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사람들은 말한다. 40대는 외모의 평준화가, 50대는 지식의 평준화가, 60대는 재산의 평준화가, 70대는 영성, 정신 세계의 평준화가, 80대는 건강의 평준화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정말일까? 정말이라면, 왜 그럴까? 많이 가진 자의 즐거움이 적게 가진 자의 기쁨에 못 미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즐거움과 기쁨이 차이가 있는가? 사전을 찾아 본다. 기쁨은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의 즐거운 마음이나 느낌이라면, 즐거움은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뭇하고 기쁜 느낌이나 마음이라고 정의한다. 비슷한 것 같은데, 즐거움은 어떤 상태라면, 기쁨은 어떤 행위의 결과인 것 같다. 그러니까 없다가 얻게 되었을 때 오는 것은 기쁨이고, 늘 있는 것은 즐거움인 것 같다. 그러니까 기쁨이 즐거움보다 더 강한 감정인 것 같다. 늘 있는 사람은, 없다가 그것을 얻게 되었 때 느끼는 감정을 모를 것이다. 그리고 많이 아는 자의 만족이, 못 배운 사람의 감사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만족은 '물의 고임'이라면, 감사는 '물의 흐름'일 것이다. 이렇게 '+'와 '-'하면, 마지막 계산은 비슷하고, 모두 닮아 가기 때문 같다. 그러니 살다 보면 별 인생 없다. 현재를 즐기는 것이 남을 뿐이다.
10대땐 공부 잘해 좋은 대학 가는 게 자랑이고, 20대 땐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 30대 땐 좋은 배우자와 결혼해 좋은 집에 사는 것, 40대 땐 승진해서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는 것, 50대 땐 재산이 많은 것, 60대 땐 자식이 성공하는 것, 70대가 넘어서면 그저 자기 몸 하나 건사하며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자랑이다. 50대들이 모이는 동창회에서 학교 다닐 때 공부 잘 했다고 자랑 하거나 20대 때 취업 잘했다고 자랑하는 사람은 없다. 70대가 넘으면 자기 건강한 것만 자랑이 되듯 젊은 시절에 얼마나 공부를 잘했든, 사회적으로 얼마나 성공했든, 돈을 얼마나 벌었든 별 인생이 없다. 지나고 보니까, 힘든 시기들이 그저 한 세월을 지낸 것뿐이다.
그렇다고 사는데 애를 쓰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현재의 욕망을 희생하며 애쓴 일은 언제나 아름답다. 하지만 그 애씀 속에서 보람을 찾아 현재를 살아내지 못한다면 행복은 언제나 미래로 유보된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니까 행복을 미래에서만 찾으려는 생각이 문제이다. 미래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현재의 순간을 희생해선 영원히 행복할 수 없다. 현재를 즐긴 것은 남는다. 인생 뭐 있나? 오늘도 새롭게 주어진 하루, 애쓰면서 보람을 찾고 즐기리라.
어제 오후 서대산 갤러리에 가서 묵직했던 마음을 가을 바람에 날려 보냈더니, 마음이 평화롭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가장 큰 인기는 갓김치였다. 지인이 직접 주말농장에서 키운 것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캠프 파이어는 추운지도 모르고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매주 토요일마다 하는 와인 이야기는 시를 읽은 다음으로 미룬다.
갓김치/강옥매
김장하고 남은 갓 한 단
소금에 절였다
밑동을 싹둑 잘라 버리고 왕소금을 뿌려
한나절 이상 기다렸는데 숨이 죽지 않는다
풀 먹인 두루마기 같다
무엇에 대항하는 걸까
저 고집,
꺾기를 포기하고 버무려 담가버렸다
편식으로 고집이 센 한 남자
절대로 남의 말 들을 줄 모른다
몸에 좋다는 온갖 설명에도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 성질 억새풀처럼 더 칼칼해진다
이웃집 남자 남은 세월 다 살지 못하고
불현듯 떠나고 손아래 동서 세상 떠나자
언젠가부터 땅에서도 노 젖는 법 알아
그 남자 겨우 숨을 죽였다
한 보름 지나 꺼내 본 갓김치
온순한 모습으로 아삭아삭 맛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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