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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장미를 생각하며/이해인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5월 26일)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실제로 정치는 아무나 하고 있다. 사람들은 사소한 일에도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는 사람들이 정치는 아무나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게 문제이다. 정치에 대한 나의 소신은 정치는 아무나 하면 안 된다이다. 정치란 사회의 잠재적 역량을 최대한으로 조직해내고 키우는 일이다. 권력의 창출만이 전부가 아니다.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정치는 우리의 삶에 대단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정치는 우리들에게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정해준다. 신체를 구속할 수도 있으며, 돈도 걷어가며, 군대로 데려가기도 한다. 정치는 우리들의 '정신 세계'도 지배한다. 정치에 아무리 냉소적일지라도 정치는 우리들의 삶으로부터 단 1cm도 떨어지지 않는다. 원하지 않더라도 정치는 우리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며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는 사회에 대한 철학, 의지, 전문성이 없으면 해서는 안된다. 정치는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의 영역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위기 핵심은 자리에 걸맞은 능력과 책임감이 모자란 사람들이 너무나 중요한 자리를 뻔뻔하게 꿰차고 있다는 점이다. 이끌지도 못하면서 떠나지도 않는다. 우리 사회를 이끄는 주류 의식을 자각하고 있는 주체가 확실하게 없다. 비전도, 전략도, 리더십도 없이 '처 삼촌 묘 벌초하듯' 시늉만 내는 비주류의식에 모두가 사로잡혀 있다. 우리는 지금 꿈도 잃고, 힘도 잃고, 길도 잃었다. 비전을 다시 만들고, 주류의식을 갖고 이 사회를 이끌며 결정하는 힘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정치 전문가가 다시 나와야 한다. 누구나 해도 되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정치이다.

지난 5월 23일 "나는 깨어 있는 강물이다"란 주제로 13주기 추도식이 있었다. 벌써 세월이 흘러 '그날'이 13년 전이다. 우리가 여야를 막론하고 고 노무현 대통령을 소환하는 이유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누구보다 떳떳하고 흔들리지 않았던 ‘노무현의 길’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서 손쉽게 원칙과 명분을 저버리지 않고, 선거 승리보다 선거 과정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분명히 드러내려 애썼던 그의 행동이 국민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주의와 평화, 지방분권, 복지 확대 등이 노무현의 핵심 가치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시간이 지나도 많은 국민이 노무현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아니다. 국민이 그에게 감동하고 그의 가치를 염원하는 데엔,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누구보다 떳떳하고 흔들리지 않았던 ‘노무현의 길’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서 손쉽게 원칙과 명분을 저버리지 않고, 선거 승리보다 선거 과정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분명히 드러내려 애썼던 그의 행동이 국민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방법은 이번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좋은 정치와 저질 정치를 판단하는 생각을 좀 해야 한다. 정치는 인간의 자유와 공동체의 다양한 이해관계 충돌에 관한 윤리적 질문에 기초해야 하고, 고급 정치는 다양성의 가치, 소수자의 보호, 딜레마의 식별, 분권과 통합의 기저요인 등에 투자하며 민주주의이 역량을 진화시키는 것이다. 반면 암적 존재들의 정치는 바로 이런 요소만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한다. 먹고사니즘으로 위협, 부동산으로 다수의 이기주의 자극, 진영으로 논리비약과 후안무치, 남북대치 상황 속에서 통일을 준비해 가야 할 딜레마적 상황에 대한 아무런 철학 없는 태도이다.

이번 선거에 나온 후도들에게 관심을 갖고 살펴 보아야 한다. 최소한 이들이 어떤 이력을 가진 인물들인지, 선거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정도는 알고서 투표장으로 나서야 한다. 선거는 내 삶과 전혀 동떨어진 ‘저들만의 파티’가 아니다. 나와 내 자식의 미래가 거기에 좌우된다. 당이 마음에 안 들어서, 찍을 사람이 없어서, 승패가 뻔해서 등의 이유로 외면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내 삶에 이로운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만들고 못 만들고는 후보가 아니라 유권자의 손에서 결정된다. 다 아는 걸 가르치려 해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미안하다.

그런 사정 모르고, 따사로운 햇살을 한껏 머금은 오월의 장미는 눈부시다.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검붉게 변하는 꽃잎. 깊은 사연들을 간직하려는 듯 겹겹이 쌓은 속살은 은은한 향기도 품었다. 결코 싫증나지 않는 자태와 향기를 가졌지만 은밀히 감추고 있는 비수 같은 가시는 사람들의 불손한 손길을 쉽게 허락지 않는다. 아름다움과 위엄을 함께 간직한 모순의 꽃, 장미가 깊고 진한 삶과 사랑을 담았기에 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그런데 세상은 온통 정치의 시간이다. 6월 1일에 있을 동시 지방 선거가 세상을 블랙홀처럼 다 빨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지난 5월 10일에 교체된 새정부의 뉴스들이 어지럽다. 자신들은 "비정상화의 정상화"라고 하지만, 내 눈에는 더 비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어처럼, "'살아야 해, 살아야 해' ."

장미를 생각하며/이해인

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내어 울면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 때
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길이 열리네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
나의 삶이
암호처럼 찍혀 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오늘도 내 마음에
불을 붙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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