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3.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1월 11일)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이 책의 원 제목은 한국 어로 하면, <<삶을 살아가는 30가지 교훈>>쯤 되는 <<30 Lessons for Living>>이다)에서, 칼 필레머는 살면서 후회할 일들을 만들지 않기 위한 5가지 조언을 정리한 바 있다. 8만명의 인생(1000명의 현자)에게 물어서 얻은 내용이라 한다. 이 책에는 5년간 진행된 "코넬대학교 인류 유산 프로젝트"를 통해 1000명이 넘는 70세 이상의 현자들에게서 구한 삶의 실천적 조언과 지혜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 5가지는 다음과 같다.
- 시간은 삶의 본질이다. 삶이 아주 짧은 것처럼 살아라.
-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이다.
- 걱정은 시간을 독살한다. 걱정은 그만하라.
- 오늘 하루에만 집중하라.
- 믿음을 가져라
오늘은, 지난 4일과 5일에 이어, 세 번째 조언인 '걱정은 그만하라. 아니면 최소한 줄이기라도 하라'이다. 걱정은 귀중한 삶을 어마어마하게 낭비하게 만든다는 거다. 한 마디로 말하면, "다 괜찮다"라고 생각하는 거다. 더 나은 삶은 위한 길을 찾는 젊은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삶의 지혜를 물었을 때 인생의 현자들이 빼놓지 않고 한 대답은 바로 이것이다. "걱정은 그만하라!" 그들은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몇 번이고 이렇게 말했다. "걱정 좀 덜 하고 살 걸." 혹은 "온갖 걱정을 다하고 살았던 게 후회돼." 그리고 만약 지나온 삶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미래를 걱정하느라 전전긍긍하며 보냈던 시간들을 모두 되돌리고 싶다고 대답했다.
오지 않을 미래에 대한 걱정은 소중한 삶을 무의미하게 낭비하는 것이다. 더 큰 행복에 다가가는 가장 긍정적인 방법은 걱정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것이다. 걱정은 즐겁고 만족스러운 삶에 불필요한 장애물일 뿐이기 때문이다. 좀 살아 보면, 걱정한다고 문제가 해결되거나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된다. 걱정하면 공연히 에너지만 낭비하는 거다. 걱정 거리가 있으면, 정보를 모으고, 이야기 하고, 결정하면 된다. 한 현자의 다음 말이 좋다. "다가올 것을 걱정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사랑하고 즐기는 모든 것들이 흘러 들어오게 그냥 두어라."
걱정이란 본질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고 하는 헛수고이다. 걱정한다고 바꿀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인생의 현자들은 걱정이란 우리의 일상을 좌절 시키는 '독'이라고 말하며 우리 능력 안에서 바꿀 수 있는 모든 것을 바꾸라고 충고한다. 인생의 현자들은 시간이야 말로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이며 걱정은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 '걱정은 독'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일상에서 상기시키라고 한다. 그러면 우리 일상이 달라진다고 했다. 이 외에도 인생의 현자들은 걱정을 벗어버리는 구체적인 방법 다음과 같이 세 가지를 알려 주었다.
1. 하루에 한 가지만 걱정하라. 멀리 생각하지 말고 당장 그날 일에만 집중하라는 거다. 세상 일이라는 게 늘 내가 바라는 대로 일어나는 게 아니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에 하나씩만 걱정하는 거다. 그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도 도움이 된다.
아브라함 링컨의 좌우명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 한다. 그는 너무 많은 고통스러운 일을 당하고 실패를 맛본 후에 그의 좌우명을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 !’로 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아브라함 링컨에게는 수없이 많은 실패와 고난이 있었다. 너무도 가난하여 7살 때 산골로 이사하느라고 초등학교를 1년밖에 다니지 못했고 9살 때 어머니가 사망하였다. 9살 때부터 남의 집 점원으로 일을 했고 뱃사공 노릇도 하였고, 19살 때는 가장 사랑하던 누나가 사망하였다. 22살 때 돈 한 푼 모으지 못하고 직장에서 해고당하기도 하였으며, 23살 때 빚을 얻어 친구와 작은 가게를 하나 얻어 동업을 했는데, 26살 때 친구가 죽어서 큰 빚을 혼자 떠맡아 30살이 되어서야 그 빚을 다 갚았다.
