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7.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1월 5일)

작년에 했던 다짐을 점검해 보면, 일상에서 실천이 미흡했다고 자책하고 후회한다. 오늘 아침 다시 공유하면서, 더더욱 다음과 같이 내년에도 살아갈 다짐을 한다.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다. 이런 식으로 나는 아침 마다 전날 일들로 구겨진 마음을 인문 일지를 쓰며 푼다.
(1) '99의 노예'라는 말을 기억하자.
그것은 가진 것이 아무리 많아도 만족하지 못하고, 부족한 1을 채워 100을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해 일에 매달리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는 모두 부족한 1의 욕심 때문에 가지고 있는 99의 기쁨과 행복을 잊고 산다. 너무 욕심 내지 말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하루에 한 가지 일만 하며, 좀 단순하게 살자. 행복의 내용을 바꾸어야 한다. 과욕에서 소욕지족(小欲知足, 작고 적은 것으로 만족)으로, 경쟁과 대립에서 협동과 상생으로, 획일과 차별에서 평등과 개성으로, 목표와 욕망에서 의미와 나눔으로 바꾸어야 한다. 게다가 꿈도 동사이어야 한다. 꿈은 끊임없이 꾸는 것이다. 꾼다고 하는 것은 동사이고 형용사이고 부사이다. 나의 꿈에 아름답고 지혜로운 형용사와 부사를 달아주는 나머지 날들을 나는 살고 싶다. 꿈이 수식어가 생략된 명사가 되면 삶이 건조하다. 꿈을 직업의 이름에 묶어 두고 싶지 않다. 꿈에 형용사와 부사의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 예컨대, 비겁한 작가보다 양심적인 작가를 꿈꾸고 싶다. 무엇이 되는 것보다 어떠한 사람이 되는가가 더 중요하다.
(2) 좀 더 말을 줄이고 침묵을 사랑하자.
눈을 가리면 귀가 열리는데, 침묵을 하면 눈이 열리는 데 말이다. 침묵하면, 밖의 작은 소리도 들린다. 그리고 침묵하고, 상대방을 보니 안보이는 표정도 보인다. 말 많은 남을 탓하기 전에, 나부터 더 말을 아끼자. Too much talk를 조심한다. 즉 말을 좀 아낀다. 대화의 3분의 2을 듣는 데 쓴다. 이를 '3분의 2원칙'이라 한다. 주어진 대화 시간의 3분의 2를 듣고, 나머지는 그 질문에 대답하는 데 쓰기로 한다. A.G 래플리에 의하면, 이를 통해 반대자들의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많은 사람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환영받는 지름길은 적게 말하고, 많이 듣는 것이다.
(3) 너무 생존에 힘들어 하면서, 시간을 쏟지 말자.
그러면 우리는 자기 취향을 모르고 살기에 급급하다. 그래봐야, 사는 형편이 나아지는 게 아니다. 삶이 힘들어 일상에 지치더라도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그래야 나의 취향이 생긴다. '나는 무슨 색깔의 옷을 좋아하는가?" 그 색깔의 옷을 입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그런 감정을 표현하여야 한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어야 한다. 그런 질문을 하며, 생각해야 여유가 생기고, 자신의 일상을 지배할 수 있다. 좀 여유를 갖고, 감각이 살아있도록 하고, 생의 에너지를 키운다. 생명력을 키운다.
(4) 세상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투덜거리거나 푸념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행복을 주는 관계 만들기에 주력하자.
