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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인간은 자신이 해야 할 임무를 잘 모른다. 그래 임무를 깨워줄 학교를 만든다.

2319.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4월 9일)
무심한듯 여울져 흐르는 시간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무늬를 만든다. 기억과 망각이 양화와 음화처럼 뒤섞인 기묘한 무늬를 만든다. 사람들은 그 무늬에 이름을 붙인다. 그것들이 기쁨, 슬픔, 행운, 불행, 달콤함, 쓰라림, 희망, 절망 등이다. 시간은 그 무늬 가운데 어떤 것은 돋을새김으로 더 뚜렷하게, 어떤 것은 스러지게(사라지게) 만든다. 지도조차 없이 걸어가야 하는 인생길에서 가끔 누군가의 글은 길잡이 구실을 해준다. 나의 <인문 일기>는 시간 여행자인 내가 잠시 머물고 있는 그 시대와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를 기록하는 일이지만, 누구가의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 당시의 상황이 내 영혼에 어떤 공명을 일으켰는지를 기록하는 일이다. 글은 편지를 병에 담아 바다에 띄우는 일이다. 이 이야기가 누구를 향해 흘러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해야 할 임무를 잘 모른다. 그래 임무를 깨워줄 학교를 만든다. 내 아침 글쓰기도 일종의 학교이다. 인생이란 학교의 특징은 '무작위(無作爲)'다. 내가 예상한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 마음까지 무작위일 필요는 없다. 자신이 정한 ‘더 나은 자신’을 위한 목표를 위해 매일 훈련하며 정진하는 사람에게, 일상의 난제들은 오히려 그들을 더 고결하고 숭고하게 만드는 스승들이 된다.
 
“누가 지혜로운가?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사람이다.”
 
일상의 난제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배울 수 없고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무료로 가르쳐 준다. 그들의 가르침은, 나의 생각을 넓혀주고 부드럽게 만든다. 나의 말과 행동을 정교하게 다듬어 사람과 사물에 친절하게 응대하게 유도한다. 인생이란 학교(學校)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조금씩 더 이해하게 만들어준다. 이해(理解)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시선, 심지어 원수의 시선으로 그 난제에 대한 나의 반응을 관찰하는 냉정(冷靜)이다. 나는 난제들을 해결(解決)할 수 없지만 해소(解消)할 수 있다. 낮은 곳에 있는 물이 높은 곳으로 흘러갈 수 없고, 선악을 구별하는 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이, 지혜를 가르칠 수 없고,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 인생의 다양한 경험, 특히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극복할 수 없을 것같은 인생의 난제들이 나를 고양시킬 것이다.
 
오늘은 동네 화폐박물관에 하는 플리마켓에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과 유성관광두레협의회 이름으로 나간다. 그래 아침에 바뻤다. <인문 일지>를 그 다음 날에 쓴다. 그래도 아침에는 일찍 나의 채소밭을 다녀왔다. 아침 사진이 거기서 만난 거다. 그러면 오늘 공유하는 시를 기억했다.
 
 
봄날, 사랑은/김수목
 
 
봄 길을 걸어가다가
길가의 작은 봄꽃을 보면
주저 앉고만 싶다.
서서 보면 너무 작아
환각처럼 보이는 꽃
 
주저앉아 들꽃과 눈맞추며
연애하고 싶다
연애하다 들키면
난 아무 것도 몰라요.
볼을 붉히며 달아나고 싶다.
 
 
그리고 아침에 기분 좋은 소식이 있었다. 손흥민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통산 100골 고지에 올랐다는 거다. 마침 오늘 아침 손흥민의 아버지 소손정웅 이야기를 하려던 참이다. 앞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사람이다. 언젠가 손흥민 아버지, 손정웅이 쓴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는 책을 꼼꼼하게 읽은 적이 있다. 나는 거기서 10문장을 뽑았다. 나 지신에게 삶의 지혜를 주는 문장들이었다. 그래 평소 내 생각을 보태, 오늘 아침 나열하고 공유한다.
 
