도 찾아 보아야 한다. 아니면, 내 블로그에서도 읽을 수 있다. 수고를 하자는 것이다. 오탁번 시인의 시는 늘 즐겁다.

이별/오탁번

(…)

한평생이라야
구두끈 매는 것보다 더 금방인데
우리는 너무 빨리 이별을 하고
너무 빨리 사랑을 하네
이메일 메시지야
한 손가락으로 단숨에 지울 수 있지만
수많은 새벽과 노을녘은
눈썹처럼 점점 또렷해지는데
메뚜기 떼 호드득호드득 뛰는
고래실 고마운 논배미를
무심히 바라보는 것이
꾀 중에서는 제일인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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