그러려면, 피해의식을 버려야 한다. 그 피해의식은 차별 받는다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된다. 다름이 피해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다름이 다양성으로 존재하여 그 조직을 더 생기 있게 한다고 믿어야 한다. 다양성은 서로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만들어 더 경쟁력 있게 만든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다."(<<불편한 편의점>>) 소통은 마음을 나누는 거다. 그러려면 내가 불편해야 한다. 내가 불편함을 감수하고 손님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거다. 나 외의 모든 타자는 손님이다. 가족도 인생이란 여정에서 만난 서로의 손님이다. 상대를 손님으로 대하면 서로 상처 주는 일은 없다. 그 손님으로 대하는 것이 소통의 첫 번째 기술이다. 좋은 매너는 자신의 불편을 자초(自招)하는 일이다. 이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으로서 제대로 사는 일, 잘 사는 방법은 스스로 불편을 자초하는 일과 같다. 그래서 다양한 수행의 모든 과정은 사실 '불편'한 것들로 짜여 있다. 편하고 자극적인 기능에 갇히지 않고, '불편'의 상태를 자초하면서 성숙은 시작된다. 오늘도 내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더 불편한 하루를 살고 싶다.
(5)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하소연 하지 말자.
하소연이란 나의 억울한 일이나 잘못된 일, 딱한 사정 따위를 말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한테 하소연 하는 것은 만나는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다. 차리리 침묵하자. 일보다 투덜대거나 하소연을 들어주는 데, 에너지를 사용하면 그만큼 일하는 데 에너지를 덜 쓰게 된다. 사람 사는 일에서 중요한 것은 에너지를 잘 배분하는 일이다. 쓸데 없는 곳에 자기 자신의 에너지를 쓰는 것이야 괜찮지만, 내 하소연이나 투덜거림으로 상대의 에너지를 빼앗는 것은 잘못이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세상 만사는 다 양면성이 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 그러니 그걸로 인해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다. 또 무언가를 얻었을 때는 '이걸로 인해 잃을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질문해 보는 것도 좋다. 그럼 시선이 높아지고, 거기서 시선이 높아지면, 시야를 다양하게 바꾸어 볼 수 있다. 그러면서 나는 늘 평온하면서도 강인하고 재치있는 나 만들려 노력한다.
이 다섯 가지에다 올해는 어떤 어려움이나 고통이 내 삶을 뒤흔들어도 행복한 삶을 의식적으로 선택하자를 덧붙인다.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이라 믿기 때문이다. 행복은 완벽하게 준비된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싶으면 자신의 행복에 책임을 지는 순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통제하려고 노력하라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향한 우리의 의식을 통제하라는 거다. 내 삶에서 일어나는 내 행복은 내가 책임지는 거다. 한 현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본다.
"자네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 책임질 필요는 없네. 하지만 어떤 태도를 취할지, 어떻게 반응할 지는 스스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어야지. 짜증, 두려움, 실망 같은 감정들은 모두 자신이 유발한 감정이야. 반드시 잡초 뽑듯 없애야 하는 것들이지. 그런 감정들이 어디에서 연유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수용한 다음에는 흘러가게 두는 거야. 외부로부터 온 압박이 내 감정과 행동을 결정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내 인생의 최고경영자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네."
행복이란 외부의 조건에 의존하는 수동적인 것도 아니고, 타고난 성격의 결과도 아니다. 매일매일 부정을 넘어 긍정을, 환멸을 넘어 희망을, 권태와 무관심을 넘어 기쁨과 새로운 경험을 향한 열린 자세를 선택하는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의식적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꿀 때 행복이 만들어진다. 삶이 더 나은 기회를 줄 때까지 기다리면서 무력하게 있는 것과는 정반대이다. 행복 하려면, '힘든'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 즉 힘든 일이 생겨도 삶에 내재한 기쁨을 절대 잃지 않는 거다. 어떤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행복하게 되거나 우울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일을 어떻게 생각할지 선택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행복은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즐겁게 사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기쁨과 행복은 그냥 턱 하니 주어지는 게 아니다. 자신이 만드는 거다. 이런 태도를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태도'라 부른다.
