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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선은 지금 하려는 일에 집중 하겠어."

2476.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9월 13일)

 

소설 <노인과 바다>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매일 매일은 새로운 날이지. 운이 따른다면 더 좋겠지만, 우선은 지금 하려는 일에 집중 하겠어. 그러면 운이 찾아 왔을 때 준비가 되어 있을 테니". 매일 매일이 똑같은 일상을 사는 우리들에게 큰 힘이 되는 말이다. "우선은 지금 하려는 일에 집중 하겠어." 그게 일상을 지배하는 일이다.

 

그리고 다른 이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하면 불행하다. 그리고 자기 삶을 살며, 자기 자신을 믿어야 행복하다.  85일 만에 청새치를 잡은 산티아고의 행운도 바로 이 신뢰애서 비롯되었다. 85일째 되는 날 아침, 바다로 나가기 전에 노인은 "오늘은 자신 있다"고 중얼거리며 또 배를 탄다. 나이 들어도 삶이 팍팍하고 이룬 것 하나 없다는 허탈감에 시달릴 때면, 나는, 산티아고 노인처럼, "내일은 없다. 오늘이 좋습니다"(나의 멘트라)를 외우곤 한다. 그러면서 오늘 다시 힘 낼 것이다.

 

<<노인과 바다>> 소설 속에서 소년 마놀린은 '믿음이 깊지 않은' 제 아버지보다도, 서로 믿는 사이인 노인 산티아고에게 존재의 많은 부분을 열어주었다. 여기서 "존재의 많은 부분을 열어 주었다"는 말에 마음이 잠시 멈추었다. 나는 무엇으로 내 존재의 충만함을 고양하는가? 그걸 찾은 것이 아침에 <인문 일기>를 쓰는 것이다. 읽지만 않고, 이런 식으로 쓰는 데서 나오는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

 

소설 속에서 소년 마놀린은 바다로 나가는 어부 노인에게 "두 마리의 신선한 작은 참치 또는 날개 다랑어를 주었는데, 그것들은 가장 깊은 곳의 낚싯줄 두 개에 추처럼 매달았다. 680Kg의 거대한 청새치는 바로 이 소년이 준 미끼를 물었다. 이런 식으로 믿음, 아니 신뢰는 항상 빛나는 결과를 안긴다. 이런 식으로 자신을, 다른 사람을 그리고 세상을 믿고 자신을 향해 쉼 없이 걷는 일이 삶인 것이다. 이런 낙관적인 자세는 자신을 믿는 자에게만 허용된다. 신뢰하여야 한다. 나를 세상을 그리고 함께 하는 모두를.

 

그러나 오늘 아침 사진처럼, 산다는 것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열흘 동안 붉게 피는 꽃이 없다'는 뜻으로, '한 번 성한 것은 얼마 가지 못해서 반드시 쇠하고 만다' 것을 보여준다. 잘 나간다고 거드름을 피워 봤자, 얼마 아니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는 얘기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때가 되면 죽는다. 자존심이 강하고 욕심 많은 사람일수록 화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유명세를 타거나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삶에 대한 애착이 더 많다. 하지만 영원히 살 수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예외 없이 언젠가는 죽는다.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소용이 없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인은 "사는 " 이렇게 노래한다.

 

 

사는 것은/안중득

 

길 하나 만들어

바람에 띄워 놓고 가는 일

뒤돌아보면 구겨진 길

비바람에 찢기고

푸른 달빛에 씻겨온 길

바라보며 가노라면

밝은 내 별에

닿을 수 있겠지

 

지난 9월 3일부터 시작된 <대전국제와인엑스포> 행사의 하나로 11회를 맞이한 <아시아와인트로피>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일상의 리듬을 잃었다. 집을 떠나 호텔에서 3박 4일을 보내면서, 마음이 풀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행사로 10일까지 혼자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동안 밀린 일들과 딸이 피자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 바람에 내가 할 일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나름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할 일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그건 틈나는 대로 매일 매일 <인문 일지>를 쓰는 일이었다. 그렇게 쓰다 보니 발산(發散)이 되고, 그 양만큼 수렴(收斂)하는 시간이 요구되었고, 그만큼 독서와 관찰의 시간이 필요하였다. 또 그 만큼 안목과 시선이 높아지고, 세상에 대한 문해력이 늘어났다. 이게 일상의 소소한 기쁨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이런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통해, 나는 또 그만큼 세상을 좀 더 여유롭게 바라보게 되었고 마음도 평화로웠다. 더 나아가, 사소한 일들이 쌓여서 인생이 되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작은 기쁨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나 만의 임무를 깨닫게 되고, 초조함과 조급함이 사라졌다. 이게 삶의 성숙이 아닐까? 과거는 해석에 따라 바뀐다. 미래는 결정에 따라 바뀐다. 현재는 지금 행동하기에 따라 바뀐다. 바꾸지 않고 고집하면 아무 것도 바꾸지 않는다. 목표를 잃는 것보다 기준을 잃는 것이 더 큰 위기이다. 인생의 방황은 목표를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기준을 잃었기 때문이다. 인생의 진정한 목적은 무한한 성장이 아니라, 끝없는 성숙(成熟)이다.

 

지금은 '아는 것이 힘'이던 시대로부터 '생각이 힘'인 시대가 되었다.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가치들은 생각하는 힘으로부터 나오고, 일상에서의 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지금까지의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 낯선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 상상력, 창의력, 혹은 기획력, 문제 해결력 등 생각하는 힘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래 아침마다, '사명'처럼 쓰는 <인문 일지>를 통해 이 시대에 중요한 자산인 ‘생각의 힘’을 북돋우고 퍼뜨리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정보의 시대에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하나의 '' 되지 않을까 해서, 공유하는 사람들의 수를 줄이기로 했다. 대신 원하는 사람들은 블로그로 방문하도록 하겠다. 그런 식으로 해서 하나의 생각이 또 하나의 생각과 만나 깊고 다양한 생각의 숲을 이루는 ‘생각의 숲’이 키우고 싶은 것이 내가 <인문 일지>를 쓰는 이유다.

 

나아가, 일하는 분들, 특히 책임을 맡고 있거나 남보다 많은 기회를 누리는 분들은 스스로의 ‘존재의 이유’를 물었으면 한다. '겸손해 지거나 착 해지라'는 뜻이 아니라 스마트해지라는 뜻에서 이다. 오래도록 잘하는 방법으로서, 또 기회를 준 많은 분들께 그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 보이라는 뜻에서 이다. 물으면 찾게 되고 궁리하게 되며 새로이 하게 되는데 오래도록 잘하는 길은 종종 그 끝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특히 공직을 맡은 분들은 이 질문을 가까이 하였으면 한다. 하고많은 사람 중에 왜 내가 이 일을 맡아야 하고 맡을 만한지, 어떤 가치를 세상에 내놓을 것인지 깊이 자문자답해 보았으면 한다. 자꾸 이상한 사람들이 공직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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