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3월 25일)

화란춘성(花爛春盛, 꽃이 만발한 한창 때의 봄), 만화방창(萬化方暢, 따뜻한 봄날에 온갖 생물이 나서 자라 흐드러짐)이 시작되었다. 꽃들은 다른 꽃을 의식하지 않고 가장 나 답게 자신을 뽐낸다. 그 중 목련이 한창이다.
목련(木蓮)은 나무에 핀 연꽃이란 뜻이다. 불교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래서 사찰의 문 살 문양에 6장 꽃잎도 목련을 형상화한 것이다. 목련은 늘 북쪽을 향해 핀다. 이는 햇볕을 잘 받는 남쪽 화피편이 북쪽 화피편보다 빨리 자라, 꽃이 북쪽으로 기울기 때문이다. 목련은 도도하게 피었다가 질 때는 지저분하다. 모가지 부러질 정도로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며 뽐내다가 질 때는 남루하다. 누더기가 되어 나뭇가지에 너덜거리다가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떨어진다. "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하겠다"(복효근)는 것인가?
그러나 시인들은 봄꽃 중 가장 크고 순백인지라, 목련을 시의 재료로 많이 사용한다. "아이스크림처럼 하얀 봄을 한입 가득 물고 있는 아이들의 예쁜 입"(제해만), "갑자기 바람 난 4월 봄비에 후두둑 날아오른 하얀 새떼의 비상" (김지나), "어두움을 밀어내려고 전 생애로 쓰는 유서"(박주택), "아픈 가슴 빈자리에 하얀 목련이 진다." (양희은의 <하얀 목련>), "흰 붕대를 풀고 있다."(손동연), 요즈음 젊은이들은 "팝콘처럼 피었다 바나나 껍질처럼 스러진다"고 말한다. 목련이 핀 모습을 두고 “흰 붕대를 풀고 있다”(손동연), “하늘궁전을 지어 놓았다”(문태준), “내 어릴 적 어머니 분 냄새가 난다”(홍수희)거나, “빤스만 주렁주렁 널어놓고 흔적도 없네”(정병근)라는 시인도 있다. 김상현 시인의 <개화의 의미>는 압권이다. "‘목련이 일찍 피는 까닭은/세상을 몰랐기에/때묻지 않은 청순한 얼굴 드러내 보임이요/목련이 쉬 지는 까닭은/세상 절망했기 때문이요/봄에 다시 피는 까닭은 혹시나 하는 소망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도 재미난 목련 시이다.
봄은 스캔들이다/최형심
목련, 바람이 났다
알리바이를 캐내려는 흥신소 사내가 분주하다
흰 복대로 동여맨 두툼한 허리가 어딘지 수상하다
하루가 다르게 치마폭이 부풀어 오른다
여기저기 나뭇잎들이 쑥덕쑥덕거린다
하룻밤 사이에 소문이 온 개봉동에 다 퍼졌다
소문에 시달리던 목련,
나는 아무 죄가 없다고
몸을 활짝 열어젖힌다
봄이 뜨겁다
이젠 지난 3월 23일 <인문 일지>에 이어 "나만의 '오티움'을 찾는 방법" 이야기를 이어간다. "나를 비춰주는 또 하나의 거울"인 "가족 연구"를 통해 나만의 '오티움'을 찾는 거다. 사실 환경과 유전 중에 무엇이 중요한지는 심리학의 오랜 논쟁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 것 역시 환경이 문화의 영향뿐 아니라 유전자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임은 틀림없다. 그러므로 나의 '오티움'을 찾는다고 할 때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가족이 하는 일과 여가 활동을 살펴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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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형제의 기족도를 그리고, 한 명 한 명 그들의 취향과 기호를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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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형제의 여기 활동에 대해 인터뷰 해본다. 질문은 다음과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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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당신의 취미 활동은 무엇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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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이외에 당신이 꾸준히 관심을 기울인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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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활동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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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시간이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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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형제에게 나에 대해 물어본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나의 전부는 아니다. 그 사람들에게 나는 어떻게 기억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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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언 가에 정신 없이 빠져든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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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좋아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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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기에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이었는가?
