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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진달래와 철쭉

2330.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4월 19일)
 
'많은 눈물이 필요한 사월', 지나가는 봄을 형용하는 말이 많기도 하지만 이런 건 어떨까. 식물이 드디어 제 세상을 만났군. 지구를 물의 행성이라고 하지만 식물의 행성이라고 해야 함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온 거리와 공원에 짙게 붉은 철쭉꽃이 융단처럼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숲은 신록이다. 원래 신록은 본래 5월의 몫이었다. 우리는 ‘4월의 꽃-5월의 신록(새로 나온 잎의 푸른빛)’이 자연의 이치임을 책과 경험으로 배웠다. 한데 한 달 빨라진 ‘3월의 꽃-4월의 신록’이다. 신록이 철없이 움트면 자연의 섭리도 엉망이 된다. 겨울이 짧아져 춘화처리가 덜 된 온대식물이 봄마다 꽃이나 제대로 피울 순 있을지 걱정이다. 저온을 거쳐야만 꽃이 피는 것을 전문 용어로 "춘화현상"이라 하는데, 튤립, 히야신스, 백합, 라일락, 진달래 쩔쭉 등이 모두 이를 보인다.
 
다음은 공지영의 소설 <<봉순이 언니>>에 있는 내용이다. "밤새 진땀을 흘리며 괴로워 하는 종마에게 소년이 해 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시원한 물을 먹이는 것 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소년의 눈물겨운 간호는 보람 없이 종마는 더 심하게 앓았고, 할아버지가 돌아오셨을 때는 다리까지 절게 되었다. 놀란 할아버지는 소년을 나무랐다. "말이 아플 때 찬물을 먹이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줄 몰랐단 말이냐?" 소년은 대답했다. "정말 몰랐어요. 제가 얼마나 그 말을 사랑하는지 아시잖아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잠시 침묵한 뒤 말했다. "애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떻게 사랑하는 지를 아는 것이란다."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은 대상에 다가가 그 태생적 삶의 조건을 이해하고, 내가 아니라 그에 맞추어 주는 걸 말한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식물은 그에 알맞은 온도를 유지해주어야 봄에 아름다운 꽃이 핀다. 그런 현상을 "춘화현상"이라 부른다.
 
<<장자>> <지락>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옛날 바닷새가 노나라에 날아들었다. 노나라 왕은 이 바닷새를 종묘 안으로 데리고 왔다. 술을 권하고, 제례악 음악을 연주해주고, 제사 음식인 소와 돼지, 양을 잡아 대접했다. 그러나 새는 어리둥절해 하고 슬퍼할 뿐, 고기 한 점 먹지 않고 술도 한 잔 마시지 않은 채 사흘만에 죽고 말았다. 이것은 자기를 부양하는 방법으로 기른 것이지,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기른 게 아니다.
 
진달래와 철쭉 이야기를 하려 다가, 샛길로 빠졌다. 진달래는 ‘진’과 ‘달래’가 합쳐진 이름이다. 즉 ‘달래 꽃’을 가리키는데, 그보다 더 좋은 꽃이라 하여 ‘진’이 붙은 것이다. 달래는 '달려있다'는 뜻인지, '다래'의 달래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진달래는 먹을 수도 있고 약에도 쓸 수 있어 참꽃이라고도 불리며, 한자어로는 두견화(杜鵑花)라 한다. 옛날 촉나라 임금 두우(杜宇)가 억울하게 죽어 그 넋이 두견새가 되었고, 두견새가 울면서 토한 피가 꽃으로 변하였다고 하여 두견화라고도 한다. 이 설화는 진달래의 꽃말인 ‘절제’와 관련이 깊다. 한방에서는 두견화 또는 만산홍이라 하여 꽃을 약으로 쓰는데, 혈액 순환을 활발하게 하여 기침, 고혈압, 월경 불순 등의 증상에 처방하였다.
 
우리나라에 화전놀이라는 민속이 있었는데, 이는 진달래꽃이 만발한 3월 삼짇날 부녀자들이 진달래로 전을 부쳐 먹고 춤추며 노래하고 하루를 보내던 놀이이다. 이것을 먹으면 한 해 동안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었다. 또한, 진달래꽃이 두 번 피면 가을 날씨가 따뜻해 지고, 꽃이 여러 겹으로 피면 풍년이 든다고 믿기도 하였다. 진달래꽃으로 빚은 진달래술은 봄철의 술로 사랑받았다. 특히, 충남 당진의 면천 진달래술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명성이 높다.
 
진달래는 오랜 시간 전국에 걸쳐 살고 있어서인지 예술 작품부터 생활 속에도 자주 등장한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다./영변에 약산 진달래 꽃, 아른 따라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라고 한 김소월의 <징달래꽃>도 있고, 여기에 곡을 붙여 노래한 가요도 있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 진달래 피는 곳에 이 마음도 피어~"로 시작되는 가곡도 많이 불린다.
 
