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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연두'는 새로 갓 나온 잎의 빛깔이다.

2303.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3월 23일)
우리는 흔히 '연두'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초록'이라고 말한다. 사전을 찾아보면, '연두'는 ‘완두콩의 빛깔과 같이 연한 초록색'이라 설명한다. 그러나 '연두'는 완두 콩의 완두를 생각하고, 그 완두에서 초록을 생각한다. 초록은 풀의 푸른색을 직접적으로 연상하지만, 완두의 초록이 하나의 필터를 더 가진다. 초록이라고 해서 단 하나의 초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무수한 초록이 있다. 노랑에 가까운 초록이 있을 수 있고, 파랑에 가까운 초록이 있을 수 있다. 또 어떤 초록은 적색이나 주황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연두의 초록은 어떤 색에 가까울까?
 
'연두'는, 오늘 아침 사진 처럼, 새로 갓 나온 잎의 빛깔이다. 연한 초록의 빛깔이다. 맑은 초록 혹은 조금은 덜 짙은 초록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이 '연두'의 빛깔은 풋풋하고, 순수하고, 설레고, 수줍어하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의 상태 같다. 속되지 않고, 마음이 맑고 신선한 상태 같다. 조금은 들떠 두근거리고, 일렁거리고, 조심하고, 어려워하는 마음의 자세가 연두의 속뜻 같다. 우리 본래의 마음 그 어귀가 바로 이 연두의 빛깔이 아닐까?
 
오늘 아침 사진은 강의를 다녀 오다가 계룡산 입구에서 차를 세우고 찍은 거다.
 
 
연두의 저녁 / 박완호
 
연두의 말이 들리는 저녁이다 간밤 비 맞은 연두의 이마가 초록에 들어가기 직전이다 한 연두가 연두를 낳는, 한 연두가 또 한 연두를 부르는 시간이다 너를 떠올리면 널 닮은 연두가 살랑대는, 널 부르면 네 목소리 닮은 연두가 술렁이는, 달아오른 햇살들을 피해 다니는 동안 너를 떠올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지점에 닿을 때까지 네 이름을 불렀다 지금은, 나를 부르는 네 목소리가 들려올 무렵이다
 
 
좀 더 시간이 흐르면 거리의 나무들은 연두에서 초록으로 채워지며, 수채화가 유화가 될 것이다. 숲의 아래 쪽은 진녹색, 중간은 초록, 위 쪽은 아직 연두로 짙고 얕은 '녹색의 향연'은 좀 더 계속될 것이다. 봄이 꼭대기를 쫓아가며 농담(濃淡, 진함과 묽음)의 붓질을 해댈 것이다. 드문드문 섞인 솔숲이 암록(暗綠, 어두운 초록색)일만큼 신록이 눈부실 것이다. 숲이 아름다운 것은 색이 변화하며 형형색색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군자삼변(君子三變)"이라는 말이 있다. 군자는 세 가지 서로 다른 모습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군자는 수양과 학문이 뛰어난 인물로, 모두가 되고 싶어하는 수준에 도달한 사람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엄숙함, 따뜻함 그리고 논리력을 모두 갖춘 사람을 '삼변(三變)'이라고 했다. 그런 세 가지 다른 변화의 모습을 그 사람에게서 찾을 수 있을 때, 우리는 그를 '군자'라 한다 했다.
  • 일변(一變)은 멀리서 바라보면 의젓하고 엄숙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다. 그것을 ‘망지엄연(望之儼然)’이라 표현한다. ‘멀리서 바라보면(望), 엄숙함(儼)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 풀 수 있다. 그런 사람에게는 카리스마가 느껴지며 의젓하기는 하지만 가까이 하기엔 다소 어려운 면이 있을 수 있다.
  • 이변(二變)은 엄숙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가까이 다가가 대화해 보면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사람이다. 그것을 '즉지야온(卽地也溫)'이라한다. '멀리서 보면 엄숙한 사람인데 가까이 다가서서(卽) 보면 따뜻함(溫)이 느껴지는 사람의 모습이라 풀 수 있다. 그런 사람은 겉은 엄숙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속은 따뜻한 사람이다.
  • 삼변(三變)은 그 사람의 말을 들어 보면 정확한 논리가 서 있는 사람이다. 그것을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청기언야려(聽其言也厲)'이라 표현한다. 그 사람이 하는 말(其言)을 들어 보면(聽) 논리적인 모습(厲)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군자는 비록 달변은 아닐지 모르지만 했던 말은 반드시 지키는 신의가 있다.
 
이를 종합하면, 군자는 세 가지 서로 다른 모습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외면의 엄숙함과 내면의 따뜻함에 논리적인 언행까지 더해져, 멀리서 보면 의젓한 모습, 가까이 대하면 대할수록 느껴지는 따뜻한 인간미, 그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언행을 하는 군자, 최상의 사람, 선비, 보살인 것이다. 그것이 한 사람의 품격이다.
 
이젠 어제 말했던 것처럼, <<오티움>>의 저자 문요한이 말해 주는 구체적인 "자기 탐색 방법"을 정리하여 공유한다.
1. 자기 탐색 방법 하나: 자기 생애 탐사: 사실 자신에게 지속적 기쁨을 주는 활동은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해 본 활동보다는 해본 적이 있는 활동이기 쉽다. 특히 유사한 활동을 했을 거다. 따라서 지난 삶을 통해 '오티움'을 찾아 보는 거다. 특히 ,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던 어렸을 적 활동을 성인이 되어서도 그대로 '오티움'으로 이어기지 쉽다. 다음과 같이 나누어서 어린 시절에 자신을 기쁘게 해주었던 활동에 대해 생각해 본다.
  • 관심사: 어린 시절부터 하고 싶었던 크고 작은 꿈, 자연스럽게 관심이 끌렸던 대상, 살아오면서 누군가의 활동을 보며 '아,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라고 느꼈던 일 등을 떠올려 보는 거다.
  • 몰입 경험: 사람은 가장 뛰어난 재능들을 사용할 수록 기분이 좋아지도록 되어 있다. 갑작스레 꽂혀서 자신도 모르게 이끌려서 했던 일, 유난히 어떤 과제나 일에 대해 지속적으로 끈기를 발휘했던 일, 어려움에 부딪혀도 오히려 더 하고 싶다는 열망이 피어난 일, 시산 가는 줄 모르고 매달렸던 활동 등을 떠올려 보는 거다. 자신이 몰입했던 시간은 자신의 '오티움'을 만난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서이다.
  • 빠른 학습 능력과 성취 경험: 같은 노력과 시간을 기울였는데도 남보다 빠르게 익힌 것, 새로운 것임에도 마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던 일과 활동 등을 떠올려 보는 거다. 이러한 활동 속에는 자신의 강점이 들어 있고, 이는 자신의 '오티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칭찬받았던 일: 어였을 때부터 어떤 칭찬을 받았는지 잘 생각해 보는 거다. 살아오면서 자신의 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려 본다.
2. 자기 탐색 방법 둘: 일상 자세히 들여다 보기: '오티움'은 평생 몇 번 할 수 있는 특별한 활동이 아니라,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여가 활동을 말한다. 그리고 초점이 있고 깊이가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일상을 자세히 관찰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 일상의 활동과 자신의 관심사를 깊이 파고 들어가 본다.
  • '오티움'은 초점이 있다. 그 활동을 하면 할수록 깊어지는 영역이다.
  • '오티움'은 배움과 깊이를 추구한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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