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0.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8월 18일)

대통령이 읽은 8.15 연설문은 '대통령 상태'를 미루어 예상은 했지만 충격적이다. 정신 질병이 중증이라는 기자들이 많다. 이제까지 광복절 경축사는 독립의 의미를 돌아보고 평화와 통일, 통합을 위한 과제를 제시하는 연설이었다. 그런데 이번 광복절 경축사는 걱정된다.
1. 우선, 역사의 '역'자도 잘 모른 경축사이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다" 그리고 나선 경축사의 대부분을 "주권을 회복한 이후의 독립운동", 즉 "북한 공산전체주의와의 싸움"에 할애했다. 한마디로 잔혹했던 일제 과거사 부분을 사실상 통째로 들어낸 것이다. 이것을 반증하듯 이날 경축사 어디에서도 '일제'나 '강점' '해방' 같은 단어는 찾을 수 없었다. 또한 '광복'이란 용어도 첫머리에 "오늘은 제78주년 광복절입니다"라고 한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8.15는 그 대상이 일본의 과거와 현재의 문제인데 일본의 과거사 반성이나 핵물질오염수 방류 반대에 대한 언급을 윤석열에게서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친일본우익화 된 지경이기에 기괴하고 위험하다.
2. 일본에 대한 언급은 이렇다. 친일 매국적 발언의 경축사이였다.
"일본은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며 “한·일 양국은 안보와 경제의 협력 파트너로서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해 나가면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날도 아닌, 광복절 아침 경축사에 등장한 '일본'이다. 또 “일본이 유엔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 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며 “북한이 남침을 하는 경우 유엔사의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개입과 응징이 뒤따르게 되어 있으며, 일본의 유엔사 후방 기지는 그에 필요한 유엔군의 육해공 전력이 충분히 비축되어 있는 곳”이고 “유엔사령부는 ‘하나의 깃발 아래’ 대한민국의 자유를 굳건히 지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국제연대의 모범”이라고 했다. 일본 극우들의 주장이고, 미국의 바램이다.
3. 그리고 대부분의 국민들을 포용은 커녕 편 갈이를 하고 있다. 국민을 두 개로 쪼개 놓은 경축사였다.
올해 광복절 경축사가 특히 경악스러운 것은 막무가내식 논리 때문만이 아니다. 독립을 희구했던 그분들은 하나였다. 독립운동이 "단순히 빼앗긴 주권을 되찾거나 과거의 왕정국가로 되돌아가려는 것이 아니었다"는 말은 틀렸다.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온 그분들이 바란 것은 단순하건 복잡하건 빼앗긴 주권을 되찾자는 것이었다. 독립운동의 힘든 길을 걸었던 분 중에는 왕정국가를 복원하려는 유학자들도 있었다. 전근대 왕정 복구자들에서부터 보수주의자, 사회주의자, 무정부주의자가 울력으로 저항한 것이 독립운동의 요체다. 실제 그 무슨 '주의'니, 이념이니, 사상이니 하는 추상적인 가치의 신봉자는 적었다. 독립된 나라에서 사람답게 살고 싶은 수많은 일자무식의 아우성이 더 컸다. 그런데 경축사는 그 '하나'마저 쪼갰다.
그리고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에서 이러한 반국가세력들의 준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결코 이러한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산 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
‘민주주의·인권·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한 세력이 누구인지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반국가세력'에 우격다짐으로 밀어 넣은 국민들이 너무 많다.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온" 국민을 포함했다. '1호 사원'이 그토록 강조하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추구하는 활동가들까지 '반국가세력'에 쓸어 담았다. 또 민주주의와 인권과 진보주의를 지향하는 게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무슨 상관이 있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저항한 국민을 공산주의자라고 덤터기 씌웠던 군사독재정권의 논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통합의 메시지는 사실상 실종됐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16차례 한국 사회 구성원들을 ‘우리’로 호명했지만 대결적 인식이 도드라지면서 ‘우리’에 대한 확장적 인식은 보이지 못했다. 이념 전쟁을 활용하는 대결 정치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통령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물론 본인과 그 추종 세력들도 불행할 것이다. 매일 남 탓만 하지 말고, 말을 함부로 하지 말고, 지킬 말만 하고, 내가 하는 말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성찰하고 했으면 한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인지 모르지만, 내 눈에 다음 것들은 팩트로 보인다. 동아일보의 김순덕 대기자의 칼럼을 보고 갈무리 한 것이다.