 
진달래꽃/이진흥
 
진달래꽃이 피었습니다
온 몸 구석구석
오들오들 그리움이 피었습니다
 
가슴 속 관류하는 고통의 핏줄
바위틈에 숨겨진 화려한 절망들이
봄바람에 터져서 피었습니다
 
향기로운 당신 말씀 가혹하여
함부로 찢어져서 빠알갛게
온 산에 철철철 흘렀습니다
 
 
진달래는 개나리와 함께 우리 땅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한국 대표 봄꽃인데, 요즈음은 진달래와 헷갈리는 철쭉이 온 거리를 수놓고 있다. 오늘 아침은 모양과 색이 비슷한 진달래와 철쭉의 차이점을 살펴 본다. 가장 쉬운 방법은 꽃이 활짝 피었는데 잎이 없다면 진달래, 무성한 초록 잎과 함께 꽃이 피어 있다면 철쭉이다.
 
그 다음은 꽃잎의 생김새로 구분할 수 있다. 철쭉 꽃잎에는 짙은 색의 반점이 있다. 이 반점은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꿀을 분비하는 기관으로 꿀샘 또는 밀선(蜜腺, honey guide)이라고 한다. Dl 허니 가이드는 꿀이 없는 줄 알고 그냥 지나쳐 가려는 나비와 벌에게 "가지마.여기 꿀 있다"고 붙잡는 역할을 한다. 곤충이 꿀을 먹으려면 아무래도 암술이나 수술 위에 앉게 되고 이때 번식을 위한 꽃가루를 묻히는 것이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은 이렇게 지혜롭게 꽃가루 받이 전략을 사용한다. 하지만 진달래 꽃잎에는 밀선이 없거나 있더라도 철쭉보다 옅다. 그러나 진달래 이파리를 비벼보면 레몬 향 같은 향이 난다. 자신을 방어하는 물질을 만들어내서 애벌레 잎을 갉아먹지 못하게 막는 작전이다. 이 세상 모든 생명들은 저마다 스스로 디자인하고 있다.
 
그리고 철쭉은 꽃받침이 있지만, 진달래는 꽃받침이 업다. 철쭉과 진달래는 잎의 끈적거림으로도 구분할 수 있는데, 철쭉은 진달래와 달리 끈적거림이 있기 때문이다. 단일 품종인 진달래의 꽃은 주로 분홍색이며, 드물게 흰색 꽃을 피우는 흰 진달래도 있다. 품종이 다양한 철쭉은 꽃의 색도 여러 가지이다. 일반적인 철쭉꽃의 색은 진달래와 같은 분홍색, 흰색이지만, 철쭉의 한 종류인 영산홍은 붉은 색, 흰색, 분홍색 등 다양한 꽃을 피운다. 이 이외에도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꽃이라 해 '참꽃', 독성이 있는 철쭉은 먹을 수 없는 꽃이라 해 '개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앙상한 가지에 잎이 없이 분홍빛만 피어 있다면 진달래이고, 꽃과 잎이 동시에 피어 있는데 꽃에 반점이 많고, 수술의 개수가 8개 이상이면 철쭉이도, 꽃과 잎이 동시에 피어 있는데 꽃에 반점이 없고, 수술의 개수가 5개이면 영산홍이다.
 
끝으로 진달래 피는 4월이면 떠오르는 시가 있다. 이영도 시인의 <진달래-다시 4‧19날에’>는 시조가 가슴에 뭉클 솟아오른다. 봄이 오면 앞산 뒷산 지천으로 피어나는 연분홍 진달래꽃, 누구나 반기고 좋아한다. 시인은 산하에 활짝 피어 있는 진달래를 보며 4‧19 혁명 때 희생당한 젊은이들의 넋을 떠올린다. 불의에 항거하다 총탄에 피 흘리며 죽어간 젊은 넋들의 한이 무더기무더기 꽃처럼 붉게 물들어 있는 형상으로 그려져 있다. 얼마나 많은 목숨의 희생인가? 피로 물든 그날의 목숨들이 꽃사태로 비유되어 속절없고 황망하고 애잔한 분위기를 연상하게 한다. 시인은 “그렇듯 너희는 지고/욕처럼 남은 목숨,(…)”이라 현실의 삶을 부끄러워한다. 다른 한 편, 역사 속 숭고한 넋들을 간절히 추모하며 그 죽음을 결코 헛되이 하지 않아 살아있음이 욕되지 않겠다는 절규로 들린다.
 
 
 
진달래-다시 4.19날에/이영도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爛漫)히 멧등마다,
 
그날 스러져 간
젊음 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위엔
하늘이 무거운데,
 
연연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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