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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계속 나 답게 사는 것이다.

2448.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8월 16일)

나는 빙하를 본 적이 없다. 다만 이미지로만 알고 있다. 미국 알래스카주 주도인 주노에서 빙하가 녹아 발생한 홍수로 주택이 강물이 휩쓸려 붕괴돼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지난 8월 6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밤 주노 인근 빙하호 붕괴로 멘덴홀 호수 수위가 높아지면서 일부 도로와 주택 수십 채가 침수되고 건물 2채가 붕괴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그리고 SNS에는 불어난 강물에 주택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강물이 도로를 덮쳐 나무가 휩쓸려 떠내려가는 영상이 올라왔다.


빙하(氷河)는 지구의 특정 지방에서 눈이 녹지 않고 쌓여서 오랜 시간에 걸쳐 단단한 얼음층을 형성한 것이며 이것이 중력에 의해 마치 강처럼 흐르는 현상 및 그런 현상이 관측되는 얼음 지형 자체를 뜻한다. 사람들이 흔히 말할 때는, 높은 산지에 있는 만년설도 빙하의 일종으로 보기도 한다. 빙하는 북극, 남극, 대륙의 고원지대에서 볼 수 있다. 모든 빙하가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있는 것은 아니다. 북극 빙하는 여름이 되면 따뜻한 햇빛에 녹았다가 겨울에 다시 얼어붙는다. 하지만 북극 중에서 더 추운 지역에 있는 빙하는 여름에도 목지 않고 꽁꽁 얼어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지역 빙하까지도 녹아 내리고 있다 한다. 이상고온 현상으로 날이 더워지며 북극 빙하가 많이 사라지고 있다는 거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2030년에는 북극해 빙하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한다. 빙하가 녹으면 물이 된 빙하가 바다로 흘러가 해수면을 높인다.  특히 남극 빙하는 녹는 속도가 최근 5년간 과거보다 3배 이상 빨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고원 빙하가 녹으면 마실 불도 사라지고, 대홍수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거다. 그러면서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많은 해안 도시들이 물에 잠긴다는 거다. 지구가 위험하다고 빙하 경보하고 있다. 이 경보에 대응하는 기후 위기 대처 방법 이야기는 다음에 한다.

지금부터는 <<바다로부터 얻은 작은 철학(petite philosophie de la mer)-한국어 번역판의 제목은 '모든 삶은 흐른다'>>를 쓴 로랑스 드빌레르와 함께 빙하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공유한다. 부서지지 않을 것 같은 배들도 바다가 빙하로 조여오면 방법이 없다는 거다. 배가 빙하에 갇히면 가느다란 가시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도 살다 보면 빙하에 갇힌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온도가 갑자기 뚝 떨어지고 모든 것이 얼어버린 다른 세상 속으로 온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버티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나는 현실을 인정하거나 빠져나갈 길을 찾아 보는 것, 다시 말하면 포기하거나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성공을 기뻐하기도 하고, 바람이 불어도 묵묵히 가보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움직일 수 없거나 역경이 닥쳐도 끝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행동을 이해하기도 한다. 만약 지금 삶에서 커다란 빙하가 가로막고 있다면 우리는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난 것이다. 혹독한 겨울이든, 더운 여름이든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바다에서 빙하를 만나는 것처럼, 실패를 딛고 일어서려면 실패를 성공의 기회로 삼을 줄 알아야 한다. 끝없이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인생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억울하거나 희망을 잃거나 수치심을 느낄 때이다. 이럴 때 꼭 해야 하는 것이 있다. 계속 나 답게 사는 것이다. 아무리 인생이 괴롭고 답답해도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 남아 있는 거다. 모든 것을 잃거나 거의 모든 것을 잃어도 우리는 여전히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로, 가로로 나누어진 도표가 아니다. 손해와 이익, 수익과 부채, 실패와 성공처럼, 우리의 인생은 단순하게 볼 수 없다. 우리는 숫자와 시장에 법칙에서 벗어난 가치를 지닌 존재라는 사실이다. 앞에 놓인 고난과 부족한 것만 생각하고 살면 안 된다. 어려움이 닥쳐도 그건 그냥 삶의 한 순간일 뿐이다. 결국에는 모두 스쳐 지나갈 순간들이다. 어떤 것에 실패해도 그것이 실패한 것이지, 나의 존재가 실패는 아니다. 나는 그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게 무엇이든 쉽게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언제든지, 실패해도, 우리는 우리 자신 답게 살 수 있다. 저자가 빙하를 생각하며, 모든 것은 그저 과정일 뿐이라며, 우리 자신으로 남아 있으라고 가르쳐 준다. 그러면서 나아가는 거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길을 가는 사람'이다. 공간의 이동만이 아니라 현재에서 미래로의 이동,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과정도 길이다. 인간을 '호모 비아토르'라고 하는데 '떠도는 사람', '길 위의 사람'이라는 뜻이다. 삶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자,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방황하며 스스로 가치 있는 삶을 찾는 존재를 가리킨다. 호모 비아토르는 길 위에 있을 때 아름답다. 꿈을 포기하고 한곳에 안주하는 사람은 비루하다. 집을 떠나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을 가진 사람만이 성장해서 집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항상 선택 앞에 놓인다. 한 가지 길의 선택은 가지 않은 많은 길의 포기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 좋은 길이라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약초를 연구하기 위해 찾아온 UCLA  인류학과 학생 카를로스 카스타네다에게 멕시코의 야키족 인디언 돈 후앙이 했다는 다음 말이 좋은 답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류시화 시인은 소개했다. "그 어떤 길도 수많은 길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너는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 하나의 길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을 걷다가 그것을 따를 수 없다고 느끼면 어떤 상황이든 그 길에 머물지 말아야 한다. 마음이 그렇게 하라고 한다면 그 길을 버리는 것은 너 자신에게나 다른 이에게나 전혀 무례한 일이 아니다. 너 자신에게 이 한 가지를 물어보라. '이 길에 마음이 담겨 있는가?' 마음이 담겨 있다면 그 길은 좋은 길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 길은 무의미한 길이다. 마음이 담긴 길을 걷는다면 그 길은 즐거운 여행길이 되어 너는 그 길과 하나가 될 것이다. 마음이 담겨 있지 않은 길을 걷는다면 그 길은 너로 하여금 삶을 저주하게 만들 것이다. 한 길은 너를 강하게 만들고, 다른 한 길은 너를 약하게 만든다." 

다음은 류시화 시인의 부언이다. "마음이 담긴 길을 걷는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과 나란히 걷는다. 행복의 뒤를 쫓는다는 것은 아직 마음이 담긴 길을 걷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이 담겨 있다면 자신이 걷는 길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자신에게는 유일한 길이며, 다른 길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산과 길/오규원

여러 곳이 끊겼어도
길은 길이어서
나무는 비켜서고
바위는 물러앉고
굴러 내린 돌은 그러나
길이 버리지 못하고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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