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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한국형 건강 수업 (11)

2274.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2월 21일)
지인의 책 추천사를 쓰느라, 오늘 <인문 일지>를 이제 공유한다. 몇일 전부터 맨발 걷기를 다시 시작했다. 나도 "일상의 종교가 걷는 일"이다.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 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언젠가 하정우의 <<걷는 사람, 하정우>>에서 옮겨 적어 둔 것이다. 그래 나도 틈만 나면 걷는다.
 
 
내 일상의 종교/이재무
 
나이가 들면서 무서운 적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핸드폰에 기록된 여자들
전화번호를 지워버린 일이다
술이 과하면 전화하는 못된 버릇 때문에 얼마나 나는 나를
함부로 드러냈던가 하루에 두 시간 한강변 걷는 것을 생활의 지표로
삼은 것도 건강 때문만은 아니다 한 시대 내 인생의 나침반이었던
위대한 스승께서 사소하고 하찮은 외로움 때문에
자신이 아프게 걸어온 생을 스스로 부정한 것을 목도한 이후
나는 걷는 일에 더욱 열중하였다 외로움은 만인의 병 한가로우면
타락을 꿈꾸는 정신 발광하는 짐승을 몸 안에 가둬
순치시키기 위해 나는 오늘도 한강에 나가 걷는 일에 몰두한다
내 일상의 종교는 걷는 일이다
 
 
나는 나이를 이기며, 느리게 늙어가고 싶다. 그러다 만난 생각이 "'내재역량'을 키워야 건강하게 늙을 수 있다"는 거였다. 그리고, 올 초에, "나이가 들어도 몸의 시간을 젊게"하자는 "한국형 건강 수업"이라는 말에, 나는 <<당신도 느리게 나일 둘 수 있습니다>>라는 책을 구입해 정독하고, <인문 일지>에서 공유하고 있다. 지은이 정희원 교수는 "성공적인 나이 듦을 위한 네 가지 기둥"으로 이동성(Mobility), 마음 건강(Mentation), 건강과 질병(Medical issues), 나에게 중요한 것(What Matters)을 선택하여 "4M 건강법"이라 이름 지었다. 그가 주장하는 '한국형 건강 수업'은 내재역량을 키우자는 거다. 그 내재역량을 꾸준히 계발해야 한다는 거다.
 
나에게 흥미를 주었던 것은 모든 내재역량의 상태가 "AND' 조건으로 유지되어야 전반적 기능을 자연스럽게 윤택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가능한 한 젊은 시기부터 자연스러운 신체활동과 운동, 금연, 절주, 절제된 식사, 마음 챙김, 스트레스 관리, 회복 수면, 영적 건강 등으로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노화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거였다. 그러면 70대 중반까지 초기 노년기에 장기 노화가 덜 진행되고, 질병과 약의 노출이 적으며, 일상생활에서 근육을 사용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해야 성공적인 노화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노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거다.
 
지금은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세 번째 기둥인 건강과 질병(Medical issues)을 읽고 있다. 이 부분은 질병이 생기기 이전 부터의 문제, 즉 과학적 사실에 의거해 우리가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들과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말하고 있다. 어제 우리는 '기대수명'을 결정하는 5대 생활습관 인자로 일주일에 5회 이상 중강도 또는 고강도 운동 수행, 양질의 식사, 정상 체중, 절제된 알코올 섭취, 금연을 꼽았다. 오늘은 알코올의 해로움에 대해 살펴본다.
 
우리 사회는 상습적인 알코올 섭취를 문화관습적으로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문제이다. 술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잘 줄이지 못하거나, 술 때문에 몸이 나빠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술을 계속 찾는다 거나, 술 한잔이 무척 당기는 경험을 자주 한다면 알코올의존증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개인적으로 와인을 좋아해, 방심하면 술을 많이 마시게 된다. 그래 오늘 아침 알코올의 폐해를 자세하게 살펴본다. 알코올은 초강력 뇌 가속노화 물질이다. 알코올은 광범위한 수용체에 작용해서 낮은 용량에서는 기분을 가라앉히고, 중간 정도의 용량에서는 기분을 흥분 시킨다. 많은 양을 섭취하면 몸을 가누지 못하고 기도를 스스로 유지하기 어려워지며 자발호흡이 이루어지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하는 화학물질이다. 선택적으로 수용체에 작용하는 수면제보다 마구잡이로 뇌기능에 영향을 주는 본드, 시너 등과 흡사하다. 그리고 알코올은 직접적인 신경계 독성이 신경세포 자체와 신경섬유를 둘러싸고 있는 피복을 계속해서 손상시킨다. 또한 알코올은 분해되면서 세포에 대사적 스트레스를 일으키며, 대사중간 생성물인 아세트알데히드의 독성은 온몸이 마치 세균에 감염된 것과 비슷한 염증상태를 만든다. 이런 이유로 뇌의 다양한 영역이 빠른 속도로 쪼그라들면서 중추신경계의 기능도 떨어지면서, 자제력과 의사결정능력, 감정조절, 기억력, 균형감각 등 광범위한 영역이 점진적으로 파괴된다.
 
