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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봄은 '보다'에서 왔다고 하지만, 영어로는 스프링(spring)이라고 한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요즘 나는 봄철나물들을 주로 먹는다. 나물은 부드러운 새순이 나는 시기가 제철인데 지금 같은 봄에는 파릇파릇한 나물을 먹으면 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난 고집스럽게 제철 음식을 먹으려 한다. 봄은 '보다'에서 왔다고 하지만, 영어로는 스프링(spring)이라고 한다. 그래 봄의 새순을 먹으면, 겨울 내내 눌려 있던 내 심장의 '스프링'이 다시 높이 튀어 올라, 내 심장도 따뜻한 사랑이 장착된다. 두릅, 이걸 한문으로 하면 '목두채'라 한다. '나무의 머리 채소'라는 뜻이다. 그리고 가시가 있는 엄나무순, 향이 진한 가죽나무순, 오가피순 그리고 옻 순을 어른들은 봄의 5대순이라 말한다. 이 어린 순들을 먹을 때 미안한 마음은 든다. 그러나 순을 따주는 것은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걸 방지 하기 위해 필요하다. 두릅이나 오가피 순은 향이 있지만, 옻 순은 식 감이 좋고 고급지다. 그래 사람들은 옻 순을 봄나물의 제왕이라 한다.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어젠 어린이 날이며, 황금 연휴의 마지막 날이었지만,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오늘부터는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작한다. 그래 정부가 발표 한 5대 수칙을, 숙지를 위해 필사 해본다.
▪ 아프면 3-4일 집에 머물기
▪ 사람과 사람 사이, 두 팔 간격 건강 거리 두기
▪ 30초 손 씻기, 기침은 옷 소매
▪ 매일 2번 이상 환기, 주기적 소독
▪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

생일 축하와 사회적 거리 두기 사이에서, 아이들이 동네의 후미지고 버려진 장소를 찾아내 조촐한 생일파티를 하는 것처럼, 우린 우리 동네에 있는 <복합와인문화공간 뱅샾62>에서 우리 동네 사람끼리, 오늘 아침 사진처럼, <2020년 버전 봄 나물 잔지> 번개를 쳐, 점심을 즐겼다. 거기다 나물에 어울리는 와인을 곁들이면서. 그래 실컷 웃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스프링(spring) 같았다. 봄은 이런 건가 보다.

그리고 또 다른 발견, 동네가 살아야, 우리는 더 행복하다.

특히 코로나 19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실제로 최근 4주간 10만명의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롯데카드에 따르면,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서의 카드 결제가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집에서 부터의 거리가 3㎞ 초과된 먼 거리에서의 카드 결제는 12.6%가 줄고 1~3㎞에서 9.1%가 줄어드는 동안, 500m~1㎞ 이내의 카드 결제는 0.4%가 증가했고, 500m 이내에는 8.0%가 증가했다. 우리 동네는 동네에 거의 모든 종류의 가게들이 밀집되어 있어서 다행이다.

우리는 그동안 도시 곳곳에 집중 화된 공간, 대형마트를 이용해 왔다. 뭐 하나 작은 것을 살 때도 차를 타고 이동했다. 그리고 나간 김에, 쇼핑 카트를 가득 채웠다. 동네는 점점 잠을 자는 공간으로 축소되었고, 쇼핑을, 여가를, 업무를 위해 집중된 공간으로 차를 타고 이동했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인해,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야 하고, 이동 거리와 시간을 줄여야 했기에, 우리는 걸어서 다닐 수 있는 동네에 의지하여야 했다. 그런데 우리 동네는 불편이 없다. 이런 동네를 더 활성화 시켜야 한다. 우리 동네는 오늘 아침 시처럼, "눈꺼풀"이 있지만, 주차 문제가 심각하다.

