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8.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8월 26일)

최근에 정부의 말들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이 말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말하는 것이 전혀 문장을 이루지 않는다'는 거다. 이런 어불성설을 우리는 '견강부회(牽强附會)'라고도 한다. '말도 안 된다', '말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흔히 '어폐가 있다'는 표현과 함께 반박할 때 많이 사용한다. '견강부회'는 '억지로(강, 强) 끌어와서(견, 牽), 갖다 붙이다(부회, 附會)'란 뜻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끌어 붙여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맞추다’는 해석은 원래 ‘견강부회’의 뜻에 좀 더 덧붙인 셈이다.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와 여당 정치인들이 하는 말이 어불성설이고 견강부회이다.
'견강'과 '부회'는 두 개의 단어가 합쳐서 뒤에 하나의 성어로 된 것이다, 견강은 ‘끌어다 억지로 우긴다’는 뜻으로 ‘도리에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우긴다’는 의미로, 중국 당송(唐宋) 팔대가의 한 사람인 소철(蘇轍)의 시에서 연유되었으며, 부회는 ‘붙여 모은다’는 뜻으로 ‘이치를 알지 못하면서 편리한 대로 적당히 맞추는 것’으로 한서(漢書)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견강부회와 유사한 고사성어로는 ‘아전인수(我田引水)’ 가 있는데, ‘제 논에 물대기’라는 뜻으로 자기에게만 이롭게 되도록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극단적인 이기심을 나타내는 말로,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형태를 묘사한 말이다.
지난 8월 15일에 젊은 정치인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용혜인 의원이 다음과 같은 글을 SNS에 올리면서, 제목을 '어불성설'이라 붙였다. 내 생각을 잘 표현해 준 글이라 오늘 아침에는 시를 대신해서 공유한다.
그가 통치권력을 쥐었다고 한들
일본 제국주의 침략으로 인한 식민통치를 몰아내고
조국과 민족의 해방을 이루겠다는 독립운동을,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제멋대로 재단할 권한까지 위임 받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이 일본과 공유할 보편적 가치가,
한민족이 무능해서 식민통치가 어쩔 수 없었다거나,
강제 징용도, 위안부 피해도 더 이상 문제 삼지 말고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라는
‘찬란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그러한 가치는 결코 아닐 것입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와 자유, 그리고 인권을 지키고자
온몸을 바쳐 투쟁해 온 민주화 투사, 열사를
폄훼하는 것 또한 결코 아닙니다.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환영하며,
평화를 향한 평화적 길을 포기하는,
그렇게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위기를
더욱 가중시키는 것 또한
국가수반에게 위임된 권한을 넘어서는 일입니다.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찬란하지만은 않았고,
굴곡으로 점철된 안타까운 시간의 연속이었던 것을
인정하지 않고서
어찌 역사적 의의를 논할 수 있겠습니까
그가 무어라 말하든 진실이 없으니
울림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그가 뱉은 말들이 죽은 말들 뿐이니
그 자체에 안타까움은 없으나
대한민국 국가수반의 기념사로서,
영원히 역사에 기록될 것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것을 막지 못하는 오늘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오늘은 귀를 깨끗이 씻어야겠습니다.
채 스물을 마주하지 못하고
스러져간 유관순 열사를 기억하며
평화와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한 길을 향해
신발 끈을 다시 동여매야겠습니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같이 공부했던 똑똑한 친구 정진만의 페북 담벼락의 글을 공유한다. 제목은 "정치권, 특히 국힘당은 괴담이라는 말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거다. 그의 글을 갈무리하여 공유한다.
"그 자들은 자기들이 싫어하는 비판, 듣기 싫은 말을 사실 여부를 확인시키려 하지 않고 간단히 '괴담(怪談)'이라고 불러버린다. 사전적으로는 '괴상한 이야기'를 뜻한다. '오염수 괴담, 양평괴담, 첼리스트 괴담, 천공 괴담 등', 괴담 찬가를 부른다. 주술사들과 야합해 정권을 쥐고 흔드는 콜걸사기꾼 정권이라서 '괴담론'을 그리 즐겨 쓰나? 더욱이 이 단어는 일본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말 뒤에 무서운 음모와 탄압과 폭력의지가 숨어있다.