- 현 정부는 국민 신뢰를 많이 잃었다.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이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국제 망신까지 현 정부 들어 벌어진 대형 사고가 벌써 세 번째다. 그러는 사이, 잘 모르겠지만,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정부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무너진 자유 시장경제를 바로 세우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고 했다. 대통령은 혼자 숨 가쁠지 몰라도 장관들은, 공무원들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선 한가하고 안일하다. 이태원 참사를 겪고도 국민 안전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할 주무 장관이 문책 받지 않아선지 공직 기강은 불과 열 달 만에 한없이 흐물흐물해졌다.
- 현 정부의 말들 속에는 시대의 흐름을 모르고, 세상이 어떻게 가야 하는 지 고민한 흔적이 안 보인다. “정부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무너진 자유 시장경제를 바로 세우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이 게 무슨 말인지 알까? 윤 대통령이 연설할 때마다 강조하는 ‘자유’는 공공귀족들의 무능할 자유, 무책임할 자유, 이해충돌 무시하고 지대(地代)나 쫓는 자유일 뿐이다.
- 그리고 말만 뻔지레하다. 이 정부가 밝힌 국정목표 6개 중 첫 번째가 ‘상식이 회복된 나라’다. 그중 세 번째 ‘국민께 드리는 약속’이 ‘소통하는 대통령, 일 잘하는 정부가 되겠다’였다. 잼버리 주무 부처 장관의 거짓 보고를 연상케 하는 당당하고 뻔뻔한 추진 전략이다. 그리고 하나 마나 한 말 뿐이다. 너무나 비상식적인 이태원 참사 발생 4일 후,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모든 부처가 안전 주무 부처’라는 각별한 각오로 안전에 근본적 대책을 세워 달라”고 하나 마나 한 주문을 날렸다.
- ‘대통령 사람’에게만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공정과 상식과 법치는 가장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무법천지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예컨대, 윤 대통령 선거캠프 출신이 사장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철근을 빼먹은 ‘순살 아파트’ 명단을 속여 발표하고도 또 설계·감리 용역 6건을 LH 전관업체에 몰아주는 ‘철면피 카르텔’을 드러냈다. 이런 공 기관을 감독해야 할 국토 교통부 장관, 3월 지자체 정부 혁신 종합 계획을 발표했던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 정부의 특기인 전임 정권 탓이나 하면서 태연하다. 그러다 보니, 현 정권은 현재 벌어지는 부조니 범법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과거의 사건을 폭로하는 데 혈안이다.
- 가장 큰 걱정은 한반도 유사시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미국의 싱크탱크 랜드의 마이클 마자르는 국가를 강하고 위대하게 만드는 힘은 경제적 생산성, 기술적 혁신, 사회적 통합 그리고 국가적 의지에서 나온다고 했다. 특히 엘리트 계층의 공적 마인드가 중요한데 세금으로 꿀이나 빠는 부패하고 나태한 꼴이 대중 앞에 노출되면, 그 사회는 무너진다고 했다. 지금 우리가 바로 이 짝이다.
- 이렇게 내년 총선까지 지지부진 갈 순 없다. 이미 차관 개각으로 ‘대통령 직할 체제’를 구축했다 지만 결과는 힘 빠진 장관, 해이한 공직 사회, 그리고 떠나는 민심 뿐이다.