저자는 일반적으로 '오티움'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능동적 여가 활동을 테마 별로 제시해 주었다. '오티움' 활동을 조금 더 펼쳐서 바라보면 무언가 눈에 띄고 마음이 끌리는 대상을 쉽게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더 말하지만, '오티움'은 '내 영혼에 기쁨을 주는 능동적 여가 활동을 말한다. 전에 말했던 것처럼 다음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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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목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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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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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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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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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연쇄 효과
여기서 능동적이라는 말은 마음가짐과 태도의 문제이다. 스스로 선택해서 배우고 익히는 가운데 기쁨을 얻고 점점 깊어 진다면 그것은 무엇이든 '오티움'이다. 그런데 활동보다 감상이 능동적 감상이 되려면 다음 세 가지 조건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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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차분한 행복감에 젖어든다면 이는 '오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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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능동적 여가는 배움의 과정이 있고 난이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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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미(吟味): 어떤 대상의 속 내용을 새겨서 느끼거나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이 아니라 속에 감추어진 의미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다.
저자는 '오티움'의 테마를 다음과 같이 11개로 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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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테마: 운동-가장 보편적인 '오티움'이다. 모든 운동이 '오티움'이 아니다. '오티움'으로서의 운동은 '즐거운 운동'이다. 동시에 배움의 깊이가 있다. 슬렁스렁하지 않는다.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기술이나 실력이 향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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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테마: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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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테마: 춤과 연기-춤은 몸으로 연주하는 음악이다. '오티움'으로서의 춤은 막 춤이 아니라, 본능적인 이끌림을 넘어 기술적인 완성도와 더 높은 예술성을 위해 배우고 익히는 춤을 말한다. 연기는 동호회 개념으로 소규모로 연극과 뮤지컬을 올리며 즐거움을 얻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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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테마: 창작-창작은 유형과 무형의 콘텐츠를 모두 포함한다. 중요한 건 '창조'의 행위이고, 그로 인해 '기쁨;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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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테마: 음식-단지 음식을 좋아하고 자주 즐기는 것을 넘어 그 음식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좋은 대료를 구입하고, 직접 발효를 시켜, 그 맛과 향을 음미할 줄 알고, 더 나아가 자신만이 레시피를 가지고 자신만의 음식이나 음료를 만들어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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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테마: 게임-'오티움'으로서의 게임은 승패의 여부와 상관없이 게임 그 자체가 기쁨을 주며 실력 향상이 뒤따라야 한다. 꼭 필요한 조건은 '긍정적 연쇄 효과'이다. 반드시 중독이나 도박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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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테마: 공부=오로지 자신의 관심사에 기초해서 심리학, 역사, 철학, 미술사 등을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거다. 이는 ;지적 호기심'에 기초해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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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테마: 자연-자연 친화적이다. 자연과 연결될 때 행복을 느낄 뿐더러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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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ㅔ9테마: 감상-'오티움'으로서의 감상은 시간이 날 때 즐기는 여가 활동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감상하고 공부하는 적극적인 여가 활동을 말한다. 자신의 취향이 깊어지는 감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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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테마: 영성-영성으로서의 '오티움'은 신앙 활동이라기 보다 영적 수련에 가깝다. 기도나 묵상을 통해 조용한 침묵의 시간을 갖으며 마음의 안정과 고요한 기쁨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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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테마: 봉사-'오티움'으로서의 봉사는 기부와 달리 자신의 재능이나 기술을 통해 이루어지는 순수한 봉사를 말한다. 아무런 보상을 원하지 않고, 자신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을 때 진정한 기쁨을 느낀다.
이 11가지 테마를 통해, 나만의 '오티움'을 찾으려면, 지금까지 해본 여가 활동들을 전부 나열해 보고, 그 중에서 내키지 않는 것들을 지워 나간다. 그리고 가장 지우시 싫은 것은 무엇인가 묻는다. 그것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여가 활동, 나의 '오티움'이 된다. "나를 잘 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지 않는 이들이다. 이들이 알고 있는 것은 '과거의 나'이거나 어느 한 면만 바라본 '평면의 나'에 불과하다. 우리는 자기를 동부해야 한다. 자기를 파헤치고, 이해하고, 실험해서 자기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새롭게 재구성해야 한다."(문요한)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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