4년 동안 좋아하며 따라 다니던 처녀가 그의 나이 28살 때 자기를 버리고 다른 남자한테 시집을 가버렸고, 30살 때 겨우 한 처녀와 만나서 약혼을 했는데 갑자기 그 약혼자가 또 사망하였다. 33살 때 키가 자기 허리 쯤에 차고 욕을 아주 잘하고 열등감이 아주 많은 여자와 결혼을 하였는데 날마다 싸웠다. 지방 하원의원에 세 번이나 출마하였는데 세 번 다 낙선하였다. 41살 때 4살 난 아들이 사망하였고, 43살 때 또 1살 난 아들이 사망하였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45살 때 상원의원으로 출마했는데 낙선하고 49살 때 부통령으로 출마했는데 낙선했으며 51살 때 또 상원의원으로 출마했는데 또 낙선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믿음으로 꿈을 버리지 아니하고, 결코 환경에 굴복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53살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세계 대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인류역사상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아브라함 링컨이 뽑혔다. 그는 절망할 수밖에 없는 많은 고난 속에서도 절망하지 아니하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는 희망으로 꿋꿋이 이겼다.
2. 비가 올 때 필요한 것은 걱정이 아니라, 우산이다. 걱정스러운 상황을 신중하게 대비하는 것으로 걱정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거다.
모든 일을 마치고 너무도 하찮은 사소한 일 한 가지에 집착하며 걱정하는 것은 전문 용어로 "유동 불안(free-floating anxiety)"라 한다. 이 말은 다양한 상황에서 만성적인 불안과 지나치게 걱정하는 심리 장애로, 원인이나 대상도 없이 막연하게 떠돌아다니듯 느끼는 불안이라 하여 떠돌이 불안, 불안장애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 해결책은 걱정할 상황을 잘 파악하고 걱정거리가 뭔 지 잘 정의를 하고, 걱정이 아닌 대비를 하는 거다.
밖에 나가기 전 주춧돌(礎)에 습기(潤)가 젖어 있으면 비가 내릴 징조이니 미리 우산(傘)을 준비(張)하라는 "초윤장산(礎潤張傘)"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에 반드시 작은 조짐들이 있기 마련이다. '1:29:300의 하인리히 법칙'은 어떤 큰일이 1번 벌어지기 전에 29번의 중간급의 사건이 터지고, 그 전에 300번의 작은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1920년대 미국의 보험회사에서 일하던 하인리히는 7만5천 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 하나의 큰 사고가 터지기 전에 29 건의 작은 사고와 300 건의 가벼운 징후들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하인리히 법칙이다. 1:29:300 법칙이라고도 불린다. 하인리히 법칙은 건설 현장에 적용된 이론이지만 통계적 차이만 있을 뿐, 우리의 일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세상에 갑자기 찾아오는 재앙은 없고, 졸지에 다가오는 행복도 없다. 일이 커지기 전에 미리 서둘러 해결했으면 큰일이 아니었는데 무시하고 방관하다가 결국 큰일로 번져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세상을 지혜롭게 사는 분들은 조그만 조짐과 징조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세상에 어떤 큰일이든 작은 일에서 시작되고, 풀기 어려운 문제도 결국 쉬운 문제를 방치하는 데서부터 발단이 된다.
3.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라. 인생의 현자들은 어떤 일을 걱정하고, 그 일이 일어나고, 일이 ㅇㄹ어난 후의 여파도 경험하면서 모든 과정을 수도 없이 겪어왔다.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그들은 수용적 태도를 걱정의 해결책으로 추천한다. 그들은 적어도 "적극적으로 수용하라"고 말한다. 한 인생의 현자는 이걸 "그냥 내버려두기"라 했다. 한 현자의 말을 직접 들어본다. "받아들여야 해. 받아들이지 않으면 괴로움의 나락으로 더 깊이 떨어지니까. 차분하게, 흘러가는 대로 맡겨 둬야지. 사람들은 온갖 것들을 걱정하지만, 난 아무 것도 걱정하지 않는다 네. 그저 느긋하게 살지, 느긋하게 생각하고, 내일 죽을 운명이라면 내일 죽겠지. 달리 방도가 있나? 인생은 짧아. 마을을 열어야지. 활짝. 걱정 대신 수용하는 법을 배우면 모든 게 괜찮아질 거야."
전문가들에 의하면, 걱정의 주요 특징은 실제 스트레스 요인의 부재에서 생기는 것이라 한다. 즉 우리는 실제로 걱정할 것이 없을 때 걱정을 한다는 것이다.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나쁜 일에 대한 걱정 혹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걱정 등은 구체적인 문제해결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걱정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우리의 인지력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협하는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단순히 곱씹어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후회를 줄이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전략은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하는 데 시간을 사용하고, 걱정하는 데 사용하는 시간은 과감하게 없애는 것이다.