▪ “먼저 눈을 깜박이지 않는 법부터 익혀라.” 중국의 <<열자>>에 나오는 명궁 기창과 스승 비위의 이야기라 한다. 비위는 송곳이 눈을 찌를 듯해도 감지 말고, 이 한 마리를 묶어 두고 그것이 동산만큼 크게 보일 때까지의 집중력을 요구했다. 손흥민이 왼발, 오른발, 양 발로 리프팅을 하며 운동장을 돌 때 아버지는 이런 각오로 훈련시켰다 한다.
 
▪ “좋은 책은 적어도 세 번 읽는다.” 손흥민 아버지는 독서를 할 때 검은색, 빨간색, 파란색 세 가지 펜을 준비한다. 책을 세 번까지 읽으면서 색깔별로 중요 대목을 압축해 표시하고, 가장 핵심이 되는 빨간색 메모는 독서노트에 옮겨 적는다. 그는 “읽기만 해도, 적어만 놓아도 소용없다. 반복해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독서노트 작성이 끝나면 책은 버린다고 했다.
 
▪ “백리를 가는 사람은 구십리를 반으로 생각한다.” <<시경>>의 '"행백리자반구십(行百里者半九十)" 구절로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뜻이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기쁘냐, 뿌듯하냐”라는 질문을 받는다는 그는 “우리 삶은 늘 진행형이며 삶에는 완성이 없다”고 말한다는 거다. 어느 정도 도달했다 하더라도 이제 반을 왔다는 심정으로 안주하지 않고 성장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 소년등과(少年登科)와 잡스의 ‘Stay hungry, Stay foolish’. 어려서 과거에 급제하는 것처럼 위험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가진 그는 아들이 선수 생활을 한 이후 늘 '초심(初心)'을 강조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항상 배고프고, 항상 바보처럼’이라는 연설처럼, 자기가 한 일로 찬사를 받더라도 “영원한 것은 없다.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마음을 잊지 말기를 끊임없이 주문하였다 한다. 그는 손흥민에게 “골든부트(득점왕) 받았다고 세상이 바뀌는 건 없다. 네가 할 일은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거다. 어린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자리에 오르는 '소년등과'는 인생의 불행이 될 수 있다. 너무 일찍 출세하면 나태해지고 오만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나태하므로 더 이상의 발전이 없고, 오만하므로 적이 많아진다. 예컨대, ‘인동초’ 김대중 대통령은 나이 76세인 2000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일찍’ 꽃을 피웠다는 이유만으로 매화가 세상 꽃 중에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꽃은 아니다. 각자 인생의 꽃이 피는 계절은 다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마지막에 어떤 꿈을 이룰 수 있느냐이다. ‘일찍’ 출세하는 것이 아니라, ‘크게’ 성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에는 ‘신인상’이 없다. 우리가 노려야 할 것은 신인상이 아니라, 우리 삶의 주연상이어야 한다. 신인상은 남보다 ‘빠른’ 성취에 부여하는 상이다. 부러움을 더 크게 받는다. 하지만 신인상 수상 이후, 이어지는 작품에서는 기대만큼의 연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지는 모습도 자주 본다. ‘2년차 신드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주연상을 받은 사람은 최고의 경지에 있을 때 받기 때문에 큰 기복이 없다.
 
▪ “흥민아, 오늘도 마음 비우고 욕심 버리고 승패를 떠나 행복한 경기하고 와라.” 옛날에는 손흥민에게 많은 조언을 하고 경기 피드백을 했지만, 요즘 경기하러 가는 날에 아들 배웅 나가 안아주며 하는 말이라 했는 거다. 행복에 초점을 맞추면 승패를 초월하고, 그런 선수는 돈과 명예를 떠나 공을 찬다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다고 는 거다. 나도 오늘 하루 마음 비우고, 욕심을 버리고 충만하게 보내고 싶다.
 
