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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난득호도, 흘휴시복(어리숙하게 보이기가 가장 어렵고, 손해 보는 것이 곧 복이다)."

2355.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5월 14일)
어제는 "난득호도, 흘휴시복(어리숙하게 보이기가 가장 어렵고, 손해 보는 것이 곧 복이다)"를 마음 속에 외우며, 보낸 하루였다. 동네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성온천문화 축제>에 우리마을대학 이름으로 플리마켓에 나갔던 것이다. 당장 조금 손해를 보는 것이 멀리 본다면 곧 얻는 것이고 비워야 비로소 채을 수 있다는 삶의 지혜이다.
 
"난득호도"는 '어리숙해 보이는 게 어렵다'는 뜻이다. 다르게 말하면, '어리석기도 어렵다'는 말이다. 똑똑한 사람은 몇 수 앞을 보려니 늘 생각이 많다. 다가올 일들을 주비해야 하니 마음이 항상 개운치 않다. '총명하지 않을수록 더 쾌활해진다'는 말이 있다.
"흘휴시복"은 '손해 보는 것이 복을 받는 것'는 말이다.
 
이 말이 나온 유래는 다음과 같다. 중국 산동성의 지방 관리로 근무하던 정판교(중국 청나라 때의 인물로 서화에 능함, 이름 정섭이고 호가 판교)는 어느 날 먼 친척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가옥의 담장을 놓고 이웃과 송사가 벌어졌으니 지방관에게 잘 봐달라는 편지 한 통을 써달라는 청탁이었다. 전판교는 편지를 다 읽은 뒤 다음과 같은 시 한 수를 대신 보냈다.
 
"천 리나 편지를 보낸 것이 담장 하나 때문인가?
그에게 몇 자를 양보하면 또 어떤가?
만리장성은 아직 남아 있는데
어찌 진시황은 보이질 않는가?"
 
그는 이 시와 함께 "난득호도"와 "흘휴시복"이라 직접 쓴 편액을 함께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난득호도(어리석기도 어렵다)란 글에 대하여 정판교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총명하기도 어렵고, 어리석기도 어렵지만,
총명하면서도 어리석기는 더욱 어렵다.
집착을 내려놓고 한 걸음 물러서면 즉시 마음이 편안하니
뜻하지 않고 있노라면 후에 복으로써 보답을 받을 것이다."
 
똑똑하기도 어렵고 어리석기도 어렵다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게 보이기는 더욱 어렵다. 똑똑하면 꼭 똑똑한 티를 내고, 매사 똑똑한 체하게 마련이다. 제일 좋은 상태는 똑똑한 사람이 똑똑한 척하지 않는 것이다. 항상 겸손하여야 한다는 뜻이고, 물과 같이 몸을 낮추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실제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 대화는 실종이 논쟁만 있다. 자기가 옳다고 굳게 믿기 때문에 남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난득호도가 절실하다.
 
그리고 "활휴시복"이라는 글자에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찼다는 것은 장차 비게 될 징조이고
비었음은 이제 차게 될 조짐이다.
내가 손해를 보았으면 누군가 이익을 보았을 것이다.
이에 내 마음이 가라앉아 평안할 것이니
그 자체로서 복받은 것이 아니겠는가?
 
살다 보면, 입장이 바꾸게 마련이다. 서로 베풀면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자는 의미이다. 이득을 보는 사람은 즐겁고, 손해 보는 사람은 마음이 편하다. 서로 윈-윈이다. 조금 손해를 봐서 어리석게 보인다면 어리석게 보이는 것이 복을 부르는 것이다.당장 손해를 보는 듯 보여도 멀리 보면 손해랄 것도 없다. 비워야 얻을 수 있고 비워두어야 비로소 채울 수 있다.지는 것이 나중에 이기는 것이다. 싹쓸이나 궤멸을 추구하다가는 역풍을 맞는 겨우를 많이 보았다. 어리석음을 선택하여 양보하고 촌스러움, 겸허함 등의 태도는 화를 피하고, 복을 향해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손해를 보는 것이 복이다는 하나의 삶의 지혜이다.
 
TMI
"난득호도"의 한문은 "難得糊塗"이다. 어려울 난(難), 얻을 득(得), 풀 호(糊), 진흙 도(塗)자이다. 그리고 "흘휴시복"은 "吃虧是福"이라 쓴다. 말더듬을 흘(吃), 어지러울 휴(虧), 바를 시(是), 복 복(福)자이다.
 
"우리가 호도(糊塗)하지마라"라고 할 떼, "호도"는 '명확하게 결말을 내지 않고 풀칠과 흙칠로 어떤 사실을 일시적으로 어영부영 감추고자 할 때 쓰는 말이다." 호도(糊塗)에서 호(糊)는 쌀 등을 물에 오래 담갔다가 걸쭉하게 만들어 그 끈기를 사용해 물건 등의 사이를 붙이는 게 풀이다. 이 풀을 가리키는 글자가 糊(호)다. 다음 글자 塗(도)는 우선 진흙이라는 뜻, 아울러 색깔 등을 입히는 ‘칠하다’ ‘바르다’ 등의 새김이 있다. 때로는 사람이 지나는 길의 의미로도 쓴다.
 
