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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AI가 인간의 본질과 역할을 재정의 해야 하는 시점이다.

2304.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3월 24일)
수술 후 잘 회복하고 있다. 하루에 만 보 이상 걷는다.. 어제는 산책 길에서 벌써 핀 제비꽃을 만났다. 그 보랏빛이 너무 좋아 사진을 찍어 공유한다. 흔히 제비꽃은 단단한 시멘트 갈라진 틈이나 돌담 사이로 보랏빛이 귀엽게 올라오는 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빛 좋은 산책 길에 지천이다. 코로나-19로 카바레가 문을 닫아서 그렇다 한다. 제비들이 갈 곳이 없어 길로 나섰다는 거다. 피식. 썰렁. 제비꽃이라는 이름은 꽃 모양이 아름다워서 '물 찬 제비'와 같다는 뜻에서 붙여진 거라 한다.
 
봄의 풀꽃들을 자세히 보면 생명 에너지가 충만하여 똑같은 건 하나도 없다. 각자 자신의 고유한 씨앗을 발아시켜, 언 땅을 뚫고 나와 건너가기를 한 거다. 평소에 우리는 통념과 상식이라는 언 땅에서 산다. 그 통념과 상식은 견고하고 고집스럽다. 우리가 일상에서 주고 받는 말을 보면 안다. 거기서는 나의 고유한 생명력을 일으킬 수 없다. 상식과 통념이라는 굳어 경직된 땅에서 우리는 봄의 기운처럼 건너가야 한다. '건너간다'는 말은 아주 빈곤하고 척박한 그 땅을 뚫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건너간 곳에서 새로운 세계가 창조된다. 풀꽃 하나가 보여주는 생명력처럼, 문제 제기 하나면 충분하다. 어쨌든 갈아엎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주말 농장 일도 그렇다. 땅을 얼려야 한다. 그리고 그걸 갈아 엎으면, 그 때부터 땅은 봄 기운을 받는다. 그래 걷고 또 걸으며, 오늘 공유하는 시처럼, 나는 내 길을 건너가는 중이다.
 
 
산길에서/이성부(1942∼2012)
 
이 길을 만든 이들이 누구인지를 나는 안다
이렇게 길을 따라 나를 걷게 하는 그이들이
지금 조릿대밭 눕히며 소리치는 바람이거나
이름 모를 풀꽃들 문득 나를 쳐다보는 수줍음으로 와서
내 가슴 벅차게 하는 까닭을 나는 안다
그러기에 짐승처럼 그이들 옛 내음이라도 맡고 싶어
나는 자꾸 집을 떠나고
그때마다 서울을 버리는 일에 신명 나지 않았더냐
무엇에 쫓기듯 살아가는 이들도
힘을 다해 비칠거리는 발걸음들도
무엇 하나씩 저마다 다져 놓고 사라진다는 것을
뒤늦게 나마 나는 배웠다
그것이 부질없는 되풀이라도
그 부질없음 쌓이고 쌓여져서 마침내 길을 만들고
길 따라 그이들 따라 오르는 일
이리 힘들고 어려워도
왜 내가 지금 주저앉아서는 안되는지를 나는 안다 
 
 
AI(인공지능) 혁명이 전 세계에 몰아치고 있다. 2023년 3월 동안 자고 일어나면 빅 테크들의 새로운 역사적인 발표가 앞다퉈 일어났다. 챗지피키(ChatGPT)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가 우리들의 눈 앞에 다가왔다. 인간과 AI가 대화하며 업무지시를 하고 인간이 미처 사용하지 않던 기능까지 찾아내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인간이 도구를 사용해 생산하고 기계를 완벽히 통제할 수 있었다면 이제 생성형 AI가 인간의 인지가 못 미치는 영역까지 제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Z의 스마트폰>>의 저자인 박준영 크로스IMC 대표컨설턴트의 주장을 들어 본다.
 
인간과 AI가 협력하는 시대, 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은 무엇일까? 기업 입장에서 핵심 인재는 누가될까? 인간에게 어떤 역량이 요구될까? AI가 인간의 본질과 역할을 재정의 해야 하는 시점이다. 역사적으로 기술 혁명은 인류에게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열어왔다. 대체될 일자리와 직업에 대한 두려움에 갇혀 있기보다 근본적으로 인간 고유의 영역에서 어떤 역량이 중요할지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이다. 이제 우리는 다음과 같이 3 가지 능력이 더 요구된다.
 
