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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어제(21일)는 24절기 중 8번째 절기인 ‘소만(小滿)’이었다. 소만은 음력으로는 4월이며 양력으로는 5월21일 무렵이다. 소만은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해 가득 찬다’는 의미로, 여름의 문턱이 시작해 식물이 성장하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니까 입하(立夏)와 망종(芒種) 사이에 들어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滿)는 것이다. 다만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소만 무렵에 부는 바람이 몹시 차고 쌀쌀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오늘 아침은 쌀쌀했다. 그렇지만 이젠 여름의 시작이다. 이젠 무성해지는 일만 남았다. 어서 코로나-19가 백신으로 더 이상 기승을 부리지 않고, 우리들의 하는 일이 연착륙할 수 있었으면 한다. 오늘 아침은 토요일로 와인 이야기를 하는 날이지만, 나희덕 시인의 <소만>을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아침 사진은 "초록이 물비린내를 풍기며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찍은 것이다. 내 주말 농장의 숲이다.

소만(小滿)/나희덕

이만하면 세상을 채울 만하다 싶은
꼭 그런 때가 초록에게는 있다

조금 빈 것도 같게
조금 넘을 것도 같게

초록이 찰랑찰랑 차오르고 나면
내 마음의 그늘도
꼭 이만하게는 드리워지는 때

초록의 물비늘이 마지막으로 빛나는 때
소만(小滿) 지나
넘치는 것은 어둠 뿐이라는 듯
이제 무성해지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듯
나무는 그늘로만 이야기하고
그 어둔 말 아래 맥문동이 보랏빛 꽃을 피우고

소만(小滿) 지나면 들리는 소리
초록이 물비린내 풍기며 중얼거리는 소리
누가 내 발등을 덮어다오
이 부끄러운 발등을 좀 덮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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