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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알렉산드르 푸시킨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벌써 토요일 아침이다. 긴 겨울을 끝낼 듯이 봄 같은 포근했던 날들이 며칠 간 있었는데, 겨울이 아쉬운지, 아니면 자신의 끝자락을 보이기 싫은 듯이,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그렇지만 겨울과 봄 사이의 날들이 곧 시작될 것이다. 어제 멀리 보이는 자연의 생명들은 벌써 겨울과 봄 사이에서 햇살 나들이를 즐기고 있었다. "혹한과 감염병으로 모두가 힘든 시절이다. 몸으로 겪는 칼바람과 폭설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마음의 추위와 가난이다.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지만, 따뜻한 손길로 희망의 등불을 건네는 이웃들이 있는 한 세상은 그래도 살아갈 만하다. 어디선가 눈 속에서 싹을 준비하는 얼음새꽃의 잔뿌리가 꿈틀거리는 듯하다. 봄이 머지않았다." 나는 <한국경제> 신문의 고두현 논설위원이자 시인이신 "문화살롱" 칼럼을 즐겨 읽는다.

오늘 아침은 그가 소개한 '이발소 그림"같지만, 읽을 수록 맛이 나고, 이 시절에 마음에 팍 와 닿는 푸시킨의 시를 공유한다. 이 시를 읽다 보면, 지금 힘들더라도 슬픔을 이겨내면, 반드시 기쁨이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게 된다. 그의 시를 세계인이 애송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은 푸시킨의 한 일화를 소개한다. 시인은 어느 날 모스크바 광장을 지나다가 시각장애 거지를 발견했다. 추위에 떨며 웅크리고 있는 거지는 “얼어 죽게 생겼습니다. 한푼 줍쇼” 하며 애걸했다. 행인들은 종종걸음만 쳤다. 한참 지켜보던 푸시킨이 다가가 말했다. “나도 가난해서 돈이 없소만, 글씨 몇 자를 써서 주겠소.” 며칠 후 친구와 함께 그 자리를 지나는 푸시킨에게 거지가 불쑥 손을 내밀었다. “선생님 목소리를 들으니 며칠 전 그분이군요. 그날부터 깡통에 돈이 수북해졌습니다. 대체 뭐라고 써 주신 건지요?” 푸시킨은 미소를 지었다. “별거 아닙니다. ‘겨울이 왔으니 봄도 머지않으리’라고 썼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따뜻한 시를 읽으며, 마음만은 얼지 않게 하여야 한다. 매일 공유하는 글은 안 읽는다 해도 시는 두 번 이상 읽어  주기를 바란다. 한 번은 눈으로, 또 한 번을 소리 내어 낭송해 보기를 바란다. 그러면 뱃속도 따뜻해 진다.

고두현 논설위원은 다음의 일화도 소개했다. "시인과 걸인, 겨울과 봄에 얽힌 얘기 중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일화도 있다. 1920년대 뉴욕의 한 시각장애인이 ‘저는 앞을 못 봅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앉아 있었다. 행인들은 무심코 지나갔다. 그때 누군가 팻말의 글귀를 바꿔 놓고 사라졌다. ‘봄이 오고 있지만 저는 봄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다투어 적선했다. 팻말의 문구를 바꿔 준 사람은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1896~1966)이라고 한다. 그는 평소 “인간의 모든 능력보다 상상력의 힘이 우위에 있다”며 “현실과 상상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 드러내 주는 것이 바로 시인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서도 걸인의 ‘보이지 않는 눈’과 행인들의 ‘보이는 봄’을 상상과 은유의 다리로 절묘하게 연결했다." 이게 시의 힘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알렉산드르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이어지는 이야기는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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