제일 먼저,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불확실하고 복잡성이 높은 상황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판단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절차를 섬세하게 설계할 수 있는 고도화한 역량이 필요하다. 예측할 수 없는 문제나 새로운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해가며 문제를 해결해내는 것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나는 이것을 "일 머리 문해력"(송숙희)이라고 말하려 한다. 이 문제는 앞으로 잘 정리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협업능력이 필요하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뿐 아니라 인간과 인간, 팀과 팀 간에는 문제의 인식이 다를 수 있고 업무의 틈, 공백이 발생한다. 이때 공통의 목적을 향해 설득하고 갈등을 해소하며 다른 구성원과 협업하며 팀워크를 다질 수 있는 소통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귀해 질 것이다. 자동화한 기술과 생성형 AI가 모든 것을 대체하지는 않는다. 즉 인간적인 감성과 온기, 친밀감, 인간관계를 맺는 감각,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소통능력은 기업 뿐 아니라, 각 종 커뮤니티와 사회 전반에 필요한 자양분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적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AI와 협력해 높은 생산성과 가치를 생성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인공지능이 역량을 120% 발휘할 수 있도록 적합한 지시어를 내려주는 직업을 '프롬프트 엔지니어(지시어를 작성하는 전문가)'라 한다. 이들은 AI 시스템으로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생산하도록 돕는 이들로 AI에 입력하는 텍스트 프롬프트를 만들고 개선하는 업무를 한다. 이들에게는 코딩 실력보다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프롬프트(prompt)란 누군가가 특정한 작업을 수행하는 걸 도우려 전달하는 메시지를 뜻한다. 아나운서나 연극 배우 등이 할 말을 까먹지 않도록 대본을 띄워주는 '프롬프터'를 떠올리면 된다. 생성형 인공 지능 서비스는 이용자가 입력한 질문이나 지시어의 수준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내놓기 때문이다. 어쨌든 기술로 인해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원리를 잘 이해한 개인은 새로운 차원의 생산능력을 갖춰 나가고 있다. 해당 분야의 깊은 전문성과 경험이 있어야만 AI의 결과물을 판단하고 업무를 향상시킬 수 있다.
 
인간은 문화와 교육, 경험 등을 통해 자신만의 가치관과 도덕적 기준을 형성하며 그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한다.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의 문도 함께 열린 것이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문제이다.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킬 것인지? 아니면 도구가 인간을 통제할 것인지? 지금 우리가 하는 선택에 달렸다. 중요한 것은 질문하는 방법, 즉 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인지를 아는 질문하는 방법을 갖추는 것이 우리 모두의 '기본 소양'이 될 것이다. 그래 다시 부각되는 것이 '문해력'이다. '문해력'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신호들을 송숙희 작가가 다음과 같이 잘 정리했다.
  • 10 장 짜리 PPT보다 1페이지 보고서 쓰기가 어렵다.
  • 급한 일과 중요한 일, 무엇부터 해야 할 지 모르겠다.
  • 보고할 때마다 머릿속이 하얘져 '아무 말 대잔치'를 한다.
  • 어떻게 질문해야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 보고서 내용은 그럭저럭 채웠는데 제목 뽑기가 힘들다.
  • 읽을 책은 많고 시간은 없어 유튜브나 요약본으로 대신한다.
  • 전화보다 문자가 편하다.
  • 업무와 관련해서 어떤 자료를 찾아야 할지 막막하다.
 
송숙희 작가도 그런 말을 했지만, 나도 AI가 우리를 대체하지 못한다고 본다. 처음 컴퓨터가 일상화되었을 때 컴퓨터가 사람을 대체하지 않았다. 컴퓨터로 작업할 줄 아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 대체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본다. 인공지능을 잘 활용해서 일하는 사람이 압도적 생산성을 보일 테고 그러면 단숨에 경쟁우위를 확보할 거다. 보고서와 회의록은 인공지능이 쓰게 하는 것이 맞다. 입사용 입시용 자기소개서도 챗GPT가 30초면 써준다. 칼럼이나 블로그도, 심지어 책도 생성형 인공지능을 시키면 결과를 내놓을것이다. 실제로 인공지능이 쓴 책이 출간되고 있어 화제가 되고있다.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몫은 인공지능이 일을 잘하는지 아닌지 살피는 ‘메타’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주문한 대로 가치 있는 산출물을 만들어 의도한 성과를 내는지 판단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는 거다. 인공지능은 질문(명령)하지 않으면 인간의 일을 대신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수족처럼 부리며 쉽고 편하게 그리고 가치 있게 일하는 능력은 메타 문해력을 지녔는가에 달렸다.
 
일할 때나 공부할 때, 일상생활을 하면서 우리가 주로 하는 일은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디지털화를 필두로 4차산업혁명 기술이 일상에 도입되며, 전에 없던 고약한 문제들이 더욱 우리를 옥죌 거다.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일과 일상이 매우 힘들 수밖에 없다. 네 생각과 같은 송숙희 작가에 의하면, 문제해결 능력은 지식이 구동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읽기-생각하기-쓰기로 이루어지며,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살피고(읽기) 이를 토대로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만들어(생각하기) 정리하고 공유해(쓰기) 문제를 해결한다는 거다. 이렇듯 문제해결 능력은 읽는 힘을 시작으로 쓰는 힘으로 완결된다는 거다. 시대가 변해도, 아니, 시대가 변할수록 그 변화에 맞춰서 자기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우리가 갖춰야 할 문해력이라는 거다. 이 '문해력'을 키우면, "일 머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거다.
 
여기서 말하는 '일 머리'는 일하는 방법, 노하우, 요령 등을 뜻하는 말로, 보통 우리는 일 머리가 '있다' 혹은 '없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이 문제는 다음 주부터 생각을 정리해 공유할 생각이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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