눈꺼풀/박소란

얼마나 다행인지
눈을 감을 수 있으니까

이 방은 밤의 것
나는 오래전 여기에 세 든 사람
눈을 감을 수 있으니까
눈 감는 법 만을 배웠으니까

아침으로부터
아침을 가장한 크고 단단한 열차로부터

칙칙폭폭 너는 손을 흔들고
어디로 가는지 이대로 멀어지는지
방으로부터
내가 일러준 단 하나의 주소로부터
칙칙폭폭 노래를 실고 어둠을 달래던 상냥한 마음을 싣고

얼마나 다행인지
볼 수 없으니까 울 수 없으니까

이토록 즐거운 사람
나는
홀로 밤의 것 밤은 나의 것

눈꺼풀이 있다는 것
바로 이것

좋은 질문은 그 사람에 관한 질문이다.

오늘 아침도 어제에 이어 한근태의 『고수들의 질문법』 이야기를 이어간다. 좋은 질문은 호감을 낳는다. 저자는 사람을 만나기 전에 좋은 질문을 준비한다고 한다. 여기서 좋은 질문은 그 사람에 관한 질문이다. 그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거나 그에게 전문성이 있는 주제에 관한 질문이다. 그리고 가능한 한 그 사람이 싫어하는 소재, 부정적인 이야기, 정치 관련 이야기는 피한다.

사람을 만나면, 질문이 질문을 낳는다. 질문하고 대답하면서 온갖 이야기가 이어진다. 대화는 질문과 자기 주장을 두 축으로 다음과 같이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1. 최악: 질문은 없고 각자 자기 주장만 있는 대화로 서로 남의 말은 듣지 않고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경로당 대화가 그렇다.
2. 차선: 한쪽은 질문하고 다른 쪽은 답하는 형태로 질문하는 쪽과 답하는 쪽이 구분되어 있다.
3. 최선: 서로가 질문도 하고 답도 주고받는 대화로 질문과 답이 섞여 있는 형태이다.

질문 없는 대화는 사실상 대화가 아니다. 그래 대화에서 중요한 것이 공간 확보의 기술이다. 질문은 자기 안에 공간이 없으면 나올 수 없다. 스스로 생각하고, 성찰하는 훈련이 많을수록 그 공간은 넓어진다. 그리고 질문을 한다는 건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 상대에게 뭔가 배울 게 있다. 저것이 더 알고 싶다'라고 하는 공간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공간이 있어야 질문할 수 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뭔가 내부에 자기만의 생각으로 꽉 찬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이런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부류들이다.
- 자기 확신으로 가득 찬 사람
-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
- 쉽게 결론을 내리는 사람
- 선입견과 고정관념에 얽매인 사람
- 남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
- 공부하지 않으면서 세상만사를 다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

위의 부류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쏟아내거나 남에게 자기 생각을 강요할 뿐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최선의 방법이 질문이다. 질문을 해야 두 사람 사이에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질문은 마음의 공간을 확보하는 최고의 기술이다. 이게 질문의 힘이다.

지난 해, 김정운 교수의 강의에서 배운 것이다. 우리가 하는 대화에는 남의 순서와 내 순서가 있다. 우리는 그 ‘순서 주고받기(turn-taking)’를 잘 해야 좋은 대화를 할 수 있다. 특히 대화를 잘 하는 사람은 남에게 ‘순서’를 제 때 돌려줄 줄 안다. 특히 상대방이 폼 날 때, 순서를 잘 건넨다. 그때 유머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유머는 남에게 ‘웃을 순서’를 주는 가장 훌륭한 ‘순서 주고받기’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폼 나게 만들어 줘야 좋아한다.

그러나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사람들은 남에게 순서를 안 준다. 폼 날수록 자기만 이야기 한다. 혼자만 계속 이야기 한다. 이 경우 상대방의 반응은 대부분 이렇다. “그래, 당신 말이 맞아. 그래서 어쩌란 말이야!" 이해는 했지만 안 받아들이겠다는 이야기이다. 대화가 아니라 계몽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런 방식으로 설득 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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