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9월 26일)

나는, 장항준 감독의 말처럼, 서로 분노하는 지점과 웃는 지점이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 웃는 포인트가 같다는 건 취향이 비슷하다는 뜻이고, 분노하는 지점이 같다는 건 세계관이 통한다는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사랑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게 아니라, 같은 곳을 보는 것이다”라는 생텍쥐페리의 말은 유효하다. 소설가 백영옥은 "하늘이 내린 꿀 팔자란 스스로 만드는 것 아닐까?" 하고 묻는다. 왜냐하면 인간심리란 참 희한해서 다른 이의 큰 성공에 기뻐하는 것이 큰 슬픔에 함께 우는 것보다 언제나 더 어렵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람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복하는 능력은 실은 자존감과 직결돼 있다. 그것은 나에 대한 믿음 없이 타인의 성공에 마음을 열 수 없기 때문이다. '나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 지금 <인문 일기>는 조던 B.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12 rules for life)>>중에 두 번째인,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한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말 나를 믿어야 한다. 세상에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은 나 자신 뿐이다.
여기서 자신감(自信感)이 나온다. 이는 '어떤 일을 스스로의 능력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믿는 마음'이다. 그러나 그보다 다 필요한 것이 자존감(自尊感)이다. 사전적 정의는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자기의 품위를 지킨다'는 데 방점이 찍힌다. 이런 자존감은 '자신의 가치에 대한 평가 혹은 믿음'에서 나온다. 자존감은 다른 이와 비교를 하기 시작하면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지적되는 것들은 이렇다.
§ 실력을 쌓는 것,
§ 작은 성공을 누적시키는 것,
§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제대로 구분하는 것,
§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 외부에서 긍정적 피드백을 요청하는 것 등 여러가지가 있다.
그러나 이런 것보다 자신을 '위대한 존재'로 믿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니까 자신의 가치가 더 높은 수준에 있음을 믿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가 높음을 스스로 확고히 믿으면, '자기 효능감'이 생긴다. 자기 효능감은 특정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다. 능력이 아니라 믿음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예컨대, 케냐의 마라톤 선수들은 자신의 한계는 없으며, 오늘은 '나의 날'이 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 낙관주의자들이다. 높은 자존감은 성숙한 방어기제를 형성하여 실패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으며 고통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는 힘을 준다. 실패와 고통 속에서 높은 자존감으로 성숙한 방어기제를 통해 또 일어서고 또 일어서게 하는 힘이 자존감이다. 그러면 성공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성공이란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얻는 것을 말한다.
주의할 것은 자존감과 자존심은 다르다. '자존심'은 '나는 잘났다'면서 자신을 지키는 마음이고, '자존감'은 '나는 소중하다'하면서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남들보다 내가 더 가졌다고 다른 이들에게 부러움을 사려는 사람들은 살고 있는 지역, 타고 다니는 차, 들고 다니는 가방 등의 이름에서 자존감을 얻으려 한다. 사람들은 상품이 아니다. 따라다니는 라벨로 다른 이들을, 또 나를 판단할 수 없다. 인정받기 위해, 부러운 눈길을 얻기 위해, 또 가볍게 보거나 얕보는 듯한 눈길을 피하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소비하는 지 모른다. 나의 인간적 가치는 내가 얼마나 가졌는가에 달려 있지 않다. 나의 재산과 재능을 지혜롭게 쓰면서 다른 이들을 섬기는 것이 나에게 더 소중한 가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방해하는 모든 것들, 아직도 나를 거만하게 만드는 그것들을 나에게서 없애기 위해 나는 계속 노력할 것이다.
나는 '자기 자신을 마치 우리가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성경의 <창세기>를 통해 살펴보려 한다. 그 전에 오늘의 시 하나를 공유한다. 점심 식사 후, 딸과 동네 공원을 산책하였다. 오늘 사진은 씀바귀 꽃에 시선이 갔다. 그리고 허리를 굽혔다.
사람이 풍경이다/허영숙
꽃 시장에는 사람보다 꽃이 더 많다
사람이 꽃을 품은 것이 아니라
꽃이 사람을 품고 있다
자세히 보면 꽃도 사람을 살핀다
꽃 가까이서 향기를 맡으려 할 때는 조심하시라
사람이 꽃의 향기를 맡는 것이 아니라
꽃이 사람의 향기를 맡는 것이므로
꽃눈을 열어
안쪽까지 들여다 볼 수 있으므로
사람이 제 이야기에 맞는 얼굴로
꽃에게 꽃말을 부여하듯
꽃도 사람의 빛깔에 맞는 향기로 부르고 싶어 한다
아름다운 등을 가진 사람 두엇 꺾어다가
곁에 두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람이 꽃을 들여다 볼 때
허리가 반쯤 꺾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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