2021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공지영의 섬진강 산책>>을 썼던 공지영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라고 생각할 때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고 생각할 때, 괄호 안에 들어가는 말은 어떻게 변한 것 같으셔요?"라고 물으니, 이렇게 답했다. "‘그래서’ 인간들은 다 믿을 수 없고 ‘그래서’ 이 세상은 지옥 같고, 그런 거죠.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하면 눈물이 나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생각하니까 ‘아직도 하늘에 별이 뜨고, 너는 그 별을 쳐다볼 수 있는 눈이 있잖아요’ 하게 되더라고요. 정말 노래 가사처럼. 그런 생각하니까 되게 좋았어요." 사실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지기를 원하기 보다, 그냥 아무 일도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건 행복이 아니다. 그래 공지영 작가는 다음과 같이 연습했다고 한다. 나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나는 건강하고 행복하고 나아지기를 원합니다"를 덧붙였다고 한다. 잘 안되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습했다고 한다.
인생의 현자들은 '(…)라면 행복할 텐데' 식의 바람은 무의미한 것이며 필연적으로 실망으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심리학자들은 좋은 직장을 구하거나 꿈꾸던 도시로 이사를 하거나 결혼을 하거나 복권에 당첨되는 등 상황의 변화는 단지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의 수준에 일시적인 '충격'을 줄 뿐이라고 말한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경우 극히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은 원래 자신의 행복 수준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인생의 현자들은 행복하게 되는 것도,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늘 행복한 것도 개인의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인생의 현자들은 행복을 선택하기로 의도적으로 결정하고 그것을 실천했다. 그렇게 실천하는 방법을,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사고를 향해 나아가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한 현자의 경험을 들어본다. "가장 먼저 나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말자고 결심했자. (…) 그러면 악마가 먹이를 가져온다 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바로 일어서게 된다. 주저앉지 말아야 한다. 침대에 누워있지만 말고, 일어나야 한다. 그걸 위해서 일어나서 해야 할 일이 있어야 한다. "일어나, 침대에서 누워 있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그리고 자신의 삶이 있다는 데 감사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루하루가 선물이 사실을 상기하는 거다.
어려움과 곤경이 없는 삶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권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있다. 우리는 긍정적인 태도로 매일매일 삶을 포용하기 위한 결정을 의식적으로 할 수 있다. 그러려면 아침에 일어나서 긍정적인 감정에 집중하며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나의 경우는 아침에 일어나 <감사일기>를 쓴 것이 가장 큰 도움을 주었다. 매일 아침에 전날에 있었던 일 중 적어도 다섯 가지 이상의 감사할 내용을 찾아 <에버노트>에 기록한다. 그 감사일기를 쓰면서 감정이 긍정적으로 바뀐다. 나이를 먹으면서 상실을 수용하고 지속적으로 삶의 기쁨을 느끼면서ㅡ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걸어가는 거다.
어제는 와인복합문화공간 <뱅샾62>에서 예정 없던 작은 음악회를 가졌다. 참 앞날은 알 수 없다. 조성환 피리 선생님, 김영미 시인 그리고 동네 분들이 예약 없이 찾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 이가 부러졌지만, 이내 임플란트 할 좋은 기회로 여기고 슬퍼하지 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태도를 위하여. 그런 의미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시를 오늘 아침에 공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켄트 M. 케이스(Kent M. Keith)-류시화 역
사람들은 때로 믿을 수 없고, 앞뒤가 맞지 않고
자기중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용서하라.
당신이 친절을 베풀면
사람들은 당신에게 숨은 의도가 있다고 비난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을 베풀라.
당신이 어떤 일에 성공하면
몇 명의 가짜 친구와 몇 명의 진짜 적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라.
당신이 정직하고 솔직하면 상처받기 쉬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직하고 솔직하라.
오늘 당신이 하는 좋은 일이
내일이면 잊혀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일을 하라.
가장 위대한 생각을 갖고 있는 가장 위대한 사람일지라도
가장 작은 생각을 가진 작은 사람들의 총에 쓰러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생각을 하라.
사람들은 약자에게 동정을 베풀면서도 강자만을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약자를 위해 싸우라.
당신이 몇 년을 걸려 세운 것이
하룻밤 사이에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으켜 세우라.
당신이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발견하면
사람들은 질투를 느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롭고 행복하라.
당신이 가진 최고의 것을 세상과 나누라.
언제나 부족해 보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것을 세상에 주라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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