'糊(호)'는 우리말 쓰임이 많지는 않은 편이다. 그러나 자주 쓰는 말에 등장하는 때가 있다. '호구(糊口)'라고 적을 때다. 이 단어는 직접 풀면 ‘입에 풀칠을 하다’다. 밥 먹는 행위를 일컫는 표현이다. 아울러 생계(生計)를 지칭하는 단어다. '호구지책(糊口之策'), '호구지계(糊口之計)'는 그래서 생계를 위한 방도를 일컫는다. '모호(模糊)'도 자주 쓰는 말이다. 어떤 물건의 틀을 이루는 게 模(모)다. 때로는 법과 기준이라는 뜻의 '모범(模範)'이라는 단어에도 등장한다. 그런 틀이나 기준 등에 풀칠이 가해지는 상황을 일컫는 말로 풀 수 있다. 겉모습, 또는 모습 자체 등에 어떤 분식(粉飾)이 가해져 흐려지는 모양새다.
 
'塗(도)'는 쓰임이 적지 않다. 우선 ‘바르다’는 새김의 맥락에서 자주 쓰는 단어가 '도색(塗色)'이다. 어떤 물건 등에 색깔을 발라 얹는 일이다. 집안의 방 등에 종이를 바르는 일은 '도배(塗褙)'라고 적는다. 칠하는 염료 등을 일컫는 단어는 '도료(塗料)'다. 그렇듯 색깔 등을 물건에 입히는 일 자체는 '도장(塗裝)'이라고 적는다. '일패도지(一敗塗地)'라는 사자성어 표현도 자주 쓴다. 전쟁 등에서 적에게 패해 아군 병사의 시체와 몸속 장기(臟器) 등이 땅을 뒤덮었다는 뜻이다. 원래는 '간뇌도지(肝腦塗地)'라는 말이 우선이다. 그렇게 참패를 기록할 때 쓰는 말이 ‘일패도지’다.
 
어쨌든 '호도(糊塗)'는 풀로 대충 발라 물체를 잇거나, 덮어버리는 일이다. 문제를 두고 단기적이며 임시적인 처방으로 일관하는 경우, 일시적인 해결만을 노리는 미봉(彌縫)의 행위, 아예 덧 칠을 함으로써 진짜 모습을 가리는 거짓의 행동 등을 일컫는 말이다. 그와 함께 '어리석음'을 가리키기도 한다. 우리나라보다 중국에서 많이 쓰인다. 중국은 이 말을 ‘총명(聰明)’과 반대에 놓는다. 똑똑함의 정반대인 어리석고 흐릿하며, 때로는 모자라는 사람의 능력과 수준을 가리킬 때 쓴다. 그러면서도 이 ‘호도’를 승격시켰다. 각박한 세상살이에서 총명함보다 흐릿하게 상황을 넘기는 호도가 더 낫다고 보는 경우다. 이는 풀이가 여럿이어서 다 소개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큰일을 챙기고 작은 일은 잘 버무려 탈이 나지 않게 하는 지혜로움의 뜻으로 등장할 때가 있다는 거다. 이를 "난득호도"라고 하는 거다. 우리말 쓰임에서 이 ‘호도’는 결코 좋지 않다. 진상을 가리기 위한 거짓,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가려는 불성실함, 아예 방향을 제 의도대로 바꾸려는 사악함의 흐름에서 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단어가 등장하는 신문지면의 지칭 대상은 늘 욕을 먹어야 하는 입장이다. 지금 현 정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어떻게 방사능 '오염수'가 '처리수'가 되는가? 어제 들은 말이다. "변기에 똥 싸고 변기를 내려도 똥물이지 정화조 거쳤다고 생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지옥불에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하루살이들이 가득 차면 넘쳐서 전부 비워지게 되는 계영배(戒盈杯)의 이치를 기억하고 싶다. '극히 높은 지위에 있으면 교만함을 경계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되며, 몸가짐이나 언행에 조심해야 한다'는 "'항용유회(亢龍有悔)"이란 말을 소환한다. <<주역>>에서 하는 말로, 하늘 끝까지 올라가서 내려올 줄 모르는 용은 반드시 후회할 때가 있다는 말이다. <<주역>>에서는 만물의 변화가 아래에서부터, 내면에서부터 생긴다고 말한다. 높이 올라간 자가 조심하고 겸퇴(謙退)할 줄 모르면 반드시 패가망신 하게 됨을 비유한 말이다. 끝까지 날아오른 용은 내려올 일 밖에 남아 있지 않다. 높은 자리에 있을지라도 민심을 잃고, 현인을 낮은 지위에 두기 때문에 그 보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무엇을 해도 뉘우칠 일 밖에 없게 된다.
 
