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몇일 전, 우연히 고창영 한국여성수련원장이라는 분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분의 다음과 같은 내용에 의하면, 정말 나는 지금 코로나 블랙 상태이다. "'코로나19'와 '우울감'을 뜻하는 'Blue'가 결합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쑥 들어가고 '코로나 레드'에 이어 '코로나 블랙'까지 등장했다.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일상 변화를 불러왔고 불확실하고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불안감과 초조 증세를 가져왔다. 보름만, 한 달 뒤, 봄이 가면, 여름이 되면, 다시 가을이 오면 그래도 나아지겠지 했던 희망과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욱 강화되는 상황 속에서 밖으로 드러내고 분출할 곳을 찾지 못하게 비좁아진 생활 반경은 그야말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폭발할 지경의 상태로 '코로나 레드'라 불리게 된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 블랙'은 회생조차 힘들어 보이는 현실을 마주할 때의 감정을 말하는 것으로,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암담하고 참담한 상황을 설명할 때 쓰고 있다. 진짜 걱정은 이 힘든 시기를 잘 버티고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야 하는데 그 마지막 힘까지 잃어버릴 것에 대한 염려다. 바닥을 쳤더라도 그 바닥을 짚고 올라와야 하는데 올라올 수 없는 아래로 곤두박질하는 재앙 말이다."
그러나 지금 내 삶에서 길을 잃었다면, 현재 있는 위치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보고 방향을 설정한 다음, 인생 네비게이션에 새로운 목적지를 설정하고 새 주소를 입력해서 다시 출발하면 된다. 우리들의 삶에 직진만이 능사가 아니다. 조금 돌아가도 유연함과 융통상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다. 그 방향을 위해 어제부터 작년에 읽다가 멈춘 <장자>를 다시 완독하기로 했다.
요즈음은 <복합와인문화공간 뱅샾62>를 9시에 문을 닫는 강제 규정 때문에 일찍 잔다. 그리고 주님을 모실 기회가 적다. 그래 오늘 아침은 하루를 시작하자 마자 <장자>를 읽었다. 오늘 만난 지리소는 이름 그대로 '지리멸렬(支離滅裂)'하게, 아무렇 게나 뒤죽박죽 생긴 엉성한(疏) 사람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곱추이다. 그러나 그는 바느질, 빨래, 키질 등을 해서 잘 먹고 살 뿐만 아니라 군대로 끌려가거나 부역에 불려 나갈 걱정이 없는 데다 나라에서 주는 후생비까지 받으며 살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쓸모 없다'고 하는 이런 몸으로 이렇게 잘 살아가니, 이것이 "쓸모 없음의 쓸모"라는 말이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외모가 온전하지 못한 사람도 몸을 보존하고 천수를 다하는데, 하물며 덕이 곱추인 사람이겠습니까?" 하는 말로 끝을 맺는다.
여기서 "하물며 덕이 곱추인 사람이겠습니까?" 이 말을 글자 뜻대로 하면, 덕이 지리(支離)한 사람, 도덕적으로 지리멸렬한 사람, 막돼먹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지리소는 몸이 이렇게 막돼먹어서 이른바 군대에 들어가 장군을 생각할 수 없고, 부역에 충실해서 고위직 자리를 꿈꾸지 못한 채, 그저 처한 환경에서 성실하고 근면함으로 그렇게 활기차고 건실하게 산다. 이처럼 정신적으로도 세상 사람들의 기준으로 보아 지리멸렬, 뒤죽박죽이 되어, 이른바 일사불란한 체계나 일관성 있는 세계관이니 하면서 일반적으로 훌륭한 덕이라고 떠드는 통상적이고 일률적인 가치 체계나 사고 방식 등을 무조건 숭상하거나 거기에 지배 받는 일 없이, 자신의 처지에서 욕심이나 허세 부리지 않고 자유롭고 차분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큰 행복인가 하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그저 처한 환경에서 성실하고 근면함으로 그렇게 활기차고 건실하게 산다." "자신의 처지에서 욕심이나 허세 부리지 않고 자유롭고 차분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큰 행복이다." 이 두 문장을 건졌다. 처해진 실존적 고독 속에서 욕심이나 허세 부리지 않고 자유롭고 차분하게, 나애게 약속된 일들을 하다가 죽는 거다. 그러나 그 일을 최선을 다해 성실하고, 근면하게 그리고 활기차고 건실하게 하는 거다.
오늘은 동요 하나를 공유한다. 오늘 아침 사진도 이 노래를 생각하며 내가 늘 다니 탄동천 산책길의 나무를 쓰다듬고, 올려다 보면 찍은 것이다. "나무야 나무야 겨울 나무야/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있구나!
겨울 나무/이원수
나무야 나무야 겨울 나무야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오지 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평생을 지내 봐도 늘 한 자리
넓은 세상 얘기는 바람께 듣고
꽃 피는 봄 여름 생각하면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
이어지는 글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으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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