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는 치과를 다녀 나오다, 도심에서 모란 꽃을 만났다. 아침에 그 꽃과 오늘 공유할 시가 동시에 떠올랐다. 그러다가 조영남이 부른 <모란동백>도 유튜브에서 찾아 그 노래를 들으며 이 글을 쓴다. 그런데 그 노래 가사가 자꾸 내 손을 잡는다. 난 조영남 노래를 좋아했는데, 문제의 그림 사건으로 그를 잊고 있었다. 그 사람, 노래는 참 잘하는데, 왜 그렇게 과욕을 부렸을까? 안타깝다.
https://www.youtube.com/watch?v=33tAMu0OARE
기교없이 부르는 담백한 노래가 프랑스 부르고뉴의 명품 피노 누아르 와인을 마시는 듯 하다. 가사가 그의 현재 사정과 연결되니, 가사 하나 하나가 다르게 들린다.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 와서, 우리 대중들을 위해 순수하게 노래하여 주기를 바란다. 가사 좀 보자.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 아가씨- 꿈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불고 덧없어라 --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랫벌에-- 외-로히 외로-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
아침마다 <사진 하나, 시 하나>를 쓰기 시작하면서, 나의 일상이 크게 달라졌다. 세상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경이로워 하면서 그 대상에 의미를 쉽게 찾는다. 좀 건방지게 말하면, 세상이 보인다. 류시화 시인은 최근의 산문집에서 이런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어느 한 여성은 음식을 먹기 전에 "맛있어져라!"라 하며 주문을 외었다 한다. "그렇게 하면 맛이 없는 음식이 정말로 맛있어지나요?"하고 물으면, "그럼요. 이건 강력한 만트라예요!"하고 말했다 한다. 내가 매일 아침마다 쓰는 이 글은 나의 '만트라'이다.
부패와 발효는 똑같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어떤 미생물이 작용하는가에 따라 해로운 변화와 이로운 변화로 나뉘듯이, 어떤 문장이나 단어는 무의식 속에서 정신을 부패 시키고, 어떤 단어와 문장은 기도처럼 마음의 이랑에 떨어져 희망과 의지를 발효시킨다. 이게 '만트라'이다.
'만트라'는 산스크리트어이다. '만'은 '마음'을 의미하고, '트라'는 '도구'이다. 만트라를 말 그대로 하면, '마음 도구'이다. 특정한 음절이나 단어, 문장을 반복하면 강력한 파동이 생겨 마음이 초능력에 가까운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이 만트라 원리라 한다. 내 만트라는 '괜찮아!'이다. 그걸 프랑스어로 하면, '싸바(Ca va)'이다. 이 말은 '다 잘 되어 가고 있다'란 의미이기도 하다.
봄날이 빨리 지나간다. 길가의 어린 잎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간다. 어젠 날씨까지 여름날 같았다. 물론 이대로 봄이 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수상하다. 5월에 피는 모란이 벌써 활짝 피어 있었다. 한참 지나면, 오늘 공유하는 시를 후손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1903~50)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떠러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서름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로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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