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푸른 계절의 여왕 5월이 시작되는 날이다. 이 5월에는 나의 초라한 현실과 외로움, 슬픔 다 떨쳐 버리고, 나는 희망을 노래하고 싶다. 우리 동네에는 예쁜 한옥이 하나 있다. 그 집 정원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을 고르며, 나는 오늘 아침 <세상의 모든 음악 제5집> "즐거운 편지"를 틀고, "방하착(放下着)"이라는 말을 되뇌었다. 이 말은 "내려놓아라, 내버려라"라는 말로 마음 속의 집착을 내려놓으라는 명령어이다. 마음속에 한 생각도 지니지 말고 텅 빈 허공처럼 유지하라는 뜻이다. "착(着)"은 동사 뒤에 붙어서 명령이나 부탁을 강조하는 어조사이기 때문이다.
"좌절과 절망은 욕심에서 나옵니다. 여러분이 뭐가 안 됐을 때 절망하는 마음이나 좌절하는 마음이 들면 여기에 욕심이 숨어 있다고 보면 돼요." 법륜 스님이 하는 말이다. 어제 듣고 싶지 않는 소식에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싶어서 이 말을 다시 되새겨 본다.
내 딸에게 "TMI"라는 말을 배운 적이 있다. 신조어이다. Too Much Imformation의 약자로 "너무 많은 정보,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될 정보"라는 뜻이라 한다. 쉽게 이야기 하면, "너무 많은 정보야, 그러니 그런 건 알고 싶지 않아"는 말이다.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될 정보를 말한다. 어제 알게 된 몇 가지 사실들이 내 마음을 무겁게 지배하려 한다. 그렇지만 희망을 노래하고 싶은 오월 첫날에, 나는 방하착, 다시 내려놓고, 내버리리라. 나의 집착을. 오늘도 오차없이 내 일상을 지배하고, 지금-여기서 나의 행복을 찾아야 한다. 흔들리지 말자.
'행복하기 위해 물질적 풍요가 필요하고, 이것을 위해서는 사회에서의 성공이 필요하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로 이 시대의 하나의 공식(公式)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말에 대해 자동으로 반응할 뿐, 이 공식의 원래 목표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물신주의'와 '성공 지상주의'에 빠져 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행복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어느덧 '행복'이라는 말은 사라지고, 물질적 풍요와 세속적 성공만 남아 우리의 영혼을 흔든다. '물신주의' 라는 말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나온 것이다. 노동의 산물인 상품이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신비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생활의 수단인 상품이, 교환가치의 척도인 화폐가 '물신(物神)'으로 승격하였다. 수단이 목적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행복을 위한 풍요, 풍요를 위한 성공이 변해서 물질적 풍요와 세속적 성공만이 삶에서 추구해야 할 전부가 되어 버렸다. 이런 이데올로기는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더 단단해지고 있다.
삶은 성공의 이야기가 아니라, 성장의 이야기이다. 어제보다 오늘 내가 더 성숙해졌다면 잘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르게 살려고 한다. 자신의 잘난 점을 과시하고 남의 약점을 발견해 짓밟으면서 상대를 이겨 출세하는 방식과 다르게 살려고 한다. '마음의 평화'가 넘쳐 흐르는 5월이고 싶다. 오늘 공유하는 시어처럼, "심장에는 흥건한 엽록소(葉綠素)를 지니고/하늘을 우러러 한 그루 푸른 나무로" 살고 싶다.
오월이 돌아오면/신석정
오월이 돌아오면
내게서는 제법 식물 내음새가 난다
그대로 흙에다 내버리면
푸른 싹이 사지에서 금시 돋을 법도 하구나
오월이 돌아오면
제발 식물성으로 변질을 하여라
아무리 그늘이 음산하여도
모가지서부터 푸른 싹은 밝은 방향으로 햇볕을 찾으리라
오월이 돌아오면
혈맥은 그대로 푸른 엽맥(葉脈)이 되어라
심장에는 흥건한 엽록소(葉綠素)를 지니고
하늘을 우러러 한 그루 푸른 나무로 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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