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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목련 그늘 아래서는/조정인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목련(木蓮)은 나무에 핀 연꽃이란 뜻이다. 불교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래서 사찰의 문살 문양에 6장 꽃잎도 목련을 형상화한 것이다. 목련은 늘 북쪽을 향해 핀다. 이는 햇볕을 잘 받는 남쪽 화피편이 북쪽 화피편보다 빨리 자라, 꽃이 북쪽으로 기울기 때문이다.

시인들은  봄꽃 중 가장 크고 순백인지라 시의 재료로 많이 사용한다. "아이스크림처럼 하얀 봄을 한입 가득 물고 있는 아이들의 예쁜 입" (제해만), "갑자기 바람난 4월 봄비에 후두둑 날아오른 하얀 새떼의 비상" (김지나), "어두움을 밀어내려고 전 생애로 쓰는 유서" (박주택), "아픈 가슴 빈자리에 하얀 목련이 진다." (양희은의 <하얀목련>), "흰 붕대를 풀고 있다." (손동연), 요즈음 젊은이들은 "팝콘처럼 피었다 바나나 껍질처럼 스러진다."고 말한다.

목련은 도도하게 피었다가 질 때는 지저분하다. 모가지 부러질 정도로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며 뽐내다가 질 때는 남루하다. 누더기가 되어 나뭇가지에 너덜거리다가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떨어진다. "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하겠다"(복효근)는 것인가?

오늘 오후에는 목련이 피어 있는 길을 산책할 계획이다. 시인처럼, "목련 아래를 지날 때는//가만가만//발소리를 죽"이면서 걸을 생각이다.

목련 그늘 아래서는/조정인

목련 아래를 지날 때는
가만가만
발소리를 죽인다

마른 가지 어디에 물새알 같은
꽃봉오리를 품었었나



껍질을 깨고
꽃봉오리들이
흰 부리를 내놓는다
톡톡,
하늘을 두드린다

가지마다
포롱포롱
꽃들이 하얗게 날아오른다

목련 아래를 지날 때는
목련꽃 날아갈까 봐
발소리를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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