뿐만 아니라, 알코올을 오랫동안 섭취하면, 그 독성이 심혈관계로 파급되어 혈압이 오르고 부정맥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이런 변화는 마음의 엔트로피를 극단적으로 높이므로 탐욕, 분노, 어리석음에 더욱 취약해진다. 또한 알코올의존증에 빠진 사람은 결과적으로 장기적인 수면부족에 시달린 사람과 비슷한 뇌상태가 되는 것이다. 술을 마시고 자면 수면구조가 망가지기 때문에, 같은 시간 동안 잠을 자더라도 제대로 휴식하지 못한다.
 
술 때문에 망가진 뇌를 회복하고 스트레스가 생겼을 때 다시 술을 마시지 않게 도와주는 최고의 보약은 운동과 마음챙김이다. 자신은 이미 늦었으니 즐겁고 편안게 살다가 죽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이런 자세는 자신에 대한 폭력일 뿐 아니라, 고장 난 자신을 상당 기간 돌보아야 할 주변 사람들에 대한 무책임한 테러행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도록 애써야 한다.
 
사람의 뇌는 최근에 접한 사실만을 주로 기억하는 경향이 있으며, 모든 사건을 선악의 구도로 해석하는 데 익숙하다. 생각과 판단에 감정이 개입되는 경행도 있다. 우리는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좋고 나쁨의 이미지가 행동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다. 좋은 예가 <<기후변화의 심리학>>을 쓴 조지 마셜이 의사결정 심리학 분야의 대가인 대니얼 카너먼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카너먼은 기후변화가 일으키는 문제에 사람들이 충분히 위협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설명하는 거다.
1. 기후변화는 현저성(顯著性, 어떤 자극이 다른 것과 비교해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이 부족하다.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자동차와 달리 기후변화는 추상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
2. 현재성이 부족하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면 먼 미래에 발생할 크지만 불확실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현시점에서 어느 정도 비용 지출과 생활수준 저하를 감수해야 하는데 이것은 인간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합이다.
3. 기후변화에 대한 정보는 불확실하다. 과학자들은 현상이 발생한 이유와 발생 가능성, 불확실성을 고려해서 객관적으로 제시하려다 보니 발생 가능성이 99,99%인 사건일지라도 '발생 가능성 높음'이라고 기술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대중은 이러한 정보를 불확실한 것으로 이해한다.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 지평에도 한계가 있다. 사람은 현재의 단기적 편안과 중, 장기적인 큰 불편 중에서 단기적 편안을 선택하는 파우스트적 거래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노화와 건강, 질병은 사람들이 금기시 하는 죽음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스스로의 삶에 직접 대입해 보는 것을 꺼린다. 나아가 올바른 습관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으므로 그러한 습관 자체를 돌아보지 않으려고 한다. 반대로 질병이 발생하면 그에 대해서는 가장 최첨단의 치료를 받고자 한다. 기대수명을 10년 이상 늘릴 수 있는 생활습관을 말면서도 실천하지 않다가 '암'이라는 명확한 적이 생기면 기대수명을 몇 주 늘리는 치료법에는 많은 재산을 쏟아 붓는다.
 
다음 그림처럼, 노화와 질병, 장애는 거대한 욕조에 비유할 수 있다.
 
 
세 개의 수도꼭지로 쏟아져 나온 물(노화 정도)이 일정한 높이에 도달하면 유의미한 내재역량 부족(노쇠) 현상이 나타나고 독립적인 일생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안타깝게도 이 욕조에 물이 빠져나가는 구멍은 없다. 물이 흘러 넘치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이 원리를 이해해야 건강과 질병에 관해서 어리석은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있다.
1. 욕조 밑 면적을 넓히는 것, 즉 젊어서 부터 내재역량을 강화해 놓는 것
2. 세 번째 수도꼭지의 유량을 가능한 한 줄이는 것
 
첫 번째 수도꼭지인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두 번째 수도꼭지인 유전자는 이미 태어난 이상 바꾸기가 어렵다. 세 번째 수도꼭지는 후생유전학적 지형, 생활습관, 환경, 질병, 약 등 모든 후천적 경험을 포함한다.
 
여기서 후생유전학적 지형이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유전체 주변 환경을 의미하는데, 개체와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한다. 쉽게 말해서, 꾸준히 노력하면 유전자의 발현 정도나 시기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뜻으로, 팔자도 어느 정도 고쳐볼 수 있다는 거다. 단 세 번째 수도꼭지가 일정 정도 열려서 유량이 많아지면 점점 잠그기 어려워진다. 일단 구멍이 생긴 댐은 점점 붕괴에 취약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포, 조직, 장기체계에 고장이 많이 나기 시작하면 양성 되먹임을 일으켜 노화의 생물학적 핵심 특장들이 더 빨리 발현되도록 만든다. 노화는 복리이자 같은 특성이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건강'이라는 단어를 스스로의 내재역량을 보존하는 방향과 일치시키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 훈련은 운동이나 마음 챙김 명상처럼 귀찮더라도 능동적으로 행동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약간의 불편이 편안함으로 느껴지고 노화의 세 번째 수도꼭지를 잠그기 시작하는 것, 그것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나이 들 수 있는 방법이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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