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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고전은 다차원의 변형태를 지니고 있다.

책 읽기에서 어떤 책을 만나는 마주침은 우연적일 수 있다. 그러나 미세한 차이로 인해 일어나니까, 우리는 우연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중에 보면 그게 결정적인 변곡점이 되는 경우가 있다. 살면서, '클리나멘'을 일으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지금-여기의 시, 공간 안에서 나의 문제의식, 나의 감수성들을 가동하는 것이다. 특히 책과의 마주침은 특별하다. 한 권의 책이 우리 인생의 큰 흐름을 바꾸기 때문이다. 책이란 것은 대상이면서 에너지의 흐름이면서 사물이기 때문이다. 책은 물질과 비물질이 공존한다. 잭 안에 있는 정보가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에너지의 흐름에 마주쳐야 한다. 특히 고전은 다차원의 변형태를 지니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고전이 아니다. 누가 읽어도 똑같은 내용이라면 고전이 아니다. 우리는 누가 읽어도 똑같은 그것을 교과서라고 한다. 왜냐하면 책 속의 언어는 피부보다 더 신체적이기 때문이다. 어떤 언어든 우리 신체를 통과하면서 뉘앙스, 문법 구조, 배치 등이 바뀌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마주침을 위해 우리는 스스로 사유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에 의하면, 그 사유의 힘과 함께, 좋은 책을 읽으면 이해 여부에 상관 없이 적어도 자기가 하는 일에 집중하는 힘이 생긴다고 한다. 집중력이란 자기가 마주치는 모든 사건과 사물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게 수련이고, 수행이다. 이런 일은 모두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이렇게 공부하지 않으면 삶은 불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도 소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기 삶의 의미를 부여할 수 없으면 자존감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있어야 자기가 만나는 사람들을 진실하게 대할 수 있다. 진실한 태도를 만들어 내는 그 힘, 그게 집중력이고 책을 읽어야 되는 이유이다. 그러니까 그 힘과 지혜는 언제든지 일상에서 꺼내 쓸 수 있어야 한다.

책과 마주치면, 우선은 무심하게 만나야 한다. 이 말은 사심을 버리고 어떤 기대나 통념, 전체를 버리고 읽으라는 말이다. 그리고 무심해야 집중이 잘 된다. 다른 사람과 마주침에도 마찬가지이다. 이 말은 그 타자에게 귀를 잘 기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대화할 때도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일단 처음엔 그 사람이 자기를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최고의 배려이고 진정한 마주침이다. 고 신영복 교수님은 감옥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이 나의 대학이라고 생각하니, 그 순간 만남이 아주 달라졌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하나의 텍스트이고, 그와 무심하게 마주치는 만남이 하나의 접속하는 접점인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모르고 살 때가 많다. 그런데 상대가 어떤 말 한 마디로 자신의 조건에 대해 새로운 자각을 일으킬 때가 있다. 책과의 만남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문득 깨닫게 해준다. 우리 현대인은 자의식이 비대해서 자기 식으로 합리화하려는 속성이 강하다. 그런 식이면 오히려 책 읽기가 자만심을 더 키우기도 한다. 비울수록 새로운 영역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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