유럽의 중세에서 마녀사냥은 대략 17세기까지 자행되었다. 종교검찰관 노릇을 하는 신부들이 그 악명 높은 심문(inquisition)으로 - 실제는 우리의 상상력이 못 따라 가는 지독한 고문 - 을 통해 누구나 마녀로 만들 수 있었다. 가끔 귀족도 있었지만 마녀로 지목 받은 절대 다수가 힘없는 민중, 심지어 민간약사(herbist)들도 많았다. 그래서 그들이 '밤에 산의 무덤가에서 회합'을 하다 발각이 되는 것이다. 한 빵가게 할머니가 마녀로 찍혀 끌려 가는데 이웃 아저씨가 위로했다. '할머니, 마녀가 아니니까 괜찮을 거에요' 며칠을 모질게 고문을 받고 정신이 혼미한 할머니가 다른 마녀를 대라고 하니 그 아저씨 이름을 댔다. 그 이웃이 잡혀 오는데 할머니가 "정말 미안해요. 머리 속에 당신 얼굴만 떠올라서."
마녀사냥을 나중에 진지하게 비판하고 종지부를 찍는데 기여한 사람이 윌리엄 하비이다. 16세기에 혈관을 발견한 의사다. 과학자의 눈과 양심으로 마녀사냥은 미친 짓이라고 용기 있게 말했다.
2023년의 대한민국이 무녀, 박수 무당과 그들의 졸개들이 다스리는 나라라고 간주되고 싶지 않으면 국정을 논하는 자리, 사회적 토론의 자리에서 '괴담'이라는 박수무당 주문 같은 소리를 집어치우라. 이는 마치 "너 얼굴 보니 마(摩)가 꼈어. 네가 범인이지"."내가 천상 점괘를 보니 국방부 앞뜰에 한 많은 귀신이 4사분기 무역수지 망칠 것 같아" 등등. 오늘 한국에서 괴담을 논하는 자들의 수준이 이러하다. 이들은 이런 요언(谣言)을 퍼뜨리며 민중의 기름과 피를 짜 먹는 희대의 사기꾼들로 조속히 물리쳐야 한다. 우리 모두가 그 할머니 '마녀'같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그러니 공부를 해야 한다.
제자 공손추가 맹자에게 물었다. "스승님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내 장점은 말을 알고 호연지기를 잘 기르는 것이다." 공손추가 다시 물었다. "말을 안다는 게 어떤 건가요?" 그러자 맹자는 "부동심(不動心)을 가지려면 지언(知言)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은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의 뜻을 구분할 줄 아는 것을 뜻한다. 맹자에 의하면, 사람의 말에는 4가지 병이 있다"고 했다. 첫째는 한쪽으로 치우친 피사(詖辭), 둘째는 외곬에 빠져 판단을 잃은 음사(淫辭), 셋째는 바른 길을 벗어난 사사(邪辭), 넷째는 궁한 나머지 책임을 벗으려는 둔사(遁辭)라고 했다.
지언(知言), 남의 말을 잘 알아들으려면, 문해력이 필요하다. 그 문해력은 학습하려는, 아니 공부하려는 의지와 능력에 선행되어야 한다. 아트앤북 대표이며 인문학 연구자인 황산은 "대학 학력 중심 올드 엘리트 시대는 저물고, 4C 역량 갖춘 뉴 엘리트가 미래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최근 우리 뉴스를 덮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거의 서울대 *대 출신이다. 학벌과 학력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학력사회는 이미 종언을 고했다. 명문 대학과 특정 전공의 엘리트들이 사회의 주류를 차지해온 그간의 흐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들은 거짓말을 잘 한다. 상황에 따라 자신의 소신을 뒤집는다. 그러니 신뢰를 잃는 거다. 기회주의자에게는 소신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김어준의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에서 들은 거다.
다음은 당시 제주 지사였던 원**가 2021년 4월 13일에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이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바다를 함께하는 인접 국가 국민들에 대한 폭거로서 강력히 규탄합니다. 이제는 말로 아니라 행동할 때가 되었습니다. 저는 우선 제주에 주재하고 있는 일본 총영사를 초치하고 일본 대사와의 면담을 통해 강력한 항의 의사를 전달하겠습니다. 제주를 비롯한 부산, 경남, 울산, 전남 등 5개 지자체가 오염수 저지 대책위를 구성하여 강력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주도하겠습니다."
