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5.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8월 23일)

이번 주는 송숙희의 <<일 머리 문해력>>을 읽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일 머리'라는 말은 '일+머리'의 합성어로, 일하는 방법, 노하우, 요령 등을 뜻하는 말로, 보통 일머리가 '있다' 혹은 일머리가 '없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편하게 말하면, 일할 때 돌아가는 머리를 말한다. 송숙희 작가는 '일 머리'는 '어떤 문제든 자기 머리로 척척 해결하는 능력'이라 정의했다. '일 마리가 있다'라는 것은 일의 순서를 알고 그 일을 되게 잘 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박창선에 의하면, "일머리는 보통 다음의 10가지를 아느냐 모르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가 나열한 10가지는 다음과 같다.
- 이걸 하는 방법은 이런 이러한 게 있다는 걸 아는 거다. 일머리의 시작은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기술이라는 거다.
- 뭔가 처음 해보는 일이라면, 그 일의 시작점을 잡는 거다. 일을 시작할 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그리고 초기 자료는 어디가면 찾을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거다. 일을 시작할 첫 단추를 찾는 거다. 이걸 모르면 자꾸 헛다리를 찾는다.
- 그래도 일의 시작을 못 찾겠다면 빨리 포기하는 거다. 그 기준은 마무리에 달려 있다. 내가 마무리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 물어 보는 거다.
- 아니면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 보는 거다. 그 질문은 그 일의 프로세스를 짜는 거다. 즉 처음엔 이렇게 다음엔 이렇게 하는 되겠다 라고 플랜을 짜 보는 거다. 여기서 프로세스는 일의 순서를 말한다. 예를 들면, 기획안 쓰고, 조사하고, 자료 수집하고, 결과 분석하고, 토대로 행위 도출하고, 테스트 돌려보고 분석하는 거다.
- 일을 하면서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거다. 그러니까 이걸 이렇게 하면 좀 나아지겠다는 것을 아는 거다.
- 반대로 실수를 줄이는 길을 아는 거다.
- 같이 일하지 말아야 할 사람인지 빨리 파악하는 거다.
- 이 일이 도전해볼만 가치가 충분한 지 확인해 보는 거다.
- 그 일을 비용으로 환산하는 능력으로 대충 얼마 정도의 비용이 들지 아는 거다. 한 마디로 견적서가 머릿속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일 할 때, 기획서는 마음 속에 견적서는 손에 들고 일하는 거다.
- 그 일이 어제쯤 끝나는 지 아는 거다.
그리고 일머리와 학교 성적은 비례하지 않는다. 일 머리와 공부 머리는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일 머리가 없는 사람의 특징은 일을 할 때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거나, 이론에만 몰두해 공부한 나머지 현실적인 감각이 부족하거나, 일의 우선 순위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거나 일의 결말을 생각하지 않고 당장의 상황에만 매달려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일 머리가 없다.
자연과 인간 세상에는 동일한 흐름이 존재한다. 음양이 잇고, 고저가 있고, 강약이 있고, 장단이 있다. 이처럼 모든 일에는 그 분야에 맞는 흐름이 있다. 일 머리 좋은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일 머리는 지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송숙희 작가는 자신의 책, <<일 머리 문해력>>에서, 문해력을 키우면 일 머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했다. 다음의 경우가 문해력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신호들이라 했다.
- 10장짜리 PP보다 1페이지 보고서 쓰기가 어렵다.
- 급한 일과 중요한 일, 무엇부터 해야 할 지 모르겠다.
- 보고할 때마다 머릿속이 하얘져 '아무 말 대잔치'를 한다.
- 어떻게 질문해야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 보고서 내용은 그럭저럭 채웠는데 제목 뽑기가 힘들다.
- 읽을 책은 많고 시간은 없어 유튜브나 요약본으로 대신한다.
- 전화보다 문자가 편하다.
- 업무와 관련해서 어떤 자료를 찾아야 할지 막막하다.