게다가 걱정 대신, 판소리 공연에서 고수가 하는 "그렇지!"라는 추임새처럼, 나 자신에 칭찬하고 격려하는 거다. '일고수 이명창(一鼓手 二名唱)' 또는 '수(雄, 웅)고수, 암(雌, 자)명창'이라는 말이 있다. 판소리에서는 첫째가 고수(판소리 연주 때 북을 사용하여 소리의 반주를 맡은 사람)고 둘째가 소리꾼이라 할 정도로 고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고수 중 잘 하는 사람을 '명고수'라고 부른다. "목표물을 정확하게 맞혀 떨어트리는 명포수도 좋지만 다른 사람을 북돋아주는 명고수가 되는 게 한 수 위 아닐까? 고수의 추임새를 새겨 들어보면 부정적인 내용 이라고는 전혀 없이 "얼씨구" "그렇지" "좋다" "잘 한다"처럼 소리꾼이 풀어놓는 대목에 감탄하고 동의하는 말들이다. 그런 태도와 제스처가 있기에 소리 하는 사람도 신이 나서 계속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것이다. 나는 어쩌면 세상사도 이처럼 칭찬이나 격려가 있을 때 더 잘 풀리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소리꾼이 한창 소리를 하고 있는데 고수가 "오늘은 좀 별로네" "어제 잠을 못 잤나?" 하는 추임새를 넣으면 소리 할 맛이 나겠는가? 그래 나는, 걱정 대신, 나에게 스스로 명고수가 되어 나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새해를 보내려 한다. 고수들이 힘을 잃지 않고 무대 위에서 계속 빛나게 해 주는 것은 다름 아닌 고수의 장단과 추임새이기 때문이다. 그런 따뜻한 시를 오늘 아침 다시 한 번 더 공유한다.
고만례 할머니와 놋양푼 아줌마/이창숙
깊은 산속에 혼자 사는
고만례 할머니는
어느 여름 저녁
모깃불 피운 멍석에 앉아
밤하늘에 솜솜 박힌 별을 세며
옥수수를 먹고 있었대
그때,
머리에 커다란 짐을 인 아줌마가
사립문을 빼꼼 열고 들어오더래
저녁도 못 먹었다는 아줌마에게
있는 반찬에 남은 밥을 차려준 뒤
짐을 풀어 하나하나 살펴보던 할머니는
반짝반짝 빛나는 놋양푼이
그렇게나 좋아 보였다지 뭐야
며칠 뒤 있을 할아버지 제사 때
떡과 나물과 전을 담으면 좋을 것 같았지
한 개에 삼백 원이라는 놋양푼을
두드려 보고 만져 보고 문질러 보다
할머니는 은근하게 흥정을 했대
"세 개 살 테니 천 원에 주슈."
열무 비빔밥을 한입 가득 떠 넣던
놋양푼 아줌마는 눈을 깜빡이며
한참 생각에 잠겨 있더니
그렇게는 안 된다고 거절했대
하지만 할머니는 조르고 또 졸랐지
결국 아줌마는 하룻밤 자고 난 다음 날
천 원에 놋양푼 세 개를 주고 갔대
할머니는 그걸 들고 산길을 내려가
동네방네 자랑을 했지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깔깔 웃었지만
이유를 모르는 할머니는
그냥 같이 웃어버렸대
그 뒤로 할머니는 아줌마가 오면
있는 반찬에 함께 저녁을 먹고
나란히 누워 오순도순 얘기를 했지
친자매처럼 가까워져서야
수줍게 고백을 했는데
고만례 할머니도 놋양푼 아줌마도
전혀 셈을 할 줄 몰랐다지 뭐야
"남편이 갑자기 죽어서
헐 수 없이 장사를 시작했슈."
"셈을 모르고서 어찌 장사를 하누."
할머니가 혀를 차며 걱정을 하자
아줌마는 환하게 웃었대
"괜찮어유. 사는 사람이 하잖유."
그 뒤로도 오랫동안 아줌마는
깊은 산속 고만례 할머니 집을
성님 집처럼 자주 찾아왔대
어느 날
반듯이 누워서 일어나지 않는
고만례 할머니를 안고
눈물 흘리던 그날까지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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