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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노니는 마음으로 세상사(世上事)의 파도를 타라!

2267.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2월 14일)
지난 주일 미사에서 신부님은 어느 드라마의 대사를 말해주었다. "네가 다른 여자 만나는 것만 배신이냐? 네 마음속에 내가 없는 것도 배신이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운동을 하는 사람은, 운동을 하는 것에서 오는 '심리적 위안'이라는 일차적 만족감을 체험한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는 사람은 결코 '건강'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이 중요하다. 나는 작년부터 장가가 말한 "승물유심(乘物遊心)"을 마음에 새기며 산다. 이 말은 '일과 사물에서 멀어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타고 넘어 자유로운 마음에 노니는 삶'을 뜻한다. '실패든 성공이든 인정하고 그것을 즐기라'는 거다. 더 멋진 해석은 '흐르는 물처럼 상황을 타고 노닐어라'는 거다. 원문은 이렇다. "乘物以遊心(차부승물이유심) 託不得已以養中至矣(탁부득이이양중지의) 何作爲報也(하작위보야) 莫若爲致命(막약위치명)" '마음이 사물의 흐름을 타고 자유롭게 노닐(遊心)도록 하십시오. 부득이한 일은 그대로 맡겨 두고(託不得已), 중심을 기는 데(養中) 전념하십시오. 무엇을 더 꾸며서 보고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저 그대로 명을 받는 것"만 하면 된다는 거다.
 
'노니는 마음으로 세상사(世上事)의 파도를 타라'는 말이다. 그리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피할 수 없는 것에 자신의 마음을 맡기며 자신이 걷는 길을 풍요롭게 가꾸라'는 말이다. 작년에 여러 가지 일들을 잘 가꾸어 놓았으니, 올해는 '승물유심'의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낼 생각이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면 어려운 일이 없다. 한 마디로 모든 일은 마음 먹기이다. 그래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는 장문수 시인의 <마음>이다.
 
 
마음/장문수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마음이 없으면 먼 사람이고
 
아무리 멀리 있어도
마음이 있다면 가까운 사람이니
 
사람과 사람 사이는
거리가 아니라 마음이다.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 사람
 
따스한 말을 하는 사람
위로의 마음을 전하는 사람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좋다.
 
 
오늘은 2월 14일로 선물을 주고받으며 기념하는 날로 ‘밸런타인 데이[vǽləntàin dei]’이다. 사실 영어로는 'Valentine’s Day'라고 소유격을 나타내는 ‘s가 반드시 들어간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발렌타인 데이’라고 부른다. 서양에서는 남녀 무관하게 연인들이 선물을 나누는 기념일이지만, 우리는 조금 다르게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이다. 현대에는 그냥 초콜릿 업체들의 상술화된 날이며 '데이 마케팅'의 원조 격인 날이다.
 
유래는 성 발렌티누스(Valentinus·~269년)의 축일(祝日)에서 왔다. 구전으로는, 3세기 로마 시대 인물인 발렌티누스는 로마군의 결혼 미사를 집전한 것이 적발돼 처형됐던 성인이다. 당시 로마 황제는 당시 로마군의 결혼을 법적으로 금지했었다. 결혼이 군사력을 악화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따라서 어느 종교든 군인의 결혼을 축하하는 것은 황제의 명을 거역하는 행위였다. 황제의 금혼령 탓에 무수한 로마 젊은이들이 고통을 겪었다. 그러자 발렌티누스는 이들의 고충을 헤아려 비밀리에 결혼 미사를 집전하다가 체포됐다. 당시 재판을 맡은 재판관은 발렌티누스에게 그리스도교의 허구와 오류를 지적했다. 발렌티누스는 재판관의 지적을 일일이 반박하며 맞섰다. 그러자 재판관은 앞을 보지 못하는 딸의 시력을 회복시켜보라고 했다. 그리스도 기적을 보여주라는 말이었다. 발렌티누스가 딸의 눈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하자 눈을 떴다고 한다. 여기에 감복한 재판관은 그리스도교로 개종하고, 이미 체포된 그리스도교를 모두 석방했다. 황제는 이 소식을 접하고 대로하고 발렌티누스를 참수하라고 명령했다. 그는 순교했다.
 