챗GPT라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어려운 질문에도 답을 척척 내놓고, 소설이나 광고카피도 술술 써내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내 일자리는 과연 무사할지 걱정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기술의 발달이 기술직 인력의 일자리를 대체한 것처럼, 이제 인공지능이 전문직을 비롯한 사무직 일자리를 대체하지 않을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챗GPT의 등장으로 인해 인공지능이 따라올 수 없는 인간의 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문해력’이다. 이러한 문해력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글과 말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 더 주목받는 이유는 공부하고 일하고 돈을 버는 일이 거의 디지털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지식사회라고 해서, 일도 공부도 투자도 지식을 근간으로 이뤄진다. 지식은 ‘인풋-프로세스-아웃풋’이라는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일상에서 이 시스템은 정보를 수집하고 가공하는 ‘읽기-생각하기-쓰기’ 과정으로 작동한다. 이것이 문해력이고, 문해력 없이 우리는 어떤 일도 잘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온라인 세계에는 영상과 이미지도 차고 넘치지만, 정작 중요한 일들은 읽기와 쓰기로 귀결된다. 왜냐하면, 첨단기술을 동원해 고객에게 닿을 수 있어도 고객이 사게 만드는 일은 사람의 몫이고 그 일은 한두 마디 글이 하기 때문이다. 송숙희 작가가 한 인터뷰에 했던 말이다.
그의 책 <<일 머리 문해력>>은 다음과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크게 4개의 챕터이다. 메타 문해력, 딥 리딩, 딥씽킹, 딥라이팅이다. 송숙희 작가에 의하면, 메타 문해력은 문해력이라는 기본 개념, 즉 읽고 생각하고 쓰는 능력에 정보를 간파하는 ‘메타 정보력’을 더한 개념이라 했다. 정보가 귀하던 시절에는 정보 자체가 능력의 상징이었는데 지금은 정보가 차고 넘친다. 그런데 이 정보가 사실인지 가려내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심지어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조차 거짓 정보를 천연덕스레 뽑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발휘하려면, 차고 넘치는 정보들 속에서 신호와 소음을 가려내고 활용할 줄 아는 메타 정보력이 필요하다. 메타 정보력은 정보에 대한 이해를 넘어 정보의 진위, 가치, 필요성을 파악하고 사용하는 능력까지를 포함한다.
메타 문해력은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교육계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정보의 쓰나미를 헤치고 살아남으려면 교육 과정에서 정보 분별력을 체득해야 한다는 시대적 필요성에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당장 챗GPT 등장 이후 학교들이 챗GPT를 활용해 작성한 리포트를 평가하는 지침을 만드느라 바쁜 것만 봐도 인공지능 시대에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할지 가늠할 수 있다. 송 작가의 책에 나오는 그림을 공유한다.

일할 때나 공부할 때, 일상생활을 하면서 우리가 주로 하는 일은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게다가 디지털화를 필두로 4차산업혁명 기술이 일상에 도입되며, 전에 없던 고약한 문제들이 더욱 우리를 옥죄고 있다.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일과 일상이 매우 힘들 수밖에 없다. 문제해결 능력은 지식이 구동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읽기-생각하기-쓰기'로 이루어진다.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살피고(읽기), 이를 토대로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만들어(생각하기), 정리하고 공유해(쓰기) 문제를 해결한다. 이렇듯 문제해결 능력은 읽는 힘을 시작으로 쓰는 힘으로 완결된다. 시대가 변해도, 아니, 시대가 변할수록 그 변화에 맞춰서 자기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우리가 갖춰야 할 문해력이다. 내일부터는 <<일 머리 문해력> 제1 파트 <메타 문해력>을 읽고 공유할 생각이다.
오늘 아침 고유하는 시는 이문재 시인의 <농담>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이다. 특히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하여/종은 더 아파야 한다"는 구절을 좋아한다. 문해력을 기르려면, '학습력'을 길러야 한다. 이 이야기는 시 다음으로 옮긴다. 오늘 아침 사진은 지난 월요일 공주 와인 강의에 셋팅 된 식탁이다. 그 사진을 보고, 오늘 아침 시를 소환했다.
농담/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접는다는 것/권상진 (0) | 2023.08.24 |
|---|---|
| 처서/정끝별 (0) | 2023.08.24 |
| 상사화/도종환 (0) | 2023.08.23 |
| 취하시오/샤를르 보들레르 (1) | 2023.08.23 |
| 달맞이꽃/지웅 작사, 김희갑 작곡 (1) | 2023.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