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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분사난(忿思難)": 화가 났을 때, 그 뒤에 있을 어려움을 생각하라.

2350.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5월 9일)
문정기라는 사람의 페북에서 만난 문장이다. "화가 났을 때, 그 뒤에 있을 어려움을 생각하라." 공자가 <<논어>>에서 한 말이다. 바로 "분사난(忿思難)"이다. 분노는 순간적인 감정이다. 하지만 그것을 참지 않고 발산했을 때 피해는 두고두고 남는다. 심지어 그 감정을 마음껏 발산해도 통쾌함보다는 후회만 남게 된다. 살다 보면 화낼 일이 생긴다. 화를 내면 득이 될 것이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런데도 그만 순간적으로 폭발하고 후회하곤 한다. 나는 '욱'하는 못된 버릇이 있다. 안 그러려면 어찌해야 할까? 화가 치밀어 오를 때는 눈을 감으라고 한다. 터질 것 같은 열기와 답답함을 날숨으로내보라고 한다. 길고 깊고 가늘고 고요한 날숨과 함께 심장의 분노를 내보내며, 숨이 끝나는 지점을 느껴보라고 한다. 그러면 그 순간을 넘길 수 있다는 거다. 그러면 분노 다음에 분노가 아니고. 마음의 평화가 다가온다는 거다.
 
나는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48시간 법칙"이란 것을 사용한다. '순간 기분이 상하더라도 일단 참고 본다'는 거다. 황당한 말을 듣거나 일을 당하면, 우선 좀 참는다. 나의 기분 나쁨을 즉각적으로 전달하지 않는다. 24시간이 지나고 마음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면, 또 24 시간을 참는다. 이틀이 지나면 생각이 달라질 때가 많다. 살다 보면,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선택의 기준이 있다면 무엇일까? 출판인 김규항은 "시간이 지나도 내 마음이 편한 쪽을 택한다"고 했다. 특히 입이 간지럽고 속에서 울분이 차오를지 언정, 내일 후회할 것 같은 선택은 하지 않는다는 거다. 나도 말해 놓고 내 마음이 불편할 것 같으면 참는다. 시간이 지나도 내 마음이 편한 쪽을 선택하며 살려고 애쓴다.
 
그리고 다음 문장도 만났다. "그대 생각 내게 머물므로, 나의 세상은 빛나는 세상이 됩니다." 나태주 시인의 <들길을 걸으며>에 나오는 구절이다. 시 전문을 공유한다.
 
들길을 걸으며/나태주
 
1
세상에 그대를 만난 건
내게 얼마나 행운이었나!
그대 생각 내게 머물므로
나의 세상은 빛나는 세상이 됩니다
많고 많은 세상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이제는 내 가슴에 별이 된 사람
그대 생각 내게 머물므로
나의 세상은 따뜻한 세상이 됩니다.
 
2
어제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오늘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제 내 발에 밟힌 풀잎이
오늘 새롭게 일어나
바람에 떨고 있는 걸
나는 봅니다
나도 당신 발에 밟히면서
새로워지는 풀잎이면 합니다
당신 앞에 여리게 떠는
풀잎이면 합니다.
 
그리고 김남조 시인의 <편지>도 떠오른다.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그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귀절 쓰면 한귀절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번도 부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랑이란 화났을 때도 상대를 돌보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바꿨어요."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제임스 L 부룩스) 우리가 누구를 만난다고 해서, 우리가 완전히 바뀌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면, 전 보다 좀 더 성장한 나를 만나게 해준다. 나 또한 그 사람이 전보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해주어야 한다. 삶은 성공이 아니라 성장이라는 말이 기억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사는 ‘사랑하다’와 다른 사람을 ‘돕다’가 아닐까? 자신에 대한 염려에 앞서 다른 사람을 걱정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릴 때, 인간은 비로소 성숙한다. 마치 잘 ‘숙성된 인간 와인’ 같다고 할까?. 자기 밖에 모른다면 아직 인간이 덜 된 것이다. 덜 익은 와인처럼 말이다.
 
와인이 숙성될수록 좀 더 나아지는 것처럼, 삶도 나이를 먹을 수록 성숙해지게 하여야 한다. 사는 것은 '한 방', '대박'이 아니다. 점진적으로 익어가는 것이다. 만날수록 삶을 더 즐겁게, 더 만족스럽게 해주는 누군가를 만나거나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내가 당신 때문에 인생이 더 행복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인생의 10%는 내게 일어나는 일로 결정되지만, 나머지 90%는 그것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려 있다"(스티븐 코비)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우리들의 일상에서 대응하는 것과 반응하는 것은 다르다. 반응한다는 것은 다소 본능적인 대처를 말한다. 반응인 아닌 대응을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상대의 공격을 그대로 응수하는 건 누구나 하는 조건반사에 불과하다.
(1) 우선 침착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목구멍까지 올라와도 일단 참는다. 나에게 정말 필요한 훈련이다. 충분한 숙고를 통해 안정된 상태에서 대응해야 한다. 평정심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대응을 잘 할 줄 아는 인재가 더 돋보인다.
(2) 방향을 바꾸어 주도권을 가져온다. 나 만의 언어로 주도할 수 있게 단호하고 정제된 표현을 사용한다. 이를 위해 냉정함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3) 대응하는 패턴의 삶을 바꾼 후 달라진 결과를 즐긴다. 겉으로 보아 모양이 빠져도 실속을 챙기는 건 이런 대응을 잘 하는 사람이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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