- “국면 전환용 개각은 없다”가 자랑이 될 순 없다. 대통령 부친도 국민만 바라보라고 하지 않았던가? 총선 승리보다 국민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은 귀국 후 “대통령인 저부터 달라지겠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희망은 없지만, 인문 운동가로 문병란 시인의 <희망가>를 부르고 싶다. 왜? 나는 노자가 <<도덕경>> 제40장에서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이란 믿기 때문이다. 그 말은 '반대편으로 나아가려는 경향이 도의 운동력'"이라는 말이다. 반대편으로 나아가려는 경향을 운동력으로 해서 반대되는 것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다는 거다. 이 운동력은 바로 자연이 본래적으로 갖추고 있다고 노자는 보았다. 이 자연의 형식에 따라, 나는 오늘 아침도 '되돌아감'을 믿는다. 그래 <희망가>를 부른다. 달도 차면 기울고, 낮이 밤이 되고 밤이 낮이 된다. 아주 추운 겨울이 되면 다시 더운 여름으로 이동하고, 심지어 온 우주도 팽창과 수축을 반복한다. 이 모든 것은 어느 한 쪽으로 가다가 극에 도달하면 다른 쪽으로 가는 '도'의 원리에 따르는 운동이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희망가/문병란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 길 멈추지 말라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대통령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분노하기만 하며, 잘 설명하지 못했는데, 김영 교수의 페이스북 담벼락을 읽고, 이해했다. "친일세력들은 자기들의 반민족적 행위를 감추기 위해 합리적 민주세력을 공산주의세력/빨갱이로 플레임을 씌웁니다." "그들이 말하는 '자유'는 '반공자유주의'이며, 우리 사회를 구시대의 이념대결로 몰아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로 삼고 있습니다." "동구권이 무너지고 공산주의 체제가 실패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21세기 대명천지에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공산주의/빨갱이 타령을 하는 친일 극우 반민주 세력이 활개치는 현실이 개탄스럽습니다." "우리 시대의 참 지성이자 양심인 박충구 교수님의 글을 모셔옵니다." 진짜 광복은 그들을 척결하는 날이 될 것이다.
다음은 박충구 교수가 정리한 친일 세력의 특징 12가지이다. 이제 이해가 된다.
- 친일 세력은 자기들만의 생존을 위해 민족 분단을 지속시키고 고착화 한다. 분단 세력, 반 평화 세력이다.
- 친일 세력은 외세에 빌붙기 좋아해 뼛속까지 친미일 주의자가 된다. 대를 이은 사대주의자다.
- 친일 세력은 친일 부패 무능 정권을 비판하면 무조건 친북, 좌파 빨갱이로 몬다. 해방 후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이런 짓을 한다. 부패와 친일 행각을 감추려는 짓이다.
- 친일 세력은 민족의 미래에 대한 공동선, 철학과 비전이 없다. 친일 세력이 정권 장악에 혈안이 되는 이유는 민주 정권이 들어서면 친일 부패 행각이 드러나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친일 세력은 도덕성 없는 물욕, 권력욕이 강해서 권력만 잡으면 부정부패를 일삼는다. 부패를 감추려고 상습적인 좌파 몰이하며 희생양 잡기를 한다.
- 친일 세력은 조상부터 정의에 대한 신념이나 인간적 신의나 도덕성이 없다. 근본이 불의하다.
- 친일 세력은 민주 세력을 적으로 여기며 쉴 틈 없이 공산당이라는 허구를 만들어 음해 공작을 하며 갈라치기를 한다.
- 친일 세력은 과거 친일 행각으로 거머쥔 재산과 기득권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며 사회적 특권을 가르친다. 부와 권력을 자신들만 누리려는 집단 이기주의자다.
- 친일 세력은 소수가 특권을 누리며 동족을 팔아먹거나 차별해 왔기 때문에 보편적 인권 사상이나 민주 사상을 몹시 싫어한다. 철저하게 반민주주의자의 행태를 보인다.
- 친일 세력은 기독교에 뉴라이트 운동으로 위장하고 침투해 신자들을 복음에서 이탈하게 만들어 친일 세력으로 양육하고 빨갱이 몰이에 앞장세운다.
- 1919 기미년에는 기독교인을 비롯한 종교인들이 민족 세력의 주축이 되어 일왕과 일제에 저항하며 자주, 독립을 외치며 친일 세력을 몰아내자고 외쳤다. 요즈음엔 돈과 권력에 환장한 세력이 종교를 장악하고 태극기를 들고 다니며 민주, 자주, 독립 세력을 좌파로 낙인을 찍고 증오와 혐오를 교사하고 있다.
- 돈과 권력을 사랑하는 친일 세력이 가진 기득권, 돈과 권력의 부스러기라도 얻어먹으려는 자들이 도처에서 친일세력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다. 이런 부류는 정부, 정당, 검찰, 법원, 종교계, 학계, 권력기관 없는 곳이 없다. 이들은 깨끗한 양심과 합리적 이성을 버린 자들이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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