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사람의 일/고운기

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9월 24일)

오늘도, 몇 일전부터 읽고 있던 조던 B.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12 rules for life)>>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 오늘은 그 규칙 중에 두 번째인,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한다'는 규칙을 이어간다.

나는 지난 번 <인문 일기>에서, 삶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일은 혼돈과 질서의 상호 작용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했다. 그러니까 혼돈과 질서는 삶의 근본적인 구성 요소이다. 혼돈과 질서라는 현실의 근본적인 조건은 인간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대부분 익숙하고 통제할 수 있는 곳에 살지만, 그 주변은 언제나 생명체를 위협하는 사물과 상황이 둘러싸고 있다.

그래 질서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상황은 끊임없이 변하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위협적인 상황이 수시로 닥치기 때문에 안전과 평안만을 추구할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 바뀌어 야만 한다. 그렇지만 한 발은 이미 잘 아는,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땅을 디디고, 다른 발은 잘 모르는, 탐험을 통해 알아 가야 할 땅을 디디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삶의 위협 요소들을 안전하게 통제하는 동시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깨어 있을 만한 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그 곳은 우리가 완벽히 익혀야 할 새로운 것과 더 나은 자신을 만나게 해 줄 새로운 기회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곳이다. 그게 경계에서 서는 일이다.

경계에 선다는 것은 혼돈으로부터 좋은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이다. 이 주장은 <<성경>>의 <창세기>를 잘 읽어 보면 알 수 있다. 이번 주 일요일에 <창세기> 이야기를 해 볼 생각이다. 경계에 선다는 것은 의식적으로, 자유 선택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우선은 자신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 스스로 타락한 피조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건 <창세기>를 꼼꼼하게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오늘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진실하게 살고 진실을 말한다면, 우리는 다시 하느님과 동행할 수 있고, 우리 지신과 타인과 세상을 존중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야 우리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자신을 대할 수 있다. 그래야 세상을 똑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시작할 수 있고, 세상을 지옥이 아닌 천국으로 이끌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천국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았으면 하는 곳이지만, 지옥은 우리 모두 영원히 원망과 증오가 가득한 형벌을 받는 곳이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라는 예수의 가르침, 즉 황금률을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라는 가르침은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라, '남과 나'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다. 내 가족이나 친구, 연인을 대할 때 그들을 챙기는 것만큼이나 최선을 다해 나 자신을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나는 결국 노예가 되고, 상대는 폭군이 될 것이다. 어떤 관계에서나 양쪽 모두 강한 게 훨씬 낫다. 피터슨에 의하면, 예수의 가르침에 대한 의미는 서툴고 부족한 사람들을 용서하고 도와주는 것처럼 나약한 나 자신을 포용하고 사랑하는 뜻이다.

그리고 나 자신을 책임지고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한다는 것은, 나에게 진정으로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다는 뜻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좋은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또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도 좋은 것이 아니다. 아이가 원할 때마다 사탕을 주면 그 아이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 그렇다고 사탕이 아이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행복;은 결코 ;좋은 것;과 동의어가 아니다. 사탕을 줬으면 어떻게 든 아이가 이를 닦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아이들이 도덕적이고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또 항상 깨어 있는 존재로서 자신과 남을 배려하고, 정정당당하게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해야 한다.
(1) 나 자신을 제대로 보살핀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까?
(2) 어떤 일을 해야 과감하게 도전하고, 신나게 일하며, 세상에 도움을 주고, 기꺼이 책임을 지며,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
(3) 시간을 어떻게 써야 더 건강해지고 더 많이 배울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지금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한계를 극복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또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삶에서 혼돈을 줄이고, 질서를 재정립하며, 세상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안아갈 방향을 정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을 다스릴 수 있고, 지산만의 원칙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지금 우리는 그 원칙을 세우고 있는 거다. 그 두 번째가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는 거다. 세상에 가장 민들을 만한 사람은 나 자신 뿐이다. 나를 존중하는 거다.

긴 글이다. 시를 한 편 공유하고, <<장자>> 이야기를 더 하고 오늘의 <인문 일기>를 마친다. 다음 규칙은 '자신에게 최고의 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난다'는 것이다. 오늘 고유하는 시는 고운기 시인의 <사람의 일>이다.

사람의 일/고운기

어느 땐들 살라고 했지 죽으라고 했겠는가만
죽자 죽자 해도 버젓이 살아 있고
살자 살자 해도 홀연 죽는 일이 있었다

내 누이 한 분 여고를 졸업하던 해 대학 시험에 붙고도
갈 형편이 못 되어 종일 방구석에서 천정을 바라보다
초등학교 다니는 날 앉혀 놓고 죽는 방법을 읊어대곤 했는데

수면제를 먹되 한 군데선 죽을 만큼 살 수 없으니 읍내
약국을 차례차례 죄다 돌아 모아오면 그날 밤으로 한입에
털어 넣으란다고 그런데 실은 그 말이 내 귀에 전혀 와 닿
지 않았던 것은 수면제 값이 얼마나 하는지 몰라도 읍내
약국 죄다는커녕 한 군데 가서 살 돈도 그의 호주머니에
는 없었으므로

그보다도 대학 문 한번 밟아보지 않고서는 절대 죽을
것 같지 않던 가슴이 불덩이가 얼굴에 활활 타오르고 있
어서 죽기는 뭘 죽어 갓 스물 발갠 낯빛만 더 이쁘게 하는
것이었다

내 누이 끝내 대학에도 갔고
졸업하던 해 시집갔고

그런데 웬걸 다섯 해 만에 남편 앞세우더니
어린 자식이나 잘 키우겠다고
살아보겠다고 살아보겠다고 이 악물더니만
갓 마흔에 덜컥 병 걸려 애들 아빠 뒤를 따랐다

부질없기로는 사람의 일이라
죽겠네 죽겠네 그 한마디마저 입에서 나오면 선소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나 나나 몰랐었다.

4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_인문운동연구소 #사진하나_시하나 #고운기 #복합와인문화공방_뱅샾62 #12가지_인생의_법칙 #득도의_7단계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편지2/나호열  (1) 2022.09.25
별국/공광규  (1) 2022.09.25
가을이 오면/홍수희  (0) 2022.09.25
밤/오탁번  (0) 2022.09.24
접는다는 것/정용화  (1) 2022.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