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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ㅣ봄의 정원으로 오라/잘랄루딘 루미 (류시화 옮김)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봄날은 가고, 여름이 급히 찾아오는 요즈음, 나는 류시화 시인의 산문집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를 다시 읽으며, 마음 수련을 하고 있다. 어제 읽은 것은 13세기 페르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신비주의 시인인 잘릴루딘 루미가 썼다는 이 시이다.

이 문제 많은 세상을
인내심을 가지고 걸으라.
중요한 보물을 발견하게 되리니.
그대의 집이 작아도, 그 안을 들여다보라.
보이지 않는 세계의 비밀을 찾게 되리니
나는 물었다.
"왜 나에게 이 것 밖에 주지 않은 거죠?"
한 목소리가 대답했다.
"이것만이 너를 저것으로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곧바로 지신이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어떻게 길 끝에 있는 아름다움에 도달할 수 있겠는가? 모든 작가들이 진정한 작가가 되기 전에 미완의 작품을 수없이 완성해야 하고, 모든 새가 우아하게 날 수 있기 전에 어설픈 날개를 파닥여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과정을 거치려 하지 않고, 우리는 삶에게 묻는다. "왜 나에게는 이것 밖에 주어지지 않은 거야?"하고. 그러나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답한다. "이것만이 너를 네가 원하는 것에게로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속삭임을 듣지 못할 때, 우리는 세상과의 내적인 논쟁에 시간을 허비한다. 스스로가 자신의 삶의 여행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자신이 결코 팔을 갖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새의 몸에서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한다는 것을 우리는 모른다.

잘랄루딘 루미를 인터넷에서 찾아 보았더니, 오늘 아침 공유하려는 이 시도 그가 쓴 것이었다. "봄의 정원으로 오라". 읽으면 읽을수록 깊이가 느껴지는 시였다.  봄의 정원에 당신이 오지 않으면, 나의 정성은 의미가 없다. 그런데 내 정성은 당신 와 버리면 아무 의미가 또 없어진다. 그건 당신이라는 존재의 광휘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여기서 존재는 네 가슴 속의 푸른 불꽃일 수 있다.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것들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들은 의미가 없다. 또 가슴 속 푸른 불꽃을 잃지 않았다면, 그것들이 없다 해도 공허한 일이 아니다.

그런 마음으로 어제는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의 경계인 장성(長城)을 기차로 다녀왔다. 대전문화연대가 주관하는 땅끝마을까지 가기 프로젝트이다. 가다 보니 장날이라고, "장성 황룡강 (洪)길동무 꽃길 죽제"가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장성은 도시의 색깔을 노랑으로 정하고, 슬로건을 <꿈과 희망이 가득한 "엘로로 시티" 장성>으로 정하고, 읍내를 거의 노란색으로 물을 들여 놓았다. 인상적이었고, 좋은 생각이라 보았다. 정말 그곳 지자체장과 공무원들의 인문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스토리텔링이다.  우리는 꽃길을 싫증나도록 걷다가, 택시를 타고 장성의 축령산 편백나무 숲으로 가서 더운 줄 모르고 한 나절을 보내고 왔다.  나의 바쁜 마음을 쉬게 하고, 뭉쳐 있던 근심들을 풀어주었다.

오늘 공유하는 시의 정원은 내 깊은 심연에 있는 자신과의 만남이다. 내 봄의 인생 정원에 나 자신이 오지 않는다면, 내가 가진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우린 '머리'로 우리의 삶을 끌고 가고 있다. 루미는 그런 우리에게 혹시 중요한 것은 제외하고, 다른 모든 것을 갖고 있지 않느냐고 묻고 있다.

봄의 정원으로 오라/잘랄루딘 루미 (류시화 옮김)

봄의 정원으로 오라
이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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