▪ “바람이 지나가도록 두 개의 창문을 열어라. 하나는 마음의 창문, 다른 하나는 가능성의 창문을.” 프로축구 선수였지만 20대 부상 은퇴 뒤 가장으로 막노동 등을 하면서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그가 자기를 존중하면서 한 말이란다. 그는 “원망하고 후회하고 방황하는 것은 사치다. 과거에 얽매이면 미래를 잃는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두 개의 창문을 열었고, 늘 환기하고 있다 했다.
 
▪ 운칠기삼(運七技三): 노력보다 운에 달려있다는 말이지만, 그는 다르게 해석한다. 재주나 노력이 3할이라면 운이 7할인 게 삶이라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운에 맡길 일은 아니다. 오늘 운이 좋았다고 내일도 좋으란 법이 없다. '운칠기삼'을 가슴에 새기며 감사하고 조심스럽게 살아야 한다는 뜻이 더 강하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은, 재주(技)가 좋아도 그 역할은 30%밖에 되지 않고, 성공에는 주변 상황 등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운(運)의 역할이 70%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인생은 운이 70%이고, 노력이 30%라는 뜻이다. 한 개인의 자질이나 품성, 능력이나 재주보다는 이른바 환경이란 시절 인연이라는 외적 요소가 성공이나 승리에 미치는 영향력들이 크다는 말이다. 그 반대는 쉬지 않고 꾸준히 한 가지일에만 전념하고 뜻하는 바를 이룬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다. 한 가지일에만 매진하여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나는 30%의 운을 끌어들이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3 가지라 본다.
(1) 기다림: 조급함을 멀리하고 평정과 인내를 바탕 삼아서 돌고 도는 운세가 자기에게 도착할 때를 참고 기다린다. 이 때 이루어지는 '자기와의 싸움'이 중요하다. 이때 사욕(私慾)이나 과욕을 조심해야 한다. 오직 기적만 기다리는 자에게는 운이 오지 않는다.
(2) 믿음에 대한 믿음, 이를 우리는 염력(念力)이라 한다. 이를 '굳은 의지'라고도 한다. '운칠'의 세계에도 염력이라는 중화제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필요한 균형이 이루어진다. 염력의 주문은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리라"이다. 그러면서 일기장에 실패는 지우고, 성공만 기록하며 그 주문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장면을 기록하고 꾸준히 체크해야 한다.
(3) 투신(投身), 즉 몸 던지기이다. 헌신(獻身)의 의미를 가진다. '상대의 목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내 뼈 하나쯤은 줄 수 있다'는 각오로 자신을 던져야 한다. 그 경지를 모르는 사람은 돌고 도는 운세의 흐름을 보지 못한다. 어쩌다 얻게 되는 짧은 행운은 오히려 인생의 독소가 될 수도 있다. 그건 마약과 같다. 잠시 그 시간이 지나면 연이어 닥치는 긴 불운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 “인생의 길은 공사 중이다.” 손흥민이 잘 나갈 때도 있지만, 잘 나갈 때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인생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은 없다)"이요, "새옹지마(塞翁之馬, '변방 노인의 말'이란 말이지만, 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변수가 많으므로 예측, 단정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한다. 그러니 좋은 일이 있어도 취하지 말며, 나쁜 일이 있어도 낙담할 일이 아니다.
 
▪ “오늘 하루를 양심껏 살았으면 저녁에 발 뻗고 잘 수 있다.” 그는 ‘마음 불편하지 않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꼬장꼬장해 보이는 외모에서부터 짐작하시겠지만 나는 간섭 받는 것이 싫다”며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 영혼이 상하는 일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불혹(不惑)과 지천명(知天命)이 되는 것 아니다.” 나이가 먹을수록 노력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공부도 더 해야 한다. 두피 관리도 해야 하고, 몸에서 냄새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옷도 깔끔해야 하고 말도 조심해야 한다. 말수도 줄이고 목소리도 낮춰야 한다. 그것은 마음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마음을 스스로 조종할 수 있도록 매일 마음을 들여다봐야 가능한 일이다. 내가 주도권을 쥐고 마음의 흐름을 조종해야 한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