항용(亢龍)에 대한 공자의 해석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빠르게 높이 올라가면 존귀하나 지위가 없고, 너무 교만하여 민심을 잃게 되며, 남을 무시하므로 보필도 받을 수 없으므로 항용에 이르면 후회하기 십상이니 이것이 '항룡유회'라는 거다. 따라서 보름달보다는 열 나흘 달이 좋고, 활짝 핀 꽃보다는 몽우리일 때가 더 가치 있으며, 완전 중앙이 아닌 미앙궁(未央宮)이 더 여유가 있다. 새길 일이다. 물극즉반(物極則反), 만물이 극에 이르면 기우는 법이다. 보름달이 된 달은 조만간 작아져 초생달이 된다. 만조의 바다는 썰물로 갯벌을 드러낸다. 나라가 융성하면 쇄국의 운명을 겪는다. 생의 성숙한 노년은 죽음의 쇠락을 맞게 된다. 차고 넘치면 좋은 건만은 아니다. 왕성한 풀들은 낫을 맞게 된다. 가득 차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다 성장한 연륜은 쇠락을 맞게 된다. 만월의 달은 더 커질 수 없고 자연 줄어든다.
 
'지만계영(持滿戒盈)'이란 말도 소환한다. 차면 덜어 내고 가득 참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정민의 세설신어>>에서 읽었다. 공자가 노나라 환공(桓公)의 사당을 구경했다. 사당 안에 의기(欹器), 즉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운 그릇이 놓여 있었다. 묘지기에게 물었다. "이건 무슨 그릇인가?" "자리 곁에 놓아두었던 그릇(宥坐之器)입니다. 비면 기울고, 중간쯤 차면 바르게 서고, 가득 차면 엎어집니다. 이것으로 경계를 삼으셨습니다." "그렇구려." 제자에게 물을 붓게 하니 과연 그 말과 꼭 같았다. 공자께서 탄식하셨다. "아! 가득 차고도 엎어지지 않을 물건이 어디 있겠느냐?"
 
제자 자로(子路)가 물었다. "지만(持滿), 즉 가득 참을 유지하는 데 방법이 있습니까?" "따라내어 덜면 된다." "더는 방법은 요?" "높아지면 내려오고 가득 차면 비우며 부유하면 검약하고 귀해지면 낮추는 것이지. 지혜로워도 어리석은 듯이 굴고 용감하나 겁먹은 듯이 한다. 말을 잘해도 어눌한 듯하고 많이 알더라도 조금밖에 모르는 듯이 해야지. 이를 두고 덜어내어 끝까지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방법을 행할 수 있는 것은 지덕(至德)을 갖춘 사람뿐이다."
 
지만계영(持滿戒盈)! 가득 찬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가(持滿)? 넘치는 것을 경계하라(戒盈). 더 채우려 들지 말고 더 덜어내라. 환공은 이 그릇을 좌우(座右)에 두고 그것이 주는 교훈을 곱씹었다. 고개를 숙여 받을 준비를 하고, 알맞게 받으면 똑바로 섰다가, 정도에 넘치면 엎어진다. 바로 여기서 중도에 맞게 똑바로 서서 바른 판단을 내리라는 상징을 읽었다. 가득 차 엎어지기 직전인데도 사람들은 욕심 사납게 퍼담기만 한다. 그러다가 한순간에 뒤집어져 몰락한다. 가득 참을 경계하라. 차면 덜어내라.
 
한국에서 조선시대 후기 실학자인 하백원은 '계영배戒盈杯'를 만들었다. 그 잔도 '가득참을 경계하는 잔'이란 뜻이다. 이 잔은 술을 부으면 70%까지 채울 때는 술이 그대로 있지만, 그 이상을 넘으면 술이 없어진다. 조선 후기의 거상 임상옥은 이 잔을 늘 곁에 두고 인간의 과욕을 경계하였다고 한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스스로 절제하지 않으면, 인간의 마음은 오만함과 과욕으로 가득차기 십상이다.
 
 
인성의 비교급/윤병무
 
영리한 것보다는
정의로운 게 낫고
정의로운 것보다는
착한 게 낫다
 
하지만
사상체질(四象體質)도 두 가지쯤 섞여 있듯이
인성(人性)도 짬짜면이라 탄식이 이어진다
 
정의롭지 못한 영리함의 저속함이여
영리하지 못한 정의로움의 허망함이여
착하지 못한 정의로움의 역겨움이여
정의롭지 못한 착함의 막연함이여
 
그럼에도 굳이 하나만 골라 비교하자면
영리한 것보다는 정의로운 게
정의로운 것보다는 착한 게 낫다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니다
보는 것이 진실이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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