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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통한다는 말/손 세실리아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 아침은 벌써 토요일이다. 매주 토요일처럼, 오늘도 와인이야기를 하려 한다. 오늘은, 지난 주에 약속한 것처럼,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포도품종 이야기를 하려 한다. 와인의 가치 중의 하나가 와인의 맛과 향의 다양성이다. ‘같은 맛의 와인은 하나도 없다'고 할 정도로 와인에는 각각의 개성이 있다. 그래 와인을 알아가던 초기에는 새로운 와인을 개봉할 때마다 가슴이 설레이곤 했다. 어떤 색일까? 무슨 향일까? 맛은? 늘 궁금했다.

이러한 와인의 개성을 결정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이 네 가지이다. 포도품종(Cépage, Varietal), 떼루아(terroir), 양조기술(Oenologie), 빈티지(Vintage, 포도의 수확연도)이다. 와인을 마시면서 이 네 가지 요소를 의식하며 맛을 비교하다 보면 와인의 개성과 차이점을 알 수 있고, 와인을 통해 자신의 감각의 지평을 확장할 수 있다. 게다가 각각의 개성을 알게 되면, 그만큼 와인을 즐기는 기쁨이 더 커진다. 그리고 이것은 와인을 공부하는 네 가지 키워드이기도 하다.

포도라고 다 와인의 원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포도는 크게 와인을 제조하는 양조용과 과일로 먹는 식용으로 나뉜다. 양조용 포도는 발효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알코올 성분으로 변할 수 있도록 당도가 높아야 한다. 또 향과 맛을 낼 수 있도록 산도가 높아야 하며, 탄닌, 미네랄, 폴리페놀 등도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좋은 품종의 포도라고 해서 좋은 포도로 잘 자라는 것은 아니다. 포도 품질은 토양과 기후에 따라 좌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와인은 포도만을 원료로 하여 만들기 때문에 포도품종이 품질과 맛을 결정짓는다. 와인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와인이 어떤 포도의 품종으로 만들어졌는가를 알면 훨씬 더 쉽다. 우리가 여름철에 즐겨 먹는 켐벨이나 거봉 등은 식용 포도이기 때문에 와인을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다. 와인을 만드는데 쓰이는 양조 포도품종은 식용 포도보다 알갱이가 작고 촘촘하며 껍질이 더 두껍다. 또한 당도와 산도가 동시에 높아야 한다. 당도는 알코올 함유량을 결정하고, 산도는 와인의 향과 맛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분을 알코올과 탄산가스로 분해 시킬 수 있는 천연 효모의 양이 많이 들어있어야 한다.

토요일 마다 와인 이야기를 한다. 와인의 가치 중에 하나가 와인을 마시면,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서로 통(通)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 부족한 하나 소통 구조가 없다. 나를 내려 놓아야 틈이 생기고, 그 틈으로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서로 울분을 토해내는 소주를 절제하고 저알코올 음료를 마시며 통하는 대화를 오래 나누는 주말이 되었으면 한다. 더운 여름에는 레드와인보다 화이트 와인이 더 좋고, 더 잘 틈이 벌어지고, 나를 내려놓을 수 있다. 아침 사진은 주말 농장에서 오늘 아침에 찍은 것이다. 이 호박처럼, 와인의 특성은 싱싱하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청연 음료로, "신의 물방울"이라 한다.

통한다는 말/손 세실리아

통한다는 말, 이 말처럼
사람을 단박에 기분 좋게 만드는 말도 드물지
두고두고 가슴 설레게 하는 말 또한 드물지
그 속엔
어디로든 막힘없이 들고나는 자유로운 영혼과
흐르는 눈물 닦아주는 위로의 손길이 담겨있지
혈관을 타고 흐르는 붉은 피도 통한다 하고
물과 바람과 공기의 순환도 통한다 하지 않던가
거기 깃든 순정한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사랑해야지
통한다는 말, 이 말처럼
늑골이 통째로 무지근해지는 연민의 말도 드물지
갑갑한 숨통 툭 터 모두를 살려내는 말 또한 드물지

이어지는 포도품종 이야기는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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