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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집착이여! 떠나라!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식사 후에 난 아포가토(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를 올린 디저트)를 좋아한다. 어젠 아포가토에 솜사탕을 올려주었다. 그래 먹기 전에 사진을 찍어보니 탁자에 비친 5월의 나무 밑에 구름이 떠 있는 뒤바뀐 세상이 연출된다. '플라톤의 동굴'에 있던 내가 세상 밖으로 나왔더니, 세상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 오늘 아침에는 '본다'에 대해 생각해 본다.

불교는 ‘집착’에서 벗어나 세상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라고 한다. 진여(眞如)나 여여(如如)의 경지를 강조하며, 불교는 극단적으로 두 가지 마음에 대해서 설명한다. ‘집착하는 마음'과 ‘있는 그대로 보는 마음'. 나는 실제 이 극단적인 두 마음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삶을 살고 있다.

‘집착하는 마음'은 나의 삶에 불만족과 고통을 가져다 준다면, ‘있는 그대로 보는 마음'은 나의 삶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 준다.

『대승신기론』에 이런 문장이 있다. “하나 뿐인 우리 마음에 두 가지 양태, 즉 생멸문(生滅門)과 진여문(眞如門)이 있다.” 이 말은 집착하는 마음도 내 마음이고, 있는 그대로 보는 마음도 내 마음이라는 것이다.

'진여문'을 무관심한 마음 혹은 죽은 마음과는 구별해야 한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집착'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다. 여기서 말하는 '집착'이란 자기 자신이나 타인을 하나의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이다. 예컨대 외모만 보느라고 다른 모든 가치들을 보지 못하는 경우이다. 우리는 수많은 관계망을 통해 존재하는 인연(因緣)의 존재이다. 진여의 마음, ‘있는 그대로’ 보는 마음이란 상대방도 의식하지 못한 그의 모든 가치들을 있는 그대로 보는 마음이다. 예컨대, 외모에 집착하는 순간, 우리 자신이 가진 나머지 훌륭한 가치들을 돌보지 않기 쉽고, 당연히 그것들은 무관심에 방치된 채 시들고, 마침내 우리 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사실 진여의 마음을 갖게 되면, 우리는 쓸데없는 갈등과 대립도 피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편견을 가지고 어떤 것들을 미리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우리는 일본 사람이라면 무조건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편견 같은 집착을 버려야 그 사람의 정체가 제대로 들어오게 된다.

집착이란 말이 잘 이해가 되는 아침이다. 나나 타인이나 모두 단순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거의 우주에 가까운 수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수많은 특징들은 수많은 인연들과의 마주침에 의해 만들어진 것, 즉 연기(緣起)의 법칙에 지배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하나의 특징으로 하나의 사물을 보는 것이 집착의 마음, 즉 생멸의 마음이라면, 하나의 사물을 마치 완전한 하나의 우주인 것처럼 보는 것이 진여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화엄종의 대표자 법장 스님이 『화엄의해백문』이란 책에서 “하나의 조그마한 티끌만 보아도 전체가 갑자기 나타나며, 이것과 저것은 서로 받아들이니 가느다란 머리카락 하나만 보아도 모든 사물이 함께 나타난다.”라고 한 말이 이해가 되는 아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르디 푸르름'으로 눈이 부신 5월은 나를 유혹한다. 집착이여! 떠나라! 그리고 오늘을 살자. 아침에 만난 문장이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사세요."(김혜자가 어젯밤에 읽은 대사)

5 월/오세영

어떻게 하라는 말입니까
부신 초록으로 두 눈 머는데
진한 향기도 숨 막히는데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신을 붙들고
나는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아아, 살아있는 것도 죄스러운
푸르디 푸른 이 봄날
그리움에 지친 장미는
끝내 가시를 품었습니다
먼 하늘가에 서서
당신은 자꾸만 손짓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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