이 멘트를 듣고, 역사학자 전우용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인문학적으로 말이다. 너무 흥미로워 공유한다. "보통 사람이 이제 자기의 과거 발언을 반박하려고 그러면 좀 부끄러워하게 되는데 옛날부터 그런 좀 기능이 마비된 사람들이 언제나 있었어요. 그래서 이제 좀 자기 이익에 따라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뭐 굳이 비교하자면 양성 주광성 생명체 같은 이제 그런 사람들이 언제나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겪으면서 나온 말이 있죠. 기회주의자에게는 소신이 없다. 이게 이제 하나고요. 둘째로는 이제 한국 정치가 특히 이제 근대 이후에, 일제강점기 이후에 특히 이 거짓말이나 자기 소신을 좀 뒤바꾸는 일에 대해서 한국 문화 자체가 다소 관대해진 측면이 있다. 예컨대 조선시대나 뭐 지금도 사실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소신 있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소신 바꾸는 사람들을 숙주나물"이라 했다.
"사육신 생육신이 그렇게 소신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버리는데 그냥 살겠다고 자기 소신을 버린 신숙주가 이게 빨리 쉰다고 해서 숙주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그리고 우리는 사람 사이에서 신뢰를 중하게 여겼다. "인의예지가 각각 동서남북에 해당하는데 신은 중앙이에요. 그러니까 신뢰를 얻지 못하면 신의가 없으면 나머지 어떤 가치를 내세운다 하더라도 그것을 믿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이걸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민주주의 정치에서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신이었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닉슨이 이제 탄핵되기 직전에 사퇴했습니다만 닉슨이 물러나게 된 계기도 워터게이트 도청 자체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게 다뤄졌던 것이 도청을 무마하려는 시도를 했음에도 안 했다고 거짓말했다. 이 거짓말이 굉장히 중요한 거"였다. 그런데,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이른바 소신 바꾼 사람들, 그러니까 숙주나물 같은 사람들이 이제 또는 양성 주광성 생명체 같은 이런 사람들이 계속 득세하는 역사"였다. 여기서 "양성 주광성 생명체"란 유글레나처럼, "빛만 빛이 있는 쪽으로 계속 움직이는 거"다. 마치 해바라기처럼 말이다.
예를 들면, "우리 군이 북진하고 있으니 서울 시민은 안심하라, 이렇게 방송하고 한강 다리 끊고 자기만 피신한 사람. 남북 대화를 위해서는 유신을 해야 된다고 했다가 유신하고 난 다음에는 남북 대결을 위해서 또 유신을 지켜야 된다고 했던 사람. 이런 사람들을 숭배하는 문화가 좀 남아있기 때문에 이런 거짓말에 대해서 좀 너무 관대한 측면이 있다"는 거다.
그리고 다 흥미로운 것은 "악귀(아귀) 이야기"였다. 물고기 중에 아귀라는 게 있는데, 본래 '굶어 죽은 귀신 또는 굶주린 귀신'이란 뜻이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었냐면 이제 생선은 대가리라 그러는데, 물고기는. 그 다음에 입이라고 안 하고 아가리라고 그래요. 대가리의 대부분은 아가리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고 기능은 없고 탐욕 기능만 있는 거죠. 그러니까 이런 좀 동물처럼, 이런 물고기처럼 이익만 된다면 어떤 사고 기능이 마비된 채 자기가 과거에 무슨 말을 했는지 조차 잊어버리는 또는 자기가 어떤 주장을 지지했는지 조차 잊어버리는 그런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거다. 그래 이런 글이 나온다. “일본의 #후쿠시마 #핵폐기수 해양 투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반국가세력”이라고 주장하는 자가 매우 많습니다. 일본의 ‘反 환경적, 反 생명적 행위’에 반대하는 게 대한민국에 대한 ‘反 국가 행위’라는 생각은 ‘일본인’도 못합니다. ‘사람’은 결코 이런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짐승만도 못한 놈’이나 ‘악귀 같은 놈’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닙니다."(전우용) 너무 글이 길어지니, 여기서 멈춘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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