진위와 관계 없이, 발렌티누스 성인은, 결혼을 축하하다가 순교한 전설이 전해지면서, 연인에게는 사랑의 결실을 상징하는 인물로 여겨졌다. 그의 축일을 기념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풍습은 14세기 무렵부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는 연인끼리 편지를 써서 마음을 전하는 게 밸렌타인데이의 시초였다. 지금에 이르러 밸렌타인데이는 초콜릿을 주고받는 것이 정석으로 굳어졌다. 주로 남성이 여성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로 인식된다. 2월14일 연인끼리 초콜릿을 주고받는 게 발렌티누스의 축일을 기념하는 것과 무슨 상관일까? ‘일부 상인들의 상업적 마케팅 때문에 생긴 현상이지 성 발렌티누스 성인의 삶이나 신앙을 기리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는 게 천주교 공식 입장이다.
 
서양에선 이 날이 성별 구분 없이 연인들이 서로에게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는 날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선 주로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렛 등을 선물하는 것이 관습으로 자리잡았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서양의 발렌타인 데이 풍습을 받아들였던 일본의 제과점들이 '선물은 남성이 여성에게만 하는 것'이란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이 남성에게 주체적으로 선물할 것을 권장하는 마케팅 방식을 썼는대 그것이 인기를 끌어서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같은 일본 방식이 그대로 들어오면서 애초 풍습이 시작된 서양과는 달리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렛을 선물하는 날로 자리잡은 것이다. '화이트 데이'로 알려진 3월 14일 역시 서양엔 존재하지 않는 날로 발렌타인 데이 마케팅에 성공한 일본의 제과업계가 '남성이 여성에게 답례로 사탕 등을 선물하는 날'로 만들어내 한국까지 전파됐다고 한다. 어제 서울을 다녀올 때마다, 고속버스 터미널 지하 백화점 식료품 코너를 즐겨 찾는데, 온통 초콜릿 뿐이었다.
 
그러나 이 날(1910년 2월 14)은 바로 역사의 한 페이지에 아픈 기록으로 남아 있는 안중근(사진·1879~1910) 의사의 사형 선고일이기도 하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에서 한국 식민지화를 주도했던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현장에서 체포돼 중국 뤼순 감옥에 수감됐다. 이듬해인 1910년 단 7일만(2월7~14일)에 6회에 걸쳐 공판을 받았다. 그러나 재판은 일본인들이 형식적으로 진행했고, 14일 열린 마지막 공판에서 일제의 각본대로 안중근 의사의 사형이 선고됐다.
 
지금 우리 사회는 심한 갈등 속을 지나고 있다. 남북 분단에 이어 짧은 기간에 민주화와 압축적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 지나친 경쟁과 승자 독식 문화, 성과지상주의에 물질만능 등의 풍조가 갈등의 골을 깊이 파 놓고 있다. 게다가 보수와 진보의 이념, 동서 또는 중앙과 지방의 지역, 경제적 양극화에 따른 빈부, 청장년과 노년 세대의 가치관 대립과 복지정책, 양성문제, 대-중소기업, 노사, 정규직-비정규직 간 갈등은 물론 심지어 장애인, 이민자 등 사회적 약자와 관련한 갈등이 다양하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갈등 해결을 통한 사회통합이다. 우선 정치권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주문한다. 타협 없는 자기확신, 선거의 유불리에 따른 정파 이익 우선, 편가르기, 증오와 복수를 멀리하고 양보와 타협을 통한 통합, 연대와 포용, 국익아니 공익 우선과 미래 지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은 우분투(Ubuntu,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 정신으로, 사랑과 용서의 마음으로 갈등을 풀겠다는 마음먹기가 중요하다. 오늘 아침 사진의 손에 놓인 것을 다 비워야 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마음을 비우면 비로소 세상이 보이고, 비우고 나면 다시 무언가 채워진다. 마음과 물질이 아닌 영혼 깊이 모두를 비워내다 못해 긍휼과 사랑으로 가난하게 되어야 천국을 소유하게 된다. 재물이 부자인 사람은 근심이 한 짐이고, 마음이 부자인 사람은 행복이 한 짐이다. "천국과 지옥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레오나르도 다빈치) 누군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그 사람의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다. 잘나거나 멋진 사람보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좋다. 예쁘거나 근사한 사람보다 마음이 겸손한 사람이 좋다. 부족한 게 하나 없는 사람보다 마음